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6.1 지방선거 끝나 4.3 재심 법정 찾은 정치인은 단 2명 뿐” 공개 비판

제주4.3 재심 전담 재판부 재판장인 장찬수 부장판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 재심 전담 재판부 재판장인 장찬수 부장판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 재심 전담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을 비롯해 정치권을 향해서도 무관심에 대해 쓴소리했다. 

4일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재판장 장찬수 부장)는 ‘사상검증’ 논란의 4.3재심 사건을 마무리하면서 정치권을 비판했다.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재심 절차가 다소 완화돼 특별재심과 직권재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10월 4일까지 총 15차례의 직권재심과 10차례의 특별재심(유족 청구재심 포함)이 진행됐다. 7개월도 안돼 총 25차례의 4.3 재심이 진행됐다. 매달 재심 사건만 3건씩 다뤄진 상황이다. 

올해 6월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전에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4.3재심 법정을 찾는 일이 잦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재심 법정을 찾은 정치인은 딱 2명에 그쳤다. 

1명은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권(더불어민주당, 일도1동·이도1동·건입동) 도의원이며, 나머지 1명이 이날 사상검증 논란 재심 사건을 방청한 김경학(민주당, 구좌읍·우도면) 제주도의회 의장이다. 

이날 김 의장이 법정을 찾았다는 얘기에 재판부는 “법정을 찾아주신 분을 향해 하는 말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후, “선거 전에는 많은 후보자들이 4.3의 완전한 해결을 언급하면서 재심 법정을 찾았다. 당선된 이후에는 거의 찾질 않는다. 한권 도의원에 이어 김경학 의장이 2번째”라고 언급했다. 

발언 허가를 받은 김 의장은 “법정에서 많은 분들의 말씀을 들었는데 가슴이 아프다.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통한의 세월을 산 유족들의 아픔은 오죽하겠나. 한을 품고 살아온 유족들을 위해 선처해달라”며 무죄 선고 필요성에 대해 제언했다. 

재판부도 특별히 재심 법정을 찾은 김경학 의장에 대해 예우했고, 유족들을 위로하려 참석한 김 의장도 재판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선처를 호소했다. 

결국 이날 청구인 66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을 향해서도 쓴소리했다. 사상검증 논란의 재심 사건의 당초 청구인은 총 68명이었다. 

관련 기록 검토 결과 청구인의 유족 중 1명이 재심 청구(2021년 12월) 이전에 사망했고, 또 다른 유족 1명이 올해 8월 생사를 달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심 청구인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해마루가 지난주에야 유족 2명이 숨졌다는 사실을 재판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이 생사를 달리한 사실이 확인되자 재판부는 청구인 2명의 소송을 종결 처리했다. 재심 청구권을 가진 다른 유족이 처음부터 다시 재심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논란이 많았던 재심 사건이 오늘로써 마무리돼 한마디 하겠다. 검찰은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변호인은 더욱 더 노력해야 한다”며 청구인 4명 이력에 문제를 제기한 검찰과 함께 재심 청구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한 변호인 측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동안 검찰 발 ‘사상검증’ 논란이 일며 도민사회와 4.3유족들의 공분을 불러왔던 4.3재심 사건을 마무리하면서 재판부가 정치권-검찰-변호인을 향해 작심하듯 내던진 이날의 쓴소리도 '4.3재심 역사의 기록'에 또렷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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