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제주대의 반인권적 사례들, 그리고 총여학생회 폐지 투표

대학사회 내 반(反)인권적 일상들

어제(11월 13일) 제주대학교에서는 구성원 학생들의 자발적인 주최로 집담회 ‘학생회 정치에서 누락된 질문들 : 우리가 학생 사회를 떠난 이유’가 열렸다. 집담회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의 다양한 반인권적 일상의 경험 사례들이 터져 나왔다. 

경영학과에서 주최했던 군필 복학 남학생과 여학생만 참여 가능한 행사 ‘돌아온 오BA들’에 대한 대응 사례, 성차별적 표현이 담긴 총대의원회의 졸업사진 촬영 안내문에 대응했던 경험, 학과 내 예비역과 여학생의 만남을 주선하는 자리를 만드는 행사를 진행했던 경험, 대학 내의 성소수자 동아리가 공식 동아리로 진입할 수 없는 경험 등이 이 자리에서 나누어졌다. 또, 대학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내에서 각종 고발성 의견과 비방, 차별·혐오표현, 가짜뉴스의 확산 등이 수시로 일어나지만, 사실상 이를 방조하며 수많은 트래픽으로 수입을 벌어들이는 디지털 플랫폼의 문제도 제기되었다. 2018부터 현재까지 학내 구성원들이 겪은 각종 반인권적 일상의 사례들은 수없이 많았다. 2017년 학교 내 인권센터 설립이나 2018년 ‘갑질 교수’로 알려진 멀티미디어과 교수의 파면 이후에도 정작 학생들의 일상에는 변화가 없는 셈이다. 

한편, 지난 일요일(11월 12일) 제주대학교 총선거에 동시선거로 ‘총여학생회 폐지를 위한 학생 총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공고가 나왔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한편, 지난 일요일(11월 12일) 제주대학교 총선거에 동시선거로 ‘총여학생회 폐지를 위한 학생 총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공고가 나왔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인권 정치의 필요성 : 개인의 처벌로는 끝나지 않는 구조의 문제

폭력은 구조적인 원인 없이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특정 집단이 고발의 대상이며 그렇기 때문에 차별이나 폭력을 정당화해도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그 폭력은 제지되지 않는다. 차별이 승인되는 구조 안에서 소수자들이 사회적 차별을 겪는다. 그러나 집담회에서 다루어진 내용에 비추어 보면, 학생 사회가 책임을 묻는 방식은 언제나 개인에 대한 징계나 처벌이었다. 잘못을 시인하는 증거는 SNS나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가는 개인 명의의 사과문으로 대체되고, 그 사과문들이 사회적 처벌을 의미하기도 하면서 학생 사회 내 정치의 책임이 사과와 처벌에서 멈춘다. 이후의 대책이나 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손 놓고 있는 셈이다.

한편, 지난 일요일(11월 12일)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 명의로 한 건의 공고가 게시됐다. 이달 16일 치러질 제주대학교 총선거에 동시선거로 ‘총여학생회 폐지를 위한 학생 총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내년 3월경 재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후보등록을 받고 새롭게 구성되었을 학생자치기구는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심지어는 총투표 자체에 대한 어떠한 절차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바로 존폐의 저울에 올려졌다. 총여학생회 폐지의 근거로 등장한 것은 현재 기구의 궐위 상태, 인권센터의 존재, 여성 인권의 충분한 신장 등이었다. 그러나 인권센터는 학생자치회가 아닌 학내 기구일 뿐 적극적으로 학생의 인권 정치를 펼칠 수 없는 조건 아래 있다는 점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학내 구성원들의 반인권적 환경 경험 사례를 보았을 때 적극적으로 인권 정치를 펼칠 수 있는 학생자치기구인 총여학생회는 대학 내 필요성이 커 보인다. 

인권은 공동체 모두의 책임과 의무

어제 집담회를 주최한 구성원들은 마무리에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왜 인권센터라는 기구를 설립하고 가해자를 파면하는 굵직한 사건 이후에도 학생들의 일상은 변하지 않았을까. 지금 우리의 반인권적 일상을 가능하게 한 구조는 무엇이었는지를 탐구해야 한다.’ 이들은 제주대학교 총여학생회 폐지를 위한 총투표가 2021년에도 비민주적인 졸속 절차로 진행되었으며, 이것이 결국 2022학년도 총투표를 재진행하게 하는 근거가 되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학생들의 일상이 인권센터라는 기구의 설립과 가해자 교수를 파면하는 굵직한 사건을 겪고도 변하지 않은 것과, 졸속 절차 총투표를 한 번 더 진행할 수 있는 지금의 현상이 궁극적으로 같으며, 이것들은 결국 공동체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안전한 공동체와 인권적인 일상은 뛰어난 개인의 등장으로도, 악마화된 가해자를 퇴출시키는 것으로도 오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상호 토론과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대학에 필요한 것은 그러한 인권 정치다. / 신현정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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