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한가위 단상…탐욕에 ‘영원한 안식처’ 곳곳 시름

영원한 안식처, 원초적 평등의 공간인  우리네 고향이 도대체 만족을 모르는 각종 탐욕에 의해 시름시름 앓고있다. 죄다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공간적 범위에 있어서도 육·해·공을 가리지 않는다. 과연 우리는 훗날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그래픽=한형진 기자] ⓒ제주의소리 
영원한 안식처, 원초적 평등의 공간인  우리네 고향이 도대체 만족을 모르는 각종 탐욕에 의해 시름시름 앓고있다. 죄다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공간적 범위에 있어서도 육·해·공을 가리지 않는다. 과연 우리는 훗날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그래픽=한형진 기자] ⓒ제주의소리 

‘그곳’에서 비교 또는 경쟁 따위는 무의미하다. 간혹, 출세한 사람의 우쭐거림이 있다고 해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에 속한 사람도 그곳은 포근하게 감싸준다. 그래서인지 때가 되면 누구나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때’는 명절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귀소본능이 작동한다. 더러는 고향을 궁극의 회귀 지점으로 삼기도 한다. 이 때는 수구지심에 가깝다. 원초적 평등의 공간. 마음의 안식처. 바로 고향이다. 

고향은
늘 가난하게 돌아오는 그로 하여 좋다. 
지닌 것 없이
혼자 걸어가는
들길의 의미.
- - - - - -

‘찬란한 슬픔’식(式) 표현이랄까. 애잔하다. 고향을 이렇게도 묘사할 수 있구나 싶다. 이형기 시인은 <들길>에서, 고향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공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어머니 품과도 같은. 

얼마만인가. 고향으로 달려갈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고향행을 막았다.  

방역 정책에 대한 평가는 보류하겠다. 

그새 또 달라졌다. 거리두기가 곧 사랑과 배려인 시대도 저물었다. 올해 추석 연휴엔 모임 인원 제한이 풀린다. 모처럼 가족, 친지, 죽마고우들이 눈치보지 않고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겠다. 

올해도 당부는 있었다. 고향 방문 전 가급적 백신을 접종하고, 방문 중에는 되도록 짧게 머물도록 권유했다. 일종의 부조화가 읽혀진다. 

추석 하면 보름달이다. 연중 보름달은 열 두 번 뜬다. 그 중에서도 한가위 보름달이 유난히 크고 환하다고 했다. 이름하여 팔월대보름이다. 착시현상과 굴절, 낮은 습도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과학적’인 분석도 있다. 모르는게 없는 세상이다. 

올해는 한가위 보름달이 온누리를 고루 고루 비춰졌으면 좋겠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기약하며 제주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지금 우리들의 고향은 안녕하신가? 

가치관 혹은 세계관의 변화, 장례문화의 변천 등으로 과거에 비해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고향은 많은 이들이 사후 거처로 선택하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그 영원한 안식처가 언제부턴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죄다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발톱을 감춘 이들에 의해 사유화의 제물이 되고 있다. 이러다간 어느 곳 하나 남아나지 않을 판이다. 공간적 범위에 있어서도 육·해·공을 가리지 않는다. 

매번 당하면서도 그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냉정히 돌이켜보자. 일찍이, 모두의 삶을 살찌우겠다고 큰소리친 사업 치고 끝까지 명분을 살린 경우가 있었는가 말이다. 늘 챙기는 쪽은 따로 있다. 결과적으로 업자들의 노림수에 놀아난 사례가 부지기수다. 

민심은 오래전에 기울었는데 아득바득 제주 제2공항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눈물겨운 노력에는 또 어떤 꿍꿍이가 숨어 있는가. 누군가의 이익을 반드시 지켜줘야 할 이유라도 있나. ‘누군가’는 누구인가. 

제주도민이라고 말하지 말라. 도민의 과반은 ‘제2공항 반대’이다. 그 누군가로 인해 지역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출향민들은 회귀 목표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내년 예산 173억원에 주목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제2공항 예산은 매년 300억~400억원씩 편성됐으나 집행되지는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이번에도 관성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문제는 과도한 집착이다. 도저히 치유가 불가능하게 보였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상의 하자를 보완할 수 있다고 국토부는 강짜를 부렸다. 수억원의 ‘보완 가능성 용역’ 끝에 내린 결론이다. 여태껏 그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 

억지춘향도 이런 억지춘향이 없다. 이로써 한가지는 분명해졌다. 노림수는 ‘있다’. 

제2공항 ‘판 뒤집기’를 시도한 국토부장관 원희룡이 제주도지사 재직 시절 판을 뒤집은게 또 있다. ‘제주판 대장동’으로 일컬어지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이다. 

오름 자락에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것은 아무리봐도 무리라며 제주시가 ‘수용 불가’ 판정을 내린 사업을 1년도 안돼 뒤집었다. ‘비공개 검토’,  ‘전담팀 구성’ 등을 원 지사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최측근 인사의 사업 참여, 민간사업자 수익률 논란 등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랬던 원 지사가 대선 기간에 ‘대장동 1타강사’로 이름을 날렸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부쩍 독립성을 의심받는 터라 별 기대는 안하지만, 감사원이 오등봉 사업을 들여다볼 가능성도 있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은 다름아닌 제주도다. 

신재생에너지가 ‘프리 패스 증서’는 아니다. 2030년까지 탄소없는 섬을 만들겠다는 포부는 좋으나 따질 건 따져야 한다. 환경·경관 훼손 뿐 아니라 출력 제한에 따른 경제성 논란 등 짚어야할 문제가 많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추자도를 육중한 풍력발전기로 완전히 포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썩 내키지 않는다. 마라도의 2배가 넘는 면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며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나무 수만그루를 베어내겠다는 발상 역시 이율배반적이다. 

이 참에 풍력, 태양광 등이 ‘카본 프리’라는 이름 만으로 또다른 탐욕의 도구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귀소본능을 자극하는 추석을 앞두고 거듭 묻게된다. 과연 우리는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정녕 돌아갈 곳은 있는가.  <공동대표>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