[제9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폐막] 글로벌 크루즈 선사 앞다퉈 동아시아 공략
얼어붙은 한-중-일, '플라이 앤 크루즈'-'테크니컬 기항' 등 다양성 모색해야

 제9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제주의소리
 제9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제주의소리

엔데믹 시대를 맞아 동아시아 지역의 코로나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제9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이 2박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때 동아시아 최대 기항지로 각광받았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발 한한령과 코로나19로 한 순간에 멈춰선 제주 크루즈산업은 다양한 과제를 앞두게 됐다.

2013년 첫 시작으로 2019년까지 총 7회에 걸쳐 매년 진행됐다. 아시아 최대 크루즈 이벤트라는 별칭에 걸맞게 동아시아는 물론 전세계 크루즈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참여해 크루즈 산업의 현재를 공유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계기로 치러졌다.

그러나,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크루즈 산업계는 일순간에 내려앉았다. 한때 세계 2대 시장으로까지 불리던 동아시아 크루즈 산업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하자 일순간에 얼어붙었고, 현재는 단 한 대의 크루즈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3년만에 재개된 국제크루즈포럼이 '새로운 출발, 크루즈산업 패러다임 대전환'이라는 문구를 내건 것도 이 같은 배경에 있다. 뒤바뀐 제반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향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nbsp;제9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제주의소리<br>
 제9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제주의소리

◇ 동아시아 해역 허브 제주, 외부 요인에 휘청

동아시아 크루즈 시장을 이해함에 있어 제주의 입지는 매우 특별했다. 한-중-일을 잇는 지정학적 요인 상 제주섬은 동아시아의 허브였다. 

지난 2016년은 제주 크루즈 산업의 전성기였다. 당해 크루즈 관광 방문객 수가 120만9106명, 관광소비액 6204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같은해 제주의 크루즈 포트는 460석으로, 중국 상하이 437석, 싱가폴 391석, 일본 후쿠오카 294석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세계적인 규모의 항구를 제치고 이미 아시아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NO.1의 지위를 차지한 결과였다.

하지만 크루즈 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를 두 차례나 맞이한다. 

첫번째 고비는 2017년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불거진 중국의 한한령이었다.

인구수 14억명의 중국은 크루즈 시장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중국은 전체 인구의 1%만 관광시장으로 유입돼도 1400만이라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국가다. 실제 제주가 아시아 NO.1의 기항지로 성장하는데 있어 중국 관광객의 유입은 큰 보탬이 됐다.

그랬던 중국이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한국으로의 관광객 유입을 차단하자 2017년 크루즈 관광객 수는 18만9732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00만명 이상 줄어들었다. 6200억원에 달했던 관광소비액도 980억원 수준으로 토막 났다. 중국의 한한령은 2022년 오늘날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

2019년에는 두번째 위기인 코로나19의 습격에 직면했다. 코로나19에 다른 영향은 비단 동아시아 시장만의 악재는 아니었다. 전세계적으로 크루즈산업은 대위기에 직면했고, 최근에야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서는 중이다.

크루즈 산업의 위기는 자체 시장의 문제가 아닌 정치와 방역·보건 등 외부요인에 있어 치명타를 맞았다.

제주항 크루즈선 부두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항 크루즈선 부두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회복세 완연한 전세계 크루즈 시장, 동아시아는 보수적

코로나19 이후 아직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의 크루즈 기항은 '0건'이다. 당장 동남아 시장만 하더라도 크루즈 관광이 재개되고 있지만, 동아시아의 경우 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해역 건너 세계 시장의 판도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크루즈 업계에 따르면 이미 동아시아를 제외한 전세계 크루즈 시장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의 70% 이상을 회복하고 있다. 크루즈 산업이 활성화 된 유럽의 지중해, 발트해 등은 물론, 미국권에서도 시장은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크루즈라인닷컴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 응답자의 90% 이상이 1년 안에 크루즈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답한 것을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고 있다. 충성 고객층의 재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선행지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가 됐던 방역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재돼 있다.

코로나19 초창기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서 갈피를 찾지 못하고 방치된 채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크루즈 업계에게는 악몽이었다. 단순 하나의 사건이 아닌 크루즈 관광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사건으로 회고했다.

이번 국제크루즈포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방역 프로토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각 선사는 자신들이 지닌 방역 노하우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어필했다.

선상 내부에서의 검진 시스템은 물론, 백신 접종, 격리조치 등의 시설을 완비하면서 내륙 관광보다도 안전하다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신뢰가 회복되면서 시장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이다.

◇ "중국시장만 바라봐선 안돼" 새 모델 시도하는 크루즈 산업

제주시장 역시 미래시장을 대비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 제주에는 한 대의 크루즈도 기항하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들은 동아시아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세계 10대 경제대국 중 한.중.일 세 나라가 한 해역에 모여있는 동아시아는 여전히 매력적인 공략지다.

제주에는 제주항에 더해 10만톤급 이상의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는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터미널이 조성됐다. 2019년 이후 개점휴업 상태이지만, 미래 가능성을 내다보고 제주외항 2단계 건설사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미 올해 선석 배정 일정까지 다 마친 상태에서 사실상 중국 등 정치 외교적 문제만 해결된다면 곧바로 관광객 유입이 가능한 구조다. 

&nbsp;제9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제주의소리<br>
 제9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제주의소리

다만, 제주는 이전과 같이 중국 등 이웃국가만을 바라보는 구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 등 외부요인에 흔들리지 않도록 시장 다변화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이번 크루즈포럼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유럽의 크루즈 선사인 독일의 튜이(TUI)와 튜이의 파트너십 업체인 영국의 마렐라(Marella) 선사였다. 마렐라 크루즈의 경우 2023년 싱가폴을 모항으로 하는 동남아 시장 진출 계획을 확정하고 내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취항에 나설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마렐라의 경우 고객의 95%가 영국인, 5%는 아일랜드라는 점이다. 마렐라는 자체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크루즈와 항공기를 이용해 '플라이 앤 크루즈' 방식으로 상품 개발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즉, 영국의 고객을 항공기로 실어날라 동아시아 해역에서 크루즈 관광을 즐기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마렐라는 이번 포럼에 앞서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항해 일정을 구체적으로 구상했다. 다만 모항이 되는 지점을 부산으로 할지, 제주로 할지 등의 구체적인 결정 사안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포럼 과정에서도 마렐라는 제주공항의 슬롯 배정에 대한 의향을 타진하기도 했다. 제주를 단순 기항지가 아닌 크루즈 모항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마렐라의 항만 운영 책임자인 알렉스 다운스(Alexander Downes)는 "2025년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에 럭셔리 선박 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제주에 높은 관심이 있다"며 "다만, 전세기와 크루즈를 함께 구성하는 상품이 주요 상품 구성이기에 제주공항 내 전세기 슬롯 확보 여부가 필요하다"고 그 필요를 어필했다. 동아시아 허브인 제주가 크루즈산업 기항지로서의 환경조성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한 셈이다. 

◇ "단계적 기항 회복해야...적극적인 산업 전환 모멘텀 필요"

단계적인 시장 회복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잇따르고 있다. 크루즈 산업 업계가 외부 여건이 좋아지기를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소통과 협력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0년간 아시아 지역의 크루즈 시장 성장을 주도하며 손꼽히는 브랜드이자 운영사의 반열에 오른 로얄 캐리비안 인터내셔널의 지난 리우(Zinan Liu) 사장은 한국 본토와 비교적 떨어져 있는 제주에서 크루즈 기항의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기항지로서의 시작이 조심스럽다면 첫번째 스탭으로 '테크니컬 기항(Technical Call)' 개방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테크니컬 기항'이란 기항 시 사람이나 화물은 하역하지 않고 필요한 물자만 보급받는 방식이다. 접촉이 없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아무런 위해가 가해지지 않아 정부가 허락하기 훨씬 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nbsp;제9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제주의소리
 제9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제주의소리

업계에서는 첫번째 스탭으로 2023년 1분기 국내 테크니컬 콜이 성사되면 2분기부터 본격적인 기항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리우 사장은 "얼어붙은 동북아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점진 적인 국가 간 협약이 필요하다"며 "무작정 기다려서는 안된다. 본격적으로 정부 간 대화를 추진해 크루즈 산업의 모멘텀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을 출범시킨 주역으로 크루즈포럼 조직위원장과 아시아크루즈리더스 네트워크(ACLN) 초대 사무총장을 역임한 김의근 제주국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100만명이 넘은 크루즈 관광객이 제주로 올 때 이미 양적 성장을 이룬 만큼 앞으로는 질적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한 시스템과 제도를 갖춰나가야 한다"며 "아직 요원하다 해도 제주는 해양수산부 등과 기항지 개방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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