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형도서 재생에너지' 선정, 태양광 900kW 계획 ...道 "문제 인식, 수정 협의 중"

지난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 제주 유치를 기념하며 '탄소없는 섬' 프로젝트 일환으로 가파도에 세워진 풍력발전기. 10년 넘게 호환과 잦은 고장 등의 이유로 정상 가동되지 못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 제주 유치를 기념하며 '탄소없는 섬' 프로젝트 일환으로 가파도에 세워진 풍력발전기. 10년 넘게 호환 문제와 잦은 고장 등의 이유로 정상 가동되지 못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한차례 실패를 맛본 '탄소없는 섬' 제주 가파도에 정부의 소형도서 재생에너지 전환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다만 정부 공모사업으로 재가동된 가파도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프로젝트 세부  계획이 지역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파도 섬이 처한 현실과 맞지 않게 태양광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게 계획되었다는 지적으로, 논란이 일자 제주도는 관계기관들과 협상을 벌여 상당 부분 계획 변경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가파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행하고 한국전력공사가 주관한 '소형도서 재생에너지 전환사업' 공모 사업지로 최종 선정됐다.

이미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사업비 140억원을 투입했음에도 에너지 자급률이 20%에 불과해 반쪽 성과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소형도서 공모사업 선정은 '탄소 없는 섬' 가파도 프로젝트를 재가동할 동력을 얻은 성과로 평가된다.

이 공모 사업지 선정에 따라 제주도는 정부출연금 65억원을 지원받아 가파도 내 소규모 풍력발전기, 태양광 발전시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설비를 갖출 예정이었다.

제주도가 자체 예산 3~4억원을 들여 발전설비가 들어설 부지를 제공하면, 사업 주체인 한국전력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구성 및 예산확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구매·설치·시운전을 주관한다는 계획이었다.

종전까지는 사업의 대략적인 윤곽만 나타났을 뿐이었지만,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7일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가 김호민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임용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진행하던 중 의원 질의 과정에서 세부적인 사업내용이 드러났다.

청보리밭 위로 멈춰 선 가파도 내 풍력발전기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청보리밭 위로 멈춰 선 가파도 내 풍력발전기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강성의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화북동)은 가파도 탄소없는섬 사업 과정에 제주도가 어떤 역할도 관여할 수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새롭게 시작된 '소형도서 재생에너지 전환사업'도 같은 문제에 봉착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강 의원은 가파도 내 태양광 발전으로 900kW를 생산하겠다는 사업계획의 적절성을 따져 물었다. 강 의원은 "태양광 900kW를 생산하려면 약 1만6500 m²(약 5000평) 이상의 토지가 필요하다. 정부가 하겠다고 하면 토지매입비로 숟가락을 얹는 것이냐. 사업의 내용에 대해 제주도가 전혀 관여를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동적 태도로 말뿐인 '탄소없는 섬' 오류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로 지역 현실에 맞는 재생에너지 발전 계획 수립이 가능하도록  능동적 역할을 주문한 것. 

현재 가파도에는 기존에 운영 중이던 250kW의 풍력발전기 2기가 고장나 가동을 멈춘 상태고, 태양광은 가정용으로 설치돼 전력 생산량이 미비한 수준이다. 2000kW 분량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ESS가 설치돼 있지만,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다시 디젤 엔진을 가동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가파도의 풍력발전기 2기는 세계자연보전총회 제주 개최를 기념해 '탄소없는 섬' 프로젝트 일환으로 2012년 9월 준공됐지만,  준공 직후부터 호환 문제와 잦은 고장 등으로 최근까지도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고 폐기 수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부에 의해 최초 수립된 '소형도서 재생에너지 전환사업'의 경우 풍력보다 태양광의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공인된 소형 풍력발전기 기종이 없을 뿐더러, 기존 제주도 타 지역 풍력발전기에서 불거졌던 전력 과잉생산에 따른 '셧다운'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기상에 따라 에너지 생산량의 차이를 보이는 풍력보다는 에너지 생산치를 보다 가늠하기 쉬운 태양광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강 의원의 발언처럼 태양광 패널로 900kW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면적 5천평, 약 1만6000㎡ 토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가파도 전체 면적 84만㎡ 중 약 2%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굳이 제주 본섬에 비유하자면 제주도 전체 면적 중 노형동 행정구역 크기의 토지가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는 셈이다.

고도가 높지 않고 평평하게 이뤄진 가파도에 대규모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 상종가를 치고 있는 관광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자칫 환경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까지 우려될 수 있다.

강 의원은 [제주의소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5000평 가량을 필요로 하는 태양광을 설치해 에너지 자립섬을 만든다는 계획은 애초에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접근이었다"며 "세부적인 계획들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하는 입장에서 제주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가파도 탄소없는섬은 한때 에너지 자급률이 70%를 넘어서면서 성과를 거두는 듯 했지만, 외국산 풍력발전기의 기종이 오래되다보니 고장이 잦고, 가동하는데 소모되는 전력소모가 큰 문제가 있었다"며 "지금은 전력 소모가 크지 않은 발전기 기종도 많이 개발돼 있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주도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관계기관과의 협의의 폭을 넓혀 이미 상당 부분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가파도 탄소없는섬 프로젝트는 제주도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일거에 문제를 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제하며 "지난 3월부터 관계 기관들을 만나며 협의 방향은 정해놨다. 세부적인 사안을 놓고 검토중이지만, 기존 계획대로 태양광 설비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협상중인 사안이어서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면서도 기존 900kW에 이르던 태양광 에너지 생산량은 50kW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기종의 풍력발전기 설치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 관계자는 "가파도의 전기 사용량은 시간당 200~300kW 가량으로, 현 기술로도 자급률 100%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제주도의 의지는 확고한 상황"이라며 "탄소없는섬을 실현하기 위한 재편에 대해 상반기부터 상당 부분 협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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