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대보름 달맞이에서

집을 나선다.
대보름 달맞이....
오늘은 성심껏 마음 모아 빌어 보아야겠다.

가는 길 벌판마다 오름들이 더불어 걷는다.

▲ 제주의 오름들.ⓒ고제량
다섯이 앉은 차 안에서는 할 말도 많다.
“저거 봅써 돌만 앙상허게 남은 밭덜..... 몬딱 끄서부런”
“땅부자랜 허는 말도 이젠 어수다. 저 땅덜 다 은행껀디.”
“거난예 부구리가 생각나 마씸. 거 알지예 피 잔뜩 먹으문 배만 뚱뚱헌 부구리”

차창 밖으로 지난 비난리에 돌만 앙상한 밭들이 지난다.
그 아침에 쏟아지던 빗소리를 기억한다.

▲ ⓒ고제량
추수 감사절을 지낸 뒷날.....
앙상한 밭을 본다.
모두들 한참을 말을 잊는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소망... 아니면 원망????

가을이다.
씁쓸한 상처앞에서도 펼쳐지는 아름다움이 눈부셔 눈을 감는다.

▲ ⓒ고제량
다랑쉬 오름앞에 닿았다.
마을어귀 팽나무와 대나무들이 여전히 가슴 철렁하게 서있다.

관찰로가 다 된 듯 싶다. 반쯤은 나무 계단 또 반쯤은 폐타이어를 이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관찰로로 오르고 또 내린다.

발길 마다 가을 꽃들이 곱다.

▲ 쑥부쟁이.ⓒ고제량
▲ 구름채.ⓒ고제량
▲ 절굿대.ⓒ고제량
▲ 며느리 밥풀꽃.ⓒ고제량
어려운 시절에 부엌에서 밥을 하던 며느리가 밥이 잘 되었는지
한톨을 집어 입에 넣으려는데 시어머니가 부엌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이도저도 못하고 입술에 밥풀이 붙어 있는 모습과 같아 이름지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는 며느리 밥풀꽃.
아름다운 만큼 사연들도 깊다.

▲ 이질풀.ⓒ고제량

▲ 참취.ⓒ고제량

▲ 한라부추.ⓒ고제량

오름을 오른다.

▲ ⓒ고제량

땀이 솟는다. 얼굴에 소금기가 인다.
한참을 오르는데 누군가 뒤에서 잡아끌어
돌아보니 가파른 오름허리에 소나무하나 넉넉히 서있다.

▲ 용눈이오름.ⓒ고제량

그 그늘아래서 한참을 앉아 있다.
끝간데 없이 밀어놓은 송당관광개발지구가 보인다.

▲ 송당관광지구.ⓒ고제량
관광을 위해 개발을 한단다. 그럼 내가 좋아 날뛰어야 하는거 아냐?
그런데 관광을 하는 내가 위태롭다.
그리고 제주사람들의 삶도 위태롭다.
그럼...??

..........
다시 오른다.

다랑쉬에 올랐는데 다랑쉬가 보인다.
아끈 다랑쉬를 감싸고 동부지역을 온통 뒤덮은 모습이 위엄있다.

▲ 다랑쉬오름 그림자.ⓒ고제량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 있다. 잠시 즐겁다. 초롱초롱하다.

▲ ⓒ고제량

해가 진다.

▲ ⓒ고제량

▲ ⓒ고제량

모두들 잠들려 한다.

▲ 오름들 너머로 보이는 한라산.ⓒ고제량

달이 떠오른다.
저 깊은 어둠으로 총총히 살아나는 것들이 있다.
아까 그 아이들 눈빛 같이.

▲ ⓒ고제량
늘 깨어 있기를....

※ 고제량님은 역사문화기행 전문여행사 '이야기 제주'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주의 벗 에코가이드칼럼’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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