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디지털-온라인 환경 속 교육 격차 커져 / 강보배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대학 입시를 중심을 두고 있는 교육 체계에 기초학력은 그저 수능에 맞춰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준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이 정말 급변하는 시대에 적절한가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대학 입시를 중심을 두고 있는 교육 체계에 기초학력은 그저 수능에 맞춰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준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이 정말 급변하는 시대에 적절한가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올해 기초학력보장법이 시행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교육이 길어지게 되면서 기초학력 미달이 늘어남에 따라 기초학력 문제가 이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기초학력 보장이 또다시 성적과 평가 중심의 교육으로 회기 되기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특히 제주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감소하는 등에 성과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지방선거 과정에서 연합고사 부활이 쟁점화됐으며, 선거 이후에는 기초학력 평가 대상 초3부터 고2까지 학업능력 전수 평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도 기초학력 평가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어떤 지역은 초등 이전부터 기초학력 지원을 하는 것은 물론 AI로 학력 증진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비대면 교육으로 인해 많은 학생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걸 더욱더 가깝게 지켜본 상황에서 부모들의 불안이 커졌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다. 

특히 단기간의 학력을 높이는 데 있어서 시험 등의 경쟁적 방식이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앗아간 것이 무엇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 학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 간의 유대가 줄어든 것이며, 그 결과 중 하나가 학력일 뿐이다. 그렇기에 학력보다 우리는 교사와 학생 간의 유대와 학생들 간의 관계 회복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 오히려 학생들을 다그치고 평가한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학력을 강조한 시대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오랜 기간을 경험해 왔다. 심화반, 보충반이라는 이름으로 낙인이 이뤄지고, 배움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늘리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스트레스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청소년 자살률을 만들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학업은 평가한다고, 다그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으로 교사, 친구들과 유대와 추억을 쌓는 것도 제한됐던 학생들에게 부모의 학업에 대한 불안마저 더해진다면 학생들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초학력보다 교육의 격차와 다양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

기초학력 미달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가구 소득이 낮고, 디지털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취약가정들이었다. 별도의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선 공교육이 더욱 중요함에도 남들에게 방해받지 않은 독립적 공간과 좋은 온라인 환경을 확보하지 못한 가정이라 공교육마저 제대로 받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교육 격차가 더욱 커져 버린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사회적, 경제적 격차로 인해 아이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한 과제다. 아이들 누구나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기에 우리는 단편적인 평가로 그들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저출생 시대에 아이들 한명 한명은 더욱더 소중해지고 있다. 그렇기에 과거의 경쟁을 통해 선별적으로 아이들을 키워내던 교육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 아이 한명 한명이 자신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

대학 입시를 중심을 두고 있는 교육 체계에 기초학력은 그저 수능에 맞춰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준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이 정말 급변하는 시대에 적절한가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제주는 섬이라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누리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더 수능 중심에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지역이다. 다른 경로로 진로나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기에 국어·영어·수학 등 기초 교육 중심에 교육에만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의 흥미와 관심을 바탕으로 이 사회에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준비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고교학점제 등 교육에 새로운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다시 단일한 평가보다 어떻게 다양성과 가능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말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선 경제적 불평등으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더 다양한 교육 기회를 지역 사회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가 미래 교육을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강보배 논설위원·국무총리 소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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