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故 고봉선 시인 글‧사진, 제주의소리 엮음, 담앤북스 출판 

마을책방길을 따라 제주섬을 한 바퀴 순례(?)할 수 있는 길잡이 신간이 나왔다. 

크고 화려한 관광지가 즐비한 제주. 그런 제주의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냄새 나는 마을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마을책방, 골목서점의 이야기가 담겼다. 무엇보다 책방지기와 마을의 서사까지 녹진하게 배어있어 여행길을 충만하게 할 책이다. 

담앤북스 출판사가 최근 펴낸 '책방길 따라 제주 한 바퀴'는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의 ‘고봉선 시인의 마을 책방을 찾아書’라는 연재 기사에 소개했던 도내 38곳 책방 중 30곳을 추려 엮어낸 책이다. 

고봉선 시인 글‧사진, 제주의소리 엮음, 담앤북스 출판, 2만원  ⓒ제주의소리
고봉선 시인 글‧사진, 제주의소리 엮음, 담앤북스 출판, 2만원  ⓒ제주의소리

필자인 고봉선 시인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고, 단 한 번도 고향을 떠난 적 없는 '제주토박이' 다. 안타깝게도 마을책방 연재를 마치고 이 책의 출판작업을 준비하던 중 올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62세의 짧은 일기로 황망히 우리 곁을 떠났다.

단엄하고 미쁜 시인이었던 그만의 섬세하고 성실한 문체로, 마을 곳곳에서 사람을 살리고, 다시 사람이 마을을 살리는 작은 책방과 책방지기의 서사를 흥미진진하게 써 내려갔다. 책에 실린 감성 짙은 따뜻한 사진도 모두 고 시인의 작품이다. 

만만찮은 세상, 가볍지 않게 쌓이는 어제와 오늘의 고요를 직관하는 섬세한 감각과 깊은 서정이 고 시인의 글 속 힘이다. 이 책에서 마을책방이라는 공간과 책방지기라는 이웃을 통해 출몰하는 '살림을 짓는 길'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졌다. 1부는 「제주시: 제주국제공항에서 시작하는 책방 기행」으로 시작된다. 공항을 중심으로 서쪽을 따라 걷는다. 

2부는 「서귀포시: 산방산 품에 안긴 책방들」에서는 서귀포에 위치한 마을책방 9곳을 소개했다.

마지막 3부 「제주시: 우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공항으로」에서는 우도에서 다시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나는 책방을 소개한다. 이 책을 손에 쥐면 책방길을 따라 제주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추천사는 고 시인이 생전에 글쓰기 스승으로 삼았던 원로 문인 고정국 시조시인이 보내왔다. 

고정국 시인은 추천사에서 “큰길 작은길, 골목길, 올레길 등등 주변에는 수많은 종류의 ‘길’이 있다. 이번에 만나는 책방길은 우리 곁을 떠난 고봉선 시인이 생전 발이 붓도록 발로 닦아놓은 ‘고봉선 시인의 길’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제주 동서남북 각처에 켜있는 아담한 책방의 작은 불빛들을 찾아 훌쩍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마을책방, 골목서점, 작은 책방…. 그 이름을 무엇으로 부르든지 단순한 기호품을 파는 곳이 아니란 것은 분명하다. 마을책방을 따라 제주섬 한 바퀴를 여행할 수 있다면야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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