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제주와 자치 이야기] (9) 표심 반영, 승자독식 타파 필요

2024년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 같으면 제주도민들은 3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제주갑, 제주을, 서귀포의 3개 지역구에서 각각 뽑게 된다. 

지금은 3개 지역구 모두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현역 의원이다. 제주도의 경우, 2004년 17대 총선 이후에 치러진 4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속으로 민주당 계열 정당이 국회의원을 독점하고 있다. 

  승자독식의 국회의원 선거방식

워낙 승자독식의 선거방식에 익숙하다 보니, 이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따져보면 문제가 있다. 

2020년 총선 당시에 민주당 지역구 후보들이 제주도 3개 지역구에서 얻은 평균 득표율은 52.9%였고, ‘국민의 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 후보들이 얻은 평균 득표율은 40.2%였다. 그런데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투표한 표는 모두 사표가 된 것이다. 

정당득표율로 보더라도, 민주당과 국민의 힘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당시에 민주당 계열인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정당득표율은 36.13%였고 ‘국민의 힘’ 계열인 미래한국당이 얻은 정당득표율은 27.70%였다. 

만약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의 선거방식이 아니었다면, 제주도 국회의원 3명은 어떻게 배분되었을까?

전 세계의 선거제도는 크게 ①지역구에서 1등한 사람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다수대표제) 방식과 ②정당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2020년 전까지는 300명 국회의원 중에 253명은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방식으로 뽑고, 47명의 비례대표 의석을 장식품처럼 덧붙이는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소선거구제와 유사한 선거제도로 분류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20년 총선 직전에 ‘반쪽짜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꾼 상황이다. 

그러나 OECD 국가 중에 3분의 2 이상은 비례대표제를 선거제도로 채택하고 있다. 

사실 표심을 제대로 반영한다면 2020년 총선에서 제주도의 국회의원 의석 분포는 민주당 2석, ‘국민의 힘’ 1석이 됐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얘기가 불편하게 들리는 분도 있을 수 있지만, 선거제도는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따져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었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피할 수 없는 개혁과제인 것이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가 현재와 같이 승자독식의 선거방식이 아닌, 더 나은 선거제도로의 개혁이 필요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가 현재와 같이 승자독식의 선거방식이 아닌, 더 나은 선거제도로의 개혁이 필요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권역별-개방명부 방식의 비례대표제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로 선거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설명이 좀 더 필요하다. 

비례대표제는 전국 단위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권역별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면, 제주도를 권역으로 해서 정당득표율에 따라 3석의 국회의원 의석을 나누는 것이다. 

이런 권역별 비례대표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에는 유권자들이 해당권역의 지지 정당에서 낸 후보 명단(권역별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보고, 지지하는 후보까지 고르는 ‘개방형 명부(Open List)’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당 후보자들 중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택한 대표적인 나라가 핀란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47석에 불과한 비례대표의 명단과 순번도 정당에서 결정해 왔지만, 그렇지 않은 방식도 있는 것이다. 

이런 개방형 명부 방식과 관련해서는 최근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권역별-개방명부 방식의 투표용지는?

만약 제주도의 3명 국회의원을 권역별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뽑으면서 ‘개방형 명부’를 도입한다면, 도대체 투표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궁금할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해 본 투표용지는 아래와 같다. 

사진=하승수
사진=하승수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에서 지지정당을 찾고, 그 정당이 낸 후보 중에서 지지하는 후보 1명을 골라서 기표하면 된다.

그러면 각 정당의 후보들이 받은 표를 합쳐서 각 정당의 득표율을 계산한다. 그리고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다. 

가령 A당이 60% 정도의 득표를 해서 3석 중에 2석을 확보했다고 치자. 그러면 A당의 후보 3명 중에 유권자의 선택을 많이 받은 사람 2명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중·대선거구제와 유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크게 다른 점은 비례대표제이기 때문에 정당득표율에 따라 먼저 의석이 배분된다는 것이다. 

즉 중·대선거구제는 후보만 놓고 투표해서 득표를 많이 한 순서대로 여러 명을 당선시키는 것이라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의 후보명단을 보고 투표하되 의석 배분은 정당별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방형 명부를 도입하면, 그 정당의 후보명단에서 누가 국회의원이 될 지를 유권자들이 직접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선거제도의 장점은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이 배분되므로 표심이 고르게 반영되고, 승자독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최종적으로 누가 국회의원이 될지도 유권자들이 직접 정한다는 것이다. 이 방식을 택하면 정당들이 정책에도 신경을 쓰지만, 더 좋은 후보를 발굴해서 내려고 노력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도 고르기 때문이다. 정당지도부가 자의적으로 공천했다가는 부메랑을 맞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소속 후보의 출마도 가능하다. 다만 당선되려면 제주도 유권자의 3분의 1 가까운 지지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3석 중 1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가 제안한 방식 외의 다른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2024년 총선을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나은 선거제도로 개혁하느냐, 아니면 후퇴하느냐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이후에 기회가 있으면 오늘의 얘기에 좀 더 보충해서 선거제도에 관한 얘기를 추가로 하려고 한다.


# 하승수

1992년 공인회계사 시험, 1995년 사법고시까지 합격한 엘리트지만,  정작 그는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참여연대 실행위원과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2006년부터 약 4년간 국립 제주대학교 법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을 맡으며 시민운동에 매진했다. 2012년 녹색당 창당에도 참여했다.

지금은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와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서 풀뿌리 지방자치를 향한 '하승수, 제주와 자치이야기'를 매월 한차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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