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공동체 시민원탁회의 개최, '만남과 연결' 주제 지역 교육해법 논의

17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더원호텔에서 열린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원탁회의'. ⓒ제주의소리
17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더원호텔에서 열린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원탁회의'. ⓒ제주의소리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은 어느 때부턴가 빛바랜 옛말이 됐다. 첨단화·고도화된 사회는 역설적으로 아이의 교육을 부모와 가정의 몫으로 돌렸다. 마을은 커녕 옆집의 이웃과도 말 한마디 나눠보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함께하는 교육의 가치는 더욱 증대되고 있다. 그리고 단순 '내 아이'가 아닌 우리의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100인의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시민 원탁회의'가 17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더원호텔 연회장에서 '제주교육공동체의 만남과 연결'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원탁회의는 시민들이 주체가 돼 함께 만들어가는 행사로 기획됐다. 특정 단체나 기관이 주최하는 것이 아닌 행사 참가자 전원이 주최자라는 취지다.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 원탁회의 추진팀과 분임 토의를 담당하는 퍼실리테이터는 모두 시민 활동가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제주도교육청이 직접 관여한 것은 장소 대여 정도일 뿐, 자발적 시민들의 참여가 주된 원동력이 됐다.

17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더원호텔에서 열린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원탁회의'. ⓒ제주의소리<br>
17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더원호텔에서 열린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원탁회의'. ⓒ제주의소리
17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더원호텔에서 열린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원탁회의'. ⓒ제주의소리<br>
17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더원호텔에서 열린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원탁회의'. ⓒ제주의소리

참여한 100인의 참여자들은 교육계 종사자 뿐만 아니라 학부모, 마을활동가, 문화예술, 시민사회 등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이었다. SNS를 통해 선착순으로 이뤄진 원탁회의 참가 신청이 불과 2일만에 마감될 정도로 원탁회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원탁회의의 핵심 키워드는 '교육공동체, 만남, 연결, 연대, 지지, 응원' 등이다. 12개의 분임으로 나뉘어진 100인의 시민은 교육과 관련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교육공동체의 연대와 활성화에 대한 생각 등을 2시간에 걸쳐 공유했다.

토론의 주제도 정형화하지 않았다. 교육과 관련한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파생되는 이야기들은 무궁무진했다. 각 시민들의 위치에서 교육과 관련한 생각들을 연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가령 읍면지역에 거주하는 학부모가 학교 밖 프로그램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면, 같은 모둠에 자리잡은 시민사회 활동가 네트워크를 통한 재능기부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식이다.

참가자들은 마인드맵 형식으로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부착형 메모지에 적어넣으며 차례차례 발언 기회를 얻었다. 제주 교육에 대해 좋았었던 점도 나눴지만, 아쉬웠거나 불편했던 점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꺼내놨다.

미을공동체와 교육이 연계되지 못하는 문제, 단기성 프로그램이 지속적이지 못한 문제, 제주 내에서도 동지역과 읍면지역 간 교육의 질이 차이를 보이는 문제 등이 심도있게 다뤄졌다.

한 학부모는 "읍면지역은 교육 시설이나 인력, 프로그램 등에 있어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프로그램도 단기적, 단발성으로 진행되다보니 한계가 있다"며 "시골 마을은 교사나 강사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다 체계적인 지역별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은 "아이들이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과거에 비해 애향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라며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은 부모와 마을이 함께 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더원호텔에서 열린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원탁회의'. ⓒ제주의소리<br>
17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더원호텔에서 열린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원탁회의'. ⓒ제주의소리
17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더원호텔에서 열린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원탁회의'. ⓒ제주의소리<br>
17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더원호텔에서 열린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원탁회의'. ⓒ제주의소리

다른 참가자들은 굳이 해답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경청하는 시간을 이어갔다. 어려움을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판단 아래 '모든 의견은 동등하게 소중하다'는 모임의 대원칙을 지켜나갔다.

현직 교사들도 속으로만 앓고 있던 고민들을 보다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육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었던 경험, 교권 추락으로 인한 학생 지도의 어려움 등을 가감없이 전했다. 교원의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의견을 나눴다. 

새롭게 제시된 과제도 다양했다. 마을의 인적자원을 활용해 내 고장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을 정례화하자는 의견부터 소외되고 방치된 아이들을 돌보는 사회망 구축 등의 담론은 물론, 학생 보이스피싱 교육, 장애인 학생 대입 지원 등 보다 미시적 관점에서의 과제들도 다뤄졌다. 

참가자들은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과제를 나눈 이후에는 서로를 위한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공식적인 토론 시간이 모두 끝났음에도 한참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응원차 방문한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기존의 100인의 원탁회의는 각 지역을 살리기 위해 고안된 방법으로 알고 있는데, 교육에도 접목시킨다는 것은 정말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귀가 번뜩 뜨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 교육감은 "교육감이 미처 알지 못한 새로운 생각이 나올 수 있고, 교육에 관계된 난제를 해결하는 방법, 각 지역의 교육에 대한 여론도 알 수 있는 등 접근법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좋은 의제나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시고, 예산이 필요하면 절차에 따라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제주도에서도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이 현장에 참여해 축사를 전하며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원탁회의 추진팀 관계자는 "우리 주변에는 제주의 마을을 모두의 배움터로 만들어가기 위해 직접 실천하시는 분들이나 함께 참여하고 싶은 분들이 많이 있다.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학교를 넘어 지역과 마을을 아우르는 교육공동체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논의된 사안들은 정리 후 구체화 해 정식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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