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문화공원을 지킵시다 - 릴레이 기고] (6) 박옥경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 동아시아연구소 객원 연구원, 사회인류학자 

정체성에 걸맞지않는 각종 인위적 시설물 설치로 최근 비판 여론이 높아진 제주돌문화공원의 본래 조성 취지를 되돌아보게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기고를 릴레이로 싣습니다. [편집자 주]


나는 거의 60년 전(1964), 박정희 정부가 들어선 후, 부모 형제와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내가 제주를 처음 만나게 된 동기는 2010년 캐나다 연방정부에서 은퇴하고, 캐나다에서 제주로 역이민을 하신 어머니를 방문한 해였다. 그때 우연히 내가 묵고 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돌문화공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고, ‘거인 여신 설문대할망 신화’가 이 공원의 테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제주가 ‘모계사회’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나를 제주로 불러들인 것은 나의 어머니만이 아니라, 제주의 거인 여신과 그가 만들었던 모계사회인가 보다 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신기했었다.

사진 1. 『딸이 없는 집은 죽은 집이다』(Une maison sans fille est une maison morte, 2007, Paris) ⓒ 박옥경
사진 1. 『딸이 없는 집은 죽은 집이다』(Une maison sans fille est une maison morte, 2007, Paris) ⓒ 박옥경

나는 사회인류학자이다. 나의 박사학위 논문 (1986) 주제는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섬 동쪽에있는 ‘미냥까바우 종족의 모계사회’이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모계사회가 있는데, 내가 아는 최근에 나온 모계사회에 관한 책으로는 『딸이 없는 집은 죽은 집이다』(Une maison sans fille est une maison morte, 2007, Paris)라는 책이다. 이 책에는 15개의 모계사회가 소개되어있고, 미냥까바우도 포함되어 있다.(사진 1) 제주도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 두 모계사회는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여신 조상’의 존재이다. 이 세상 대부분 사회는 남성을 조상으로 가지고 있다. 한반도도 역시 남성 조상을 가지고 있고, 흔히 말하는 부계사회에서 남성 조상을 기억하는 ‘제사’라는 의례가 있다. 미냥까바우 여신 조상은 ‘분도깐두앙’ 이라고 불리고, 제주 여신은 ‘설문대할망’이라 불린다. 이 두 여신은 이사회에서 높이 존경을 받으며, 이 두 사회의 상징적, 문화적 표시에 아주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냥까바우 경우에는 이 조상여신이 거주하는 집을 ‘긴 집 - long house’이라고 한다. 이 긴 집은 아주 웅장하고, 미냥까바우 종족의 상징이다.(사진 2) 모든 중요한 의례는 이 긴 집에서 진행되며, 그때마다 여신 또는 긴 집의 여주인을 기억하게 된다.

사진 2.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동쪽에 사는 미냥까바우 종족의 여신 조상은 ‘분도깐두앙’ 이라고 불리고, 이 조상여신이 거주하는 집을 ‘긴 집 - long house’이라고 한다. 이 긴 집은 아주 웅장하고, 미냥까바우 종족의 상징이다. ⓒ 박옥경
사진 2.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동쪽에 사는 미냥까바우 종족의 여신 조상은 ‘분도깐두앙’ 이라고 불리고, 이 조상여신이 거주하는 집을 ‘긴 집 - long house’이라고 한다. 이 긴 집은 아주 웅장하고, 미냥까바우 종족의 상징이다. ⓒ 박옥경

그러면 제주의 거인 여신의 집은 무엇인가? 나는 그 집을 제주 돌문화공원이라고 생각한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제주돌문화공원은 300여 핵터의 거대한 박물관 공원으로, 자연적으로 조각된 수천 개의 돌 조각품들이 있으며, 설문대할망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여신이 누워있는 모양으로 놓여 있다.(사진 3) 이 공원의 목적은 제주의 집단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히고 있던 이 거대한 여신의 제주 ‘창조 신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웅장한 돌문화공원에는 제주의 여신 조상이 영원히 자리 잡을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있고, 매년 5월에 여신을 위한 축제까지 겸하고 있다. 2007년에 시작한 이 축제는 처음에는 2주간 진행되었으며, 현재는 4주 동안 열리는 대규모 축제가 되었다. 돌문화공원의 개념 디자이너는 지금은 은퇴하신 백운철 총괄기획단장이다. 백 단장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제주돌문화공원의 주제가 (신화 속 이야기처럼) 제주도를 창조하고 500명의 아들과 제주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거대한 여신 설문대할망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제사를 주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세상을 물질 만능으로 만들었고 그것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이제 여성들이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난장판을 치우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여성들이 그 의식을 치르기를 바란다.”(사진 4 - 9명의 여 사제)

사진 3. 제주돌문화공원 설문대할망전시관 ⓒ 제주돌문화공원
사진 3. 제주돌문화공원 설문대할망전시관 ⓒ 제주돌문화공원
사진 4. 제주 설문대할망페스티벌에서 설문대할망을 기리는 제례가 봉행된다. 이 제례는 9명의 여성 제관이 직접 봉행한다. ⓒ 박옥경
사진 4. 제주 설문대할망페스티벌에서 설문대할망을 기리는 제례가 봉행된다. 이 제례는 9명의 여성 제관이 직접 봉행한다. ⓒ 박옥경

참으로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현대화의 경향으로 점점 변해가는 모계사회 형태와 그것이 여성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제주의 한 남성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현상이다. 또 어찌 보면, 사회운동이라고도 있겠다. 그 축제를 이끌곤 했던 인류학자인 전경수 교수의 지적처럼, 인생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것은 사람들이 늘 가지고 있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거듭거듭 기념하고 논의하는 이유는 제주인들의 ‘정체성의 재발견’을 위한 것이다.
 
제주인의 ‘정체성’이란 주제는 지난 60여 년 동안 제주학자들과 제주인들의 담화 속에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나는 발견했다. 너무도 흥미로웠다. 이 조그마한 변두리에 위치한, 세계 사람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섬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노력을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2015년에 나는 제주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하기로 결심하고, 연구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스위스에 있는 한 재단(Barbier-Mueller Museum Cultural Foundation)에서 연구비를 받았다. 이 프로젝트를 만들기 전에 약 9개월 간 제주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 그리고 제주대학교에서 4번 여름 강의(2011~ 2014년)했었다. 이 짧은 시간에 읽고 제주에 대해 배운 것을 몇마디로 추리자면, 제주의 오랜 힘든 역사(탐라왕국의 멸망과 고려, 몽골의 제주 점령, 조선왕조의 제주에 대한 핍박, 일본의 점령, 4.3 사건과 6.25 전쟁에서 겪은 분단과 아픔), 오랜 식민지 역사에서 발생한 중앙과 변방의 관계, 변방인의 쓰라림과 제주인들의 자신에 대한 정체성 찾기, 바깥세상으로 연결하고 나가고 싶은 갈망, 미래의 제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들이었다. 또한 이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제주의 여성들, 특히 잠녀(해녀)들과 제주의 무속 신앙과 신화들이었다. 너무나도 귀중하고 소설 같은 얘기였다. 이 이야기를 바깥사람들에게 꼭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2016년 3개월간 현지답사 후에, 일년 안에 책을 쓰는 것을 조건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 책이 2018년에 이 재단에 의해서 영어와 불어로 출판되었다. 제목은 『제주 잠녀, 신유교사상과 이중신화』(The Jamnyo of Jeju, the Women Divers of Korea and the Neo Confuciansm, A Dual Mythology)(사진 5). 한국말 번역본은 준비 중이다.

사진 5. 『제주 잠녀, 신유교사상과 이중신화』(The Jamnyo of Jeju, the Women Divers of Korea and the Neo Confuciansm, A Dual Mythology) ⓒ 박옥경
사진 5. 『제주 잠녀, 신유교사상과 이중신화』(The Jamnyo of Jeju, the Women Divers of Korea and the Neo Confuciansm, A Dual Mythology) ⓒ 박옥경

또 하나 더 흥미 있는 현상은, 제주 사회에서 여성과 거인 여신의 역할에 대한 백운철 단장의 인식이 생태학과 페미니즘을 결합하여 1970년대에 형성된 에코-페미니즘과 다소 유사하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차별을 통해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가 자연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자본주의적인 생산 방식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들은 여성에 대한 억압과 자연에 대한 억압을 그들이 반대하는 쌍둥이 억압으로 정의했다. 에코페미니즘의 개념은 나의 책에서 논의된 잠녀들의 역사와 가치 체계와 밀접하게 일치한다. 잠녀들은 일본의 야심찬 ‘범아시아주의’ 계획의 일부인 일본 식민주의에 대항하여 싸웠고, 혹독한 자연 착취 - 제주 잠녀들의 생계의 원천인 바다는 일제가 필요한 많은 (해초 감태로 만들어지는) 화약을 제공했다- 에 맞서 싸웠다. 스쿠버 다이빙을 허용하고 고의적인 임금 통제를 통한 잠녀 노동력 착취를 가능하게 한 일제의 천연자원 과도 사용 문제는 20세기 초 잠녀들이 직면해야 할 문제였다. 

이제 21세기에, 잠녀들은 바다 오염과 같은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시장 경제와 같이 생산량 문제만 놓고 본다면, 스쿠버 다이버 1명의 어획량은 잠녀 20명의 어획량과 맞먹는다. 잠녀들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영역에서 스쿠버 다이빙 사용을 피하고 매년 씨앗을 심으면서 천연자원을 보존하고 보호한다. 잠녀들의 집단 결정은 천연자원이 지속적으로 재생되도록 한다. 잠녀의 재산의 기반은 개인의 물질 능력이나 그들이 채취한 해산물 양이 아니라, 천연자원의 지속적인 회복이다. 소생이다. 잠녀들이 삶의 신조로 삼아 살아가는 무언의 좌우명은 ‘공존, 공동 번영, 공동 이익’이다. 개인 이익은 공공의 이익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 

인류학자 조한혜정씨가 지적했듯이, 잠녀들은 우리에게 인간과 자연의 공생 관계가 가능한 삶의 모델을 보여준다. 세계가 더 많은 기후변화를 경험함에 따라, 작고 고립된 지역사회가 더 극단적인 조건과 신자유주의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재생을 위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제주의 여성들과 같은 단체들이다. 제주의 잠녀는 가족을 먹여 살리는 데 필요한 것만을 바다에서 겸손하게 가져가는 지혜를 수 세기 동안 가지고 있다. 돌문화공원의 설문대할망 축제와 9명의 여제사는 제주의 잠녀들이 매일 매일의 삶에서 보여주는 지혜와,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가르쳐주는 상징적, 문화적 보배이다. 이 제주의 보석이 세계기관인 UN이 말하는 ‘양성평등정책’과 유사하다. 거의 200여 국가들이 시인하는 정책이다. 제주가 이 보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돌문화공원이 보여주는 이러한 제주의 독특한 정체성을 이 섬나라 사람들이 지켜나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세계 사람들의 관심거리다. / 사회인류학자 

ⓒ 박옥경
ⓒ 박옥경

 

박옥경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 동아시아연구소 객원 연구원 (2011~현재)
캐나다 연방정부, 국제 협력 기관, 사회 발전과 남녀평등문제 고문 (1987~2010년)
캐나다 퀘벡 라발대학 사회인류학과 박사학위 (198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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