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지역 중대 현안…만남 회피(?) 안된다

제주 제2공항 문제를 풀기위해 오영훈 지사 측이 원희룡 국토부장관 측에 수차례 만남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중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래픽=한형진 기자>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문제를 풀기위해 오영훈 지사 측이 원희룡 국토부장관 측에 수차례 만남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중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래픽=한형진 기자>   ⓒ제주의소리 

“벼슬살이의 요체는 두려워할 외(畏) 한 자 뿐이다”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에서 새로 부임하는 수령에게 일러준 마음자세, 즉 목민관이 지녀야 할 태도 가운데 하나는 백성을 두려워하라는 것이다. 나의 밥, 나의 권력이 어디서 오는 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과도 닿아있다.

고을의 원(員)이나 수령을 일컫는 목민관은 오늘날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표적이다. 

버스가 지나간 뒤에 손 흔드는 격이어도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겠다. 권력교체기 ‘제주도지사 원희룡’은 후임자에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었을까. 

많은 이들이 느낄 것이다. ‘차마’ 그럴 수 없었다는 걸. 백성에 대한 두려움은 커녕 여러번 민의를 거슬렀기 때문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원 지사가 일찌감치 3선 도전을 포기한 것은 극과 극의 상황을 피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다행인지 모른다. 

약 7년의 재임 기간 원 지사는 식언을 많이 했다. 

늘 도민을 부르짖었으나 결정적 선택의 순간, 도민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적을 가질 때도, 불출마를 선언할 때도 그랬다. 매번 사과는 깃털처럼 가벼웠다. 

제2공항 공식 여론조사 결과를 국토부에 전달해놓고는 얼마없어 ‘판 뒤집기’를 시도했다. 더 멀게는 영리병원과 관련해 숙의형 공론조사 결과를 비틀기도 했다. 

언젠가 정치인의 다변(多辯)에 대해 글을 쓴 바 있다. 사실상 말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의 ‘말 잔치’ 위험성을 경계하는 내용이었다. 다변은 나중에 주워담기 힘들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원 전 지사가 딱 그런 경우다. 

다시 목민심서 얘기다. 책의 핵심 교훈 10가지 중 첫 번째는 말을 많이 하지 말라는 것이다. 노즉수(怒則囚, 화가 날지라도 분노를 드러내지 않고 마음 속에 가둬둔다)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누가 되었든 제주도지사 만큼은 말의 무게를 깊이 생각했으면 해서 하는 말이다. 

원 전 지사가 제2공항과 관련해 민심과 다르게 가는 바람에 갈등 해결의 호기를 놓치게 한 것도 모자라 국토부장관이 되어서도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후임 오영훈 지사가 제2공항 문제를 풀어보자며 수차례 만남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조만간 만날 것으로 알려진지 벌써 3개월 가량 지났다. 원 장관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이르렀다. 

의도적인지 아닌지, 또 다른 사정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의 상황 자체는 못내 아쉽다. 전, 현직 도지사가 지역의 중대 현안을 놓고 마주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알려진 바와 같이 원 장관은 줄곧 제2공항 건설에 찬성 입장을 보여왔다. 제2공항을 둘러싸고 숱한 의혹이 일었을 때도 “제주의 경제지도를 바꿀 것”이라며 건설의 당위성을 주창했던 그였다. 

지난 대선에서 제2공항 조속 추진을 제주지역 1호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그를 국토부장관에 앉혔다. 제주 제2공항 문제로만 보면, ‘강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아니나다를까 국토부는 원 장관 취임 직후, 지난해 환경부에 의해 퇴짜를 맞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하기로 결정했다. 드러난 하자는 중대한 것이어서 치유가 불가능해 보였지만, 국토부는 달리 판단했다. 8월말에는 내년 정부 예산안에 제2공항 사업비로 173억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제2공항에 관한 한 전, 현직 지사의 입장차는 확연하다. 부연하자면, 오 지사는 도민 이익과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앞세운다. 모호한 구석이 없지 않으나, 시종일관 ‘정상 추진’을 강조해온 원 장관과는 분명 결이 다르다.

의견이 팽팽한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머리를 맞대기는 양쪽 모두 껄끄러울 것이다. 그래도 만남을 꺼려선 안된다. 그러진 않겠지만,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한때는 목민관으로서 민심의 바다를 항해하지 않았던가. 제주도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다. 원 전 지사도 결과적으로 갈등을 방치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일말의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  

오 지사도 마냥 때를 기다려선 안된다. 그가 말한 ‘적당한 시기’는 다소 공허하게 들린다. ‘국토부가 제2공항 사업을 고시하기 전’에 의견을 내겠다는 말은 무책임하다. 사업 고시는 추진이 임박했을 때 밟는 절차이다. 정작 때를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려가 자의적인가? 갈등은 절대 묵혀둘 일이 아니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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