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람과 바람] (7)에너지전환 과정 거버넌스, 주민수용성 증진, 개발이익 공유 역할 / 김동주 박사

바람(風)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제주의 바람은 누대로 제주의 언어, 건축, 농경, 무속, 의식주 등 모든 삶의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기후위기라는 생태적 기로에 선 오늘날에 제주 바람은 풍력에너지라는 대체에너지 자원의 사회적 성격까지 갖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풍력발전 시설 개발이 이어지면서 바람자원의 이용 · 개발 및 그 수익 분배와 관련해, 도민과 기업 간의 역사 · 문화 · 생태적 불평등 문제가 제기돼 제주특별법 개정법률에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조항’이 신설되기도 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환경정책칼럼 [제주 바람과 바람]을 통해 전지구적 과제인 기후위기에 대응할 대안과 희망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제주 바람(風)과 바람(希望)]은 격주 화요일에 싣는다. [편집자 주]

 

  제주도 해상풍력 갈등의 해결책은?

  지난 금요일(9월 30일), ‘한국의 갈등현안과 갈등관리 시스템’을 주제로 제주특별자치도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그리고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2022 전국갈등관리포럼’이 제주에서 열렸다. 김태석 전 제주도의회 의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3가지 세션이 차례로 열렸는데, 마지막 세션의 주제가 ‘제주해상풍력갈등’이었다.

  주제발표자인 김주경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갈등은 참여자의 태도와 그룹에 따라 가치갈등, 관계갈등, 이해갈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라면서 한림해상풍력과 대정해상풍력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두 사업은 내용은 비슷하나 사업 진행 상황이나 갈등관리가 확연히 차이나고 있다”라면서 “이해당사자의 차이 및 주장 내용의 강도가 다르다”고 분석하였다. 그래서 대정해상풍력의 경우에는 제주도 갈등 조례에 따른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지정토론에 참석한 이들은 환경훼손 최소화, 주민수용성 증진, 개발이익공유화(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 또는 에너지분권, 재생에너지총량제, 주민참여형 사업모델 필요(조문욱 제주일보 기자)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필자도 이 세션에 지정토론자로 초청되었는데, 지난 10여년 간에 걸쳐 입법화되어 추진되온 제주도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의 과제를 제안했다. 여기서 간략히 그 내용을 전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제발표자가 소개한 한림해상풍력과 대정해상풍력은 제주도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정책이 제도화되기 이전인 2010년과 2011년에 제주도정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추진해온 사업이라 공공자원화 정책이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다는 아쉬운 점이 있다. 특히 2012년 설립된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의 참여 또는 2015년 발표한 공공주도의 풍력투자활성화계획 등 현재 육․해상풍력발전 개발사업의 기본 방향과는 다소 다른 형태이므로, 해당 사업을 일반적인 제주지역 해상풍력발전 개발사업이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둘째, 갈등은 사회의 기본적인 현상으로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사회갈등이 현재보다 현저히 적었던 시절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폭압적으로 억눌렀던 권위적인 시대였다는 사실을 역사 교과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갈등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회현상이기 때문에, 그것이 왜 그렇게 드러났으며,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를 동시에 파악해야 한다. 즉, 피상적인 것에만 집중하다가 큰 줄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개발을 둘러싼 사회갈등은 ‘에너지전환’이라는 커다란 사회변화의 맥락에서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갈등이라는 사회 각 주체가 발산하는 에너지를 사회변화의 긍정적 힘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전환 위한 중간지원기구 필요하다

  사회 운영의 물리적 토대를 제공하는 에너지원과 그 생산・공급・유통・소비 구조를 바꾸겠다는 ‘에너지전환’은 필연적으로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에너지원을 기반으로한 사회세력은 기득권이 되어 변화에 저항하거나, 또는 무방비 상태로 변화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해체될 수도 있다. 따라서 에너지전환 과정의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재빠른 전환과 재구조화를 위해서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위치에서 관련 역할을 전담하는 중간지원기구가 필요하다. 

  하나의 조직이나 기관이 모든 역할을 다 할 필요는 없으며, 영리조직 및 비영리조직 등 각 조직의 특성에 맞게 각 역할을 부여하고 상호 협력 및 조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제주에너지공사와 같은 영리조직은 ‘공공자원 관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에너지개발사업 관련 자원조사 및 부지발굴, 투자자 공모 등의 업무를 추진할 수 있고, 지역 에너지자원의 공공적 관리·개발을 위한 ‘공공 개발자(디벨로퍼)’가 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비영리조직은 개발이익 운용기관, 거버넌스 운영기관, 지역전환 교육기관의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지역에너지센터’의 주요업무이기도 하고,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탄소중립지원센터’와 연계하여 추진할 수 있으며,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중간지원조직의 사업내용을 선정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개발이익 운용기관’은 지역 부존 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의 지역환원을 재원으로 한 기금을 운영할 수 있다.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을 단순히 제주도가 직접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전담기관을 통해 전문적인 운용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주민투자 시, 융자 및 이차보전 등의 사업지원도 할 수 있다. ‘거버넌스 운영기관’은 지역사회 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한 상시적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주민수용성 증진을 주요업무로 할 수 있고, ‘지역전환 교육기관’은 에너지전환 교육홍보를 추진하고 이를 위한 교육지도자 양성 및 교재·교구 개발 등을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내용은 현재도 제주에너지공사가 ‘공공주도 육・해상 풍력개발 사업시행예정자’ 지위를 통해서나, 제주도의 예산지원을 통한 ‘대행사업’을 통해 상당 부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현 상태 그대로 계속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지는 철저한 평가를 통해 재점검을 해야 한다. 무엇이 우리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지는 도민사회가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 김동주 박사
 

물, 하천, 에너지, 기후와 관련한 환경운동을 하였고,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을 중점적으로 실천하였다. 이를 통해 자연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두게 되어 환경사회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간강사와 지방공기업 직원을 거쳐, 현재 기초지방정부를 대표하는 협의체인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기후환경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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