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시인 김공호는 최근 새 시집 ‘달팽이 시인’(시와정신사)을 펴냈다.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 3부에 걸쳐 시 작품 46편을 실었다. 송기한 문학평론가(대전대 국어국문과 교수)는 해설에서 “김공호 시인의 작품들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하지만 그러한 정밀함 속에는 새로운 지대를 향한 열망도 담겨져 있다. 그래서 그의 시들은 밖으로 뻗어가려는 파장이 드세게 울려퍼진다”고 소개했다.

달팽이 시인
김공호

오늘도
더듬이 하나로 캄캄한 세상을 짚어나가는 시인
어두운 곳을 향해
이 밤
머리를 돌린다
갈 길이 막막한데도 가지 않으면
시를 쓸 수 없기에
온몸으로 
풀숲을 헤쳐나가며 대지에 시를 쓴다
별 하나
보이지 않은 이 밤
혼자 기어가면서
꾸불꾸불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잎과 잎들을 이어가면서
남모를 시어를 풀잎에 남기며 간다

홀로 걸어간 뒤
한 줄의 시어들이 작은 풀잎 가에 걸앉아
밝은 
내일의 삶을

움 틔우고 있다

저자는 구좌읍 송당리 출생으로 2017년 ‘시와정신’ 신인 추천 작품상에 당선돼 등단했다. 2012년부터 한라산문학동인과 화요 시 창작 동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현재 시와정신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26쪽, 시와정신사,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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