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제주포럼] 생태위기 극복 위한 '생태법인' 부여방안 논의

15일 열린 제17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기후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자연과 인간의 공존모델' 세션. ⓒ제주의소리
15일 열린 제17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기후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자연과 인간의 공존모델' 세션. ⓒ제주의소리

'제17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생태계 보호를 위해 동식물에 법인을 적용하는 일명 '생태법인(Eco Legal Person)' 도입 가능성이 논의됐다. 그 첫 시작으로 제주 연안의 국제보호종인 '제주남방큰돌고래'에 생태법인을 부여하자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포럼 둘째날인 15일 오후 5시10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한라홀에서 '기후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자연과 인간의 공존모델'을 주제로 한 환경세션을 진행했다. '제주의 생태법인 모색을 중심으로'를 부제로 생태법인 도입 가능성을 점쳤다.

주제발표에 나선 진희종 제주대학교 강사는 "현 세대가 기후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을 떠안게 된다"며 "이 위기의 근원은 자연을 대하는 인류의 오랜 인간중심적 자연관이 뿌리를 두고 있다. 기후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태법인 제도는 인간 이외의 존재 중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대상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 법치주의에서 사용하는 개념을 도입해 자연에도 법적 권리 주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진 강사는 "근대 법치의 근간은 인간사회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인간이나 기업 등의 대상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제도"라며 "법인의 대상과 내용은 역사의 진보와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점차 다양해지고 확장됐다. 기업이나 학교 등을 대상으로 한 법인이 자연으로 확대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생태법인 도입이 용이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법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 강사는 "자연의 권리는 학술적 주장이나 선언만으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 모든 동물 혹은 자연의 존재가 당장 권리를 갖게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생태법인의 구체적인 적용 대상의 하나로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제시했다. 현재 제주 바다에 120마리 정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방큰돌고래가 법인격을 갖게 된다면 돌고래의 온전한 삶을 지탱하는데 필요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된다는 주장이다.

진 강사는 "생태법인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돌고래가 자신의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없을 것이다. 기존의 사법체제에서는 관리하기도 어렵다"며 "생태법인의 대상과 권리, 후견인 지정과 역학 등을 규정할 '생태법원'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생태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법인이 법 제도에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는 자연의 권리가 향후 헌법 개정에 포함돼 생태법인의 헌법적 지위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진 강사는 "생태법인 제도는 남방큰돌고래 뿐만 아니라 국내외 생태적 가치가 큰 대상이나 동식물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태법인 대상이 많아질수록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과 태도가 생태지향적으로 전환된다"며 "지구촌 모든 국가와 지역공동체에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고 활용하는데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클라우스 보셀만 오클랜드대학교 교수는 최근 뉴질랜드에서 진행된 유의미한 변화의 사례를 소개했다.

보셀만 교수는 "세계적으로 자연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뉴질랜드에는 아직 헌법은 없지만 관련 법규가 마련됐고, 서구권 국가 중 처음으로 자연에 대한 법인격을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뉴질랜드는 지난 2017년 뉴질랜드 북쪽섬에 위치한 왕가우니 강에 법적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법인격을 인정했다. 자연의 권리와 의무를 인정한 세계 최초의 입법 사례다.

보셀만 교수는 다른 나라의 사례로도 "독일에서도 헌법에 자연과 생태계에 법인격을 인정하기 위한 수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도 수백개의 조직이 지원해주고 매체에서도 적극 다뤄지면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인류차원의 시각이 아닌 자연을 동격으로 본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구체적 진전 내용을 소개했다.

또 "현재 유엔에서 진행되고 있는 환경신탁제도 역시 유엔 회원국의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유사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지구 전체가 환경에 대한 보호 의무를 지니는 시도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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