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돈 4.3순례집 ‘애기동백꽃의 노래’ 발간...2006년 이후 모은 글과 사진, 악보 수록

자작곡 ‘애기동백꽃의 노래’, ‘세월’ 등으로 제주4.3의 아픔에 공감하며 4.3을 세상에 알려온 예술인 최상돈이 생애 첫 책을 펴냈다. 2006년부터 이어온 4.3순례를 묶은 ‘애기동백꽃의 노래―나는 노래와 함께 섬땅을’(애기동백꽃의 노래, 도서출판 각)이다.

이 책은 2006년 2월, 저자가 동문시장에서 잠바를 구입하며 시작한 4.3순례의 역사를 정리했다. 구성은 1월부터 12월까지 나눠 12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1월은 소설 순이삼촌과 북촌 ▲2월은 놀이패 한라산의 작품 ‘사월굿 헛묘’ ▲3월은 제주4.3 속 자연 ▲4월은 원도심 공간의 기억 ▲5월은 단선반대부터 19대 대선까지 ▲6월은 신축항쟁 ▲7월은 대정·안덕지역 순례 ▲8월은 속냉이골과 진아영 할머니 ▲9월은 다랑쉬와 영모원 ▲10월은 육지 형무소 순례 ▲11월은 재일(在日) ▲12월은 4.3평화공원이다.

12달 이야기는 저자가 제주섬 구석구석을 누비며 보고 느낀 점을 자유로운 문장으로 채웠다. 여기에 전문적인 기술로 촬영하진 않았지만 현장감이 물씬 느껴지는 순례 사진들과 저자의 노래 악보도 함께 수록하면서 가치를 높였다.

관광해서 떠나고, 환상을 쫓다 떠나고, 낭만을 찾다 떠나는 섬이 아니라,
섬이 부르는 노래 한 자락 할 줄 알고, 섬이 아픈 것을 쓰다듬어줄 줄 알고,
섬이 지닌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조금씩 섬에게 다가가 
결국 섬이 되어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굳이 ‘전통과 문화, 역사가 살아있는’ 수식어도 필요 없이.
그저 좋은 말을 갖다 붙여 떠들어대지 않아도, 섬은 알고 있으니까.
섬은 삶이자 죽음, 즉 터전이니까.
섬은 앉아 있는 것이 아닌 섬이니까. 움직이기 위한 일어섬이고,
변하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있는 섬이니까. 그런 섬을 위해.

- 최상돈 ‘애기동백꽃의 노래’ 프롤로그 가운데

이 책은 최상돈이 많게는 매주 순례를 다니면서 쓴 메모들을 모아서 완성했다. 그렇기에 문장 구조도 구어체와 문어체를 오간다. 형식에 크게 구애 받지 않기에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어느새 최상돈의 순례에 동행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기타를 둘러맨 눈빛이 살아있는 사내가 귓가에서 친절하게 때로는 열변을 토하는 듯하다. 

순례 동행자이자 시인 김경훈은 축하의 글에서 “순례자의 배낭엔 기타가 있고, 악보가 있고, 당시 죽어간 영령들의 아픈 사연이 있고, 그 현장의 처절한 비명이 있다. 그래서 그의 어깨는 늘 무겁다. 그래서 제주말로 ‘굽을 보는’ 그 순례의 여정이 버거우면서도 한편 그걸 풀어헤치는 한판 난장굿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 순례는 제주4.3에서 시작하여 여수·순천과 광주5.18에 이어지고 그것이 현재진행형 4.3인 강정에 가닿고 멀리 남경과 대만, 오키나와와 스이타, 멀리 우수리스크로 달려가기도 한다. 그 순례는 가는 곳마다 새로운 노래가 되어 그 땅을 울린다”고 강조했다.

최상돈
최상돈

출판사와 저자는 12월 28일 제주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고 지난 17년간의 4.3순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순례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최상돈은 한경면 청수리 출생으로 4.3문화예술축전, 4.3전야제, 4.3해원상생굿 등 다수의 4.3 추모행사를 연출했다. 제주4.3오사카위령제, 제주4.3도쿄위령제 등에도 출연했다. 4.3역사순례를 통한 스토리텔링과 창작곡을 다수 발표했다. 현재 (사)제주민예총 회원, (사)제주다크투어 운영위원으로 제주와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319쪽, 도서출판 각,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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