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35) nudge

nudge [nʌdʒ] v. 팔꿈치로 살짝 찌르다
솔짜기 개입허다
(살짝 개입하다)


넛지라는 간접적(indirect) 개입방식은 개인의 선택을 유도(inducement)하되 선택의 자유(freedom of choice)를 개인에게 보다 더 많이 부여한다. 사진은 2009년 발간한 책 '넛지' 표지. 사진=알라딘.
넛지라는 간접적(indirect) 개입방식은 개인의 선택을 유도(inducement)하되 선택의 자유(freedom of choice)를 개인에게 보다 더 많이 부여한다. 사진은 2009년 발간한 책 '넛지' 표지. 사진=알라딘.

nudge의 어원은 스칸디나비아語(Scandinavian)의 nugge/nyggje “문지르다(=to rub)”이다. 영어로 차용(borrowing)되어 1670년경부터 “(주의를 끌기 위해) 팔꿈치로 살짝 찌르다(=to push slightly with the elbow)”라는 뜻으로 쓰였고, 19세기경부터는 “슬쩍 건드리면서(by a covert touch) 힌트나 신호를 주다(=give a hint or signal to)”라는 비유적(figurative) 의미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사람들은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자신이 계몽(enlightenment)이나 훈계(admonition)의 대상이 되는 걸 몹시 싫어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려 하고 하라고 하면 더 하지 않으려는 청개구리 심보(rebellious tendency)도 거기서 나오는데, 인간의 이런 성향을 염두에 두고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H.Thaler)와 법률가 카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은 넛지(nudge)라는 개념을 창안하게 된다. 

“강요(pressure)가 아닌 부드러운 개입(covert intervention)으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함”을 뜻하는 이 넛지라는 간접적(indirect) 개입방식은 특정한 방향으로 선택을 하도록 인센티브(incentive)를 올려주는 직접적(direct) 개입방식과 구별되는데, 개인의 선택을 유도(inducement)하되 선택의 자유(freedom of choice)를 개인에게 보다 더 많이 부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넛지효과(nudge effect)의 대표적 사례로는, 학교 영양사(nutritionist)가 교내 식당에서 음식의 위치만을 바꿈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건강에 이로운 음식(healthy food)을 더 많이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던 실험(experiment)을 들 수 있다. 음식의 종류는 바꾸지 않고 음식의 진열(display)이나 배열(arrangement)만을 바꿔도 특정 음식의 소비량이 25% 정도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화장실(toilet) 관리자가 소변기(urinal)에 파리(fly) 한 마리를 그려 넣었더니, 소변기 밖으로 새는 소변량의 80% 줄어들었다는 흥미로운 보고도 있다. 소변을 보는 남성들이 ‘조준 사격(aimed shot)’을 하는 재미로 파리를 겨냥한 결과인 것이다. 

반면, 최근 많은 기업이 소비자(consumers)의 이익은 뒤로 하고 기업만의 이익 창출(profit-making)을 위해 넛지를 이용하는 사례도 종종 일어난다. 이러한 행동을 ‘피싱 사기(Phishing)’라고 하는데, 소비자가 손해(damage)를 볼 수 있는 주의사항(precautions)을 작게 표시하기, 유료 이용(paid use)을 무료(free use)처럼 보이게 하는 유도 방식 등은 넛지를 악용(abuse)하는 예라고 볼 수 있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의 실천 이론이라 할 수 있는 넛지는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지만, 넛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의 비판(criticism)은 주로 인간의 ‘자유 의지(free will)’에 대한 것이다. 예컨대, 보통의 사람들은 서비스 제공자(service provider)가 만들어 놓은 틀(framework)안에서 선택을 하고 있으며,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는 서비스 이용자들의 동선(line of moving)과 선택 이후의 반응(response) 등에 대한 그림을 미리 그려본 후에 계획된 선택(planned choice)을 유도하게 되므로 절대로 중립적인 위치(neutral position)에서 설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자, 정치인, 기업들과 같은 엘리트 집단이 대중의 비이성적인(irrational) 행동 패턴을 알아내고 그에 따라 그들의 선택을 조종(operation)하는 데 관심을 갖는다면, 거기서 도출되는 결과들이 과연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유의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낳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의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들(public organizations)의 플래카드(placard)는 노골적인(outright) 계몽과 훈계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그런 메시지들에 대해 “감히 누굴 가르치는 거냐(How dare you teach us)?”고 반발하는 대중 심리(mass psychology)가 있지만, 그걸 교묘하게 이벤트(event)나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등의 형식을 취해 주입(infusion)시키면 금세(soon) 열광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현실이다. 거기에 금력과 권력을 가진 쪽의 포장술(packaging)은 갈수록 정교해지고(become sophisticated) 그걸 갖지 못한 쪽에서는 대중의 지지(support)와 인기(popularity)를 얻어내기 위해 독설(biting remarks)과 풍자(satire) 위주의 담론(discussion)으로 흐르게 되니,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넛지의 딜레마(dilemma)는 우리 시대의 계몽과 설득(persuasion)이 처해 있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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