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96) 이 가을, 아름다워지고 싶으면 책을 읽어라

아름다워지고 싶은가? 먼저 당신의 마음밭을 가꾸어라. 냉철한 지성의 물을 주고 따스한 덕성의 햇빛을 받으면 찬란한 아름다움의 꽃이 피어나리라. 사진은 추석 인사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건희 여사. 출처=대통령실 공식 페이스북 영상 캡쳐. 
아름다워지고 싶은가? 먼저 당신의 마음밭을 가꾸어라. 냉철한 지성의 물을 주고 따스한 덕성의 햇빛을 받으면 찬란한 아름다움의 꽃이 피어나리라. 사진은 추석 인사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건희 여사. 출처=대통령실 공식 페이스북 영상 캡쳐. 

① 링컨

링컨 대통령이 참모가 추천한 장관 후보자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젓자, 참모가 물었다. “못 생겼다고 인재를 버리시렵니까?”

링컨; 못 생겼다고 그러는 게 아니고. 사람은 마흔 살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오. (후보자의 얼굴에 사악한 기운이 있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본다)

②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빈치가 명작 ‘최후의 만찬’을 그리려고 모델을 찾던 중, 가장 선한 얼굴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을 발견해서 예수의 얼굴로 그렸다. 그 후, 열한 제자를 모두 그렸지만 유다의 이미지를 가진 얼굴은 찾기가 어려웠다. 어떤 사람이 극악무도한 사형수 가운데 골라보라고 하자, 마침내 그런 자와 만났을 때 그가 말했다.

사형수; 다빈치님! 절 몰라보시겠습니까? 몇 년 전에 제가 예술의 모델이었지 않았습니까?

그는 우연히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수로 변신해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얼굴은 변화무쌍한 것이다. 그런데 누가 ‘너 몰라보게 변했구나’ 하면 욕이고,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 하면 칭찬으로 여기라.)

③ 코코 사넬

서구에서 향수와 화장품, 20세기 여성 패션의 선구자였던 샤넬. 

샤넬; 스무 살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고, 쉰 살 얼굴은 삶이 만들어준다. 

얼굴은 한 인간의 이력서요 자서전이다. 얼굴에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역정이 다 담기는 것이다. 걸인들의 친구였던 프란치스코는 천사의 얼굴을, 연쇄 살인범과 도둑놈은 악마의 얼굴을 지니게 된다. 

④ 역술가의 관상

어느 역술가가 거리에서 한 노신사를 만났는데, 입성은 고급스러우나 얼굴은 천기가 흐르고 빈복할 상이다. 호기심에 노신사의 신원을 알아보니 어떤 교회의 장로였다.

역술가; 어이쿠! 팔자도 하느님 앞에서는 맥을 못추는 구나!

온 우주만물을 창조하고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전지전능하고 무소부재하며 환난 중에도 위로가 되는 하느님은 가난을 부모로, 불운을 행운으로 바꾸시는 분이다.

⑤ 위대한 인간의 얼굴

평생 가난하고 병든 자들의 벗들로 살았던 마더 테레사, 궁핍한 환자 돌보기를 천직으로 알았던 장기려 박사, 아프리카의 성자였던 이태석 신부, 항상 진리와 정의의 편에 서려 했던 김수환 추기경의 얼굴은 인간과 신의 모습을 합성한 얼굴이다. 인간과 신을 반반씩 섞은 얼굴은 성스럽다.  

⑥ 성형 미인의 얼굴

서울 강남에서 지하철을 타면 인형처럼 예쁘게 생긴 처녀들과 줄줄이 만난다. 하는 짓도, 생김새도 비슷비슷하다. 경로석에 앉은 한 노인이 탄식한다.

노인; 어허! 자연산이 귀한 세상이로고… 인물도 먹거리도 자연산이 최곤데.

성형미인들은 껍질 벗긴 삶은 계란처럼 미끈하고 야들야들하지만 우아하거나 아름답진 않다. 대저 고상하고 기품이 있는 아름다움이란 내면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일 년에 책 다섯 권도 읽지 않는 텅 빈 머리가 그대로 얼굴에 천박한 욕심꾸러기의 모양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얼굴에 칼질해서 만든 조화(造花)는 생화(生花)의 향기와 생기가 없다. 그래서 조화는 쓰레기통 속에 처박아 버리고 싶지만, 생화는 한 번 더 쳐다보고 안아주고 싶어진다.

참된 아름다움은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의 자연미에서, 수많은 독서와 명상에서 거친 지성미에서, 봉사와 헌신, 선행을 실천하는 덕행에서 발현되는 것이라 믿는다.

⑦ 대통령의 지인지감(知人之鑑)

중국과 우리나라 왕조시대의 관리 등용조건은 신언서판(身言書判), 곧 신수·말씨·문필·판단력인데 첫째 조건이 신수(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기운)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장관을 갈아치우고 대통령실 직원 20%를 교체한다고 난리 법석을 떠는 건 신수를 보지 않았거나 볼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자님은 군주(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으로 지인지감(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꼽았다.

가장 크다는 말은 중요하고 기본적인 덕목이라는 건데, 기본을 모르는 사람에게 다른 일을 잘 하기를 바라는 건 연목구어에 다름 아니다.

인사는 만사이고 모든 인사는 지인지감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이걸 모르니 안타깝다.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출발이 좋아야 끝이 좋은 법인데 집안싸움에 허송세월하고 있으니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다.

대통령이 ‘정치인은 희망을 파는 상인’이라는 경구를 늘 가슴 깊이 새겼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 글의 결론은 이렇다. 아름다워지고 싶은가?

먼저 당신의 마음밭을 가꾸어라. 냉철한 지성의 물을 주고 따스한 덕성의 햇빛을 받으면 찬란한 아름다움의 꽃이 피어나리라.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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