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만 감독 ‘돌들이 말할 때까지’ 올해 용감한 기러기상 수상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용감한 기러기상을 수상한 4.3 수형생존인 작품 '돌들이 말할 때까지'의 한 장면.사진=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용감한 기러기상을 수상한 4.3 수형생존인 작품 '돌들이 말할 때까지'의 한 장면.사진=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주4.3 생존수형인들의 아픔을 영상으로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올해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DMZ다큐영화제)에서 비중있는 상을 받았다.

김경만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Until the Stones Speak, 2022)는 올해 DMZ다큐영화제 특별상 가운데 ‘용감한 기러기상’을 수상했다.

지난 9월 22일부터 29일까지 열린 올해 DMZ다큐영화제는 6개 부문에 걸쳐 14개 상을 선정·시상했다. 이 가운데 용감한 기러기상은 ‘한국 장편 상영작(경쟁 및 비경쟁 부문) 중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날카로운 비판이 돋보이는 작품’에게 수여한다. 수상작은 상금 700만원과 전문가용 LG모니터를 함께 받는다.

다섯 명의 할머니, 그중 네 분은 제주4.3으로 인해 전주형무소를 다녀오셨다. 그들 모두는 1948년 4.3이 일어날 무렵엔 스무 살 내외의 젊은이들이었다. 4.3 와중에 재판 없이 형무소로 보내진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으로서, 이분들이 겪었던 일들을 듣다 보면 4.3의 윤곽이 떠오른다. 한 인간이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일들을 겪었음에도 이분들은 계속 살아오셨다는 것에 보는 사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낄 뿐이다.
- ‘돌들이 말할 때까지’ 소개

DMZ다큐영화제는 이 작품에 대해 “4.3에 휘말려 침묵을 지켜야 했던 다섯 명의 할머니가 증언하는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제주도의 파도치는 해변과 아름다운 설산이 증언 위에 겹쳐지는 가운데, 때로는 증언과 맞아떨어지는 장소가 제시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평범한 골목, 집의 앞마당, 불에 타 폐허가 된 집의 잔해. 이들은 자료화면이 아닌 일상적 풍경으로 다가오면서도, 역사적 더께가 덧씌워진 목격자로서 관객들을 지켜보기도 한다. 이 단순한 구성 방식은 영화가 4.3의 핵심에 접근하는 세심한 방법론, 그 자체를 효과적으로 구현한다”고 호평했다.

4.3 수형생존인 작품 '돌들이 말할 때까지'의 한 장면.사진=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br>
4.3 수형생존인 작품 '돌들이 말할 때까지'의 한 장면.사진=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김경만 감독은 2000년부터 독립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단편 다큐멘터리 ▲각하의 만수무강(2002)을 시작으로 ▲골리앗의 구조(2006) ▲미국의 바람과 불(2011) ▲지나가는 사람들(2014)을 제작했다.

김경만 감독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수형생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역사로 남길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다행스럽고 뜻 깊은 작업이었다”면서 “영화제 현장에서도 작품 반응이 무척 좋았다. 특히 ‘내가 4.3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반응이 많아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경만 감독은 이번 작품을 제작하면서 수형생존인을 비롯해 유가족 포함 약 120명을 만났다. 그는 “비록 작품에는 할머니 5명만 등장하지만 제주에서 여러 분들을 만났기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도움을 준 4.3도민연대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차기작을 ‘한국전쟁’으로 점찍어둔 상태다. 제주를 비롯해 국내 한국전쟁 경험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역사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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