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성장 위주 패러다임 버리고 새로운 제주 가치 심어야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오영훈 지사가 진단했듯 현재 제주의 위기를 만든 핵심원인중 하나인 인위적인 개발과 성장위주 패러다임을 과감히 던져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오영훈 지사가 진단했듯 현재 제주의 위기를 만든 핵심원인중 하나인 인위적인 개발과 성장위주 패러다임을 과감히 던져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제주’

오영훈 도정이 꿈꾸는 제주비전이다. 모든 비전이나 구호가 그렇듯 좋은 말과 뜻이 모여 희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람과 자연이 모두 행복한 사회가 과연 가능할까. 그리고 가능하기위한 조건은 무엇인가에 생각이 닿으면 아득해진다.

인류는 살아오면서 좀 더 행복하기위해 아등바등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 끊임없는 발전 과정을 거치며 먹을거리를 해결하고 교통과 통신, 과학기술, 의료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살만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더 행복한가라는 주관적 판단과 논란은 남겼지만 인류는 놀라운 생산력 향상과 함께 발전해왔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었다. 인류는 수백년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루는 대신 수억년을 이어온 자연환경을 대가로 치렀으며 그로인해 심각한 환경파괴 시대를 맞고 있다. 

불과 수백년 사이 인간 때문에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됐으며 지구온난화와 이로인한 재앙은 우리에게 지속가능성이라는 과제를 안겼다. 지구상 동식물들에게 행복한가를 묻는다면 분명 우리 인간들과는 다른 대답이 있을 것이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고 모두 행복한 제주를 만드는 일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과 사회를 전제한다. 인간 중심 사고에서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인간을 제외한 자연계 생명체에도 인간처럼 고유한 생명체로 존중하고 권리를 부여하는 일이다. 자연환경을 희생하며 그것을 통해 공짜로 누렸던 점심이 이제는 끝나고 앞으로 청구되는 비용을 모두가 부담해야하는 시대가 왔다.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제주라는 꿈을 이루기위해서는 지금까지 내지 않았던 비용을 치러야 한다. 오영훈 도정 다함께 미래로 공약실천위원회가 지난 8일 출범해 공약세부 실천계획을 만들고 있다. 오영훈 지사가 내세운 주요 환경관련 공약은 제주형 생태계서비스 지불제와 환경보전분담금, 글로벌 탄소중립도시 조성이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생물다양성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0년부터 시행되는 제도다. 습지나 강, 철새보호지 등 생태 우수 지역을 보전하고 증진활동을 하는 주민이나 토지주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는 제도다. 제주형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곶자왈과 오름, 습지 등 제주지역 환경여건에 맞게 시행한다. 규제만이 아닌 보상을 통해 지역주민 소득을 높임으로써 도민들이 개발압력을 극복하고 제주자연환경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환경보전분담금은 제주도가 10년 넘게 끌어온 오래된 과제다. 늘어나는 제주방문객으로 갈수록 훼손되는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해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부과되는 분담금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위해 사회 전부문에서 선도적으로 탄소중립을 이루는 2050 글로벌 탄소중립제주 조성도 공약했다.  한 때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고 필요성을 두고 논란도 있었으나 지금은 공약 대부분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10여년 사이 제주도가 환경파괴로 인한 피로감과 위기감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기도하다.

하지만 오영훈 지사가 내세운 공약들이 현실화 되고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제주로 나아가는 데는 쉽지 않은 과제들이 즐비하다.

생태계서비스 지불제가 성공하기위해서는 자연자원을 개발함으로써 누리는 혜택 보다 생태계를 보전하고 그 대가로 받는 지원과 가치가 크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또 지불제 시행을 위한 중앙정부 예산은 2026년까지 6,600만원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관련 예산을 사실상 제주도가 부담해야하는 상황이다. 보전해야할 자연환경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주로서는 토지주나 지역주민을 위한 보상비가 적지않게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이를 위한 예산확보가 중요한 과제다.

환경보전분담금은 실제 도입까지 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난 1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주환경포럼에서도 환경보전분담금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환경오염원인자부담금 성격인 환경보전분담금이 기존 환경 관련 부담금과 중복되는 문제가 있고 제주외 다른 지역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관광객마다 환경오염 발생량이 다른데 이를 공정하게 부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조성된 기금을 하수 처리시설 등 환경시설 확충에 쓸 것인지 생태계 복원과 관광객 편의에 집중할지도 결정해야 하는 과제다.   

탄소중립도시로 가는 길은 기존 경제와 산업, 에너지, 노동, 복지 정책 등 사회전반에 전환을 이루는 일이다. 코로나19 등 재난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됐듯 탄소중립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노동자나 농민, 소상공인들이 겪는 피해를 최소화해야하는 과제도 있다.

지난해 9월에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서 강조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준비함으로써 탄소중립도시 전환이 또 다른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오영훈 지사가 제시한 비전과 환경관련 공약들은 당위성과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85%에 가까운 도민들이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찬성할 만큼 환경에 대한 도민의식은 변화했다. 인간중심에서 생태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거대한 흐름이자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연 혜택 또한 영원히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누군가 대가를 치러야한다.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든 환경보전 분담금이든 누군가 그 비용을 지불해야 작동이 가능한 제도다. 탄소중립사회로 전환을 이루는데 드는 비용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자연은 공짜라는 의식에서 벗어나 모두를 위한 공공자원이며 마땅히 사용대가를 치러야한다는 인식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또 누군가 겪을 수 있는 소외나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더욱 정의롭고 공평한 부담 방식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공약 성공은 도정에 대한 도민 신뢰가 출발이다. 제주 자연환경을 위해 내가 내는 비용이 의미없이 쓰인다거나 그 결과를 확신할 수 없을 때 도민은 외면하고 기피한다. 도민사회 갈등만 남기고 좌초된 국립공원 확대 공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나 환경보전분담금제도가 시행되는 뒤편으로 곶자왈과 중산간을 갈아엎는 개발사업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와 참여는 불가하다. 오영훈 지사가 진단했듯 현재 제주의 위기를 만든 핵심원인중 하나인 인위적인 개발과 성장위주 패러다임을 과감히 던져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도정 철학과 정책으로 도민과 제주를 사랑하고 찾는 방문객에게 새로운 제주다운 가치를 심어주어야 한다. / 김효철 객원논설위원,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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