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대 학생자치기구 존폐 갈림길, 1년만 다시 폐지 공론화

제주대학교 총여학생회가 37년 만이자 지난해 폐지 논의가 진행된 지 1년 만에 다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현재 총여학생회는 2년 이상 공석이며 사무실은 사범대학 학생회가 사용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총여학생회가 37년 만이자 지난해 폐지 논의가 진행된 지 1년 만에 다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현재 총여학생회는 2년 이상 공석이며 사무실은 사범대학 학생회가 사용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4대 학생자치기구 중 하나인 총여학생회가 존폐 갈림길에 섰다. 총여학생회 출범 37년 만이자 지난해 폐지 논의가 진행된 지 1년 만에 다시 진행되는 공론화다. 

올해 제주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12일 ‘총여학생회 존폐 관련 학생 총투표’를 공고하고 16일 치러지는 학생자치기구 총선거와 함께 폐지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한다.

하지만 투표 결과로 존폐를 결정짓는 것이 아닌, 결과에 따라 별도 긴급 대의원총회를 열어 총여학생회 폐지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절차적 정당성 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투표를 나흘 남겨둔 상황에서 총여학생회 존폐 관련 학생 총투표를 공고하면서 ‘졸속’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주대 총학생회는 16일 총투표를 통해 과반 폐지 의견이 우세하다면 그 결과를 토대로 총학생회칙에서 총여학생회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대의원총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제주대 4대 자치기구는 총학생회 회칙을 따르게 된다. 관련해 신규 자치기구 신설에 대한 승인, 중요한 의결을 요하는 사항 등은 학생총회를 열어 의결해야 한다. 즉, 총여학생회 존폐에 대한 안건은 학생총회를 거쳐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학생총회는 재학 중인 전체 학생 10분의 1 이상이 출석했을 때 개최할 수 있으며,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게 된다. 

학생총회를 열기 위해서는 대의원총회나 총운영위원회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거나, 중앙운영위원회 3분의 2 이상이 요구해야 한다. 총학생회장이 소집 요구할 수도 있다. 

이번 경우는 각 단과대학 회장단으로 이뤄진 중앙운영위원회 3분의 2 이상이 요구한 것으로, 총투표가 학생총회를 갈음하게 된다. 

제주대 재학생이 2021년 기준 재학생이 9600여 명인 점을 감안할 때 학생총회를 열기 위해서는 960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출석이 저조한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총학생회는 학생총회를 갈음하는 총투표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고 의결기구인 학생총회를 갈음하는 총투표로 총여학생회 존폐를 의결하는 것이 아닌, 대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대의원총회는 학생총회의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심의 의결기구로써, 지금과 같이 학생총회 성격의 총투표로 의결된 사항을 다시 심의 의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사범대학 학생회가 들어오기 전 제주대학교 총여학생회실 모습. ⓒ제주의소리
사범대학 학생회가 들어오기 전 제주대학교 총여학생회실 모습. ⓒ제주의소리

관련해 제주대 총학생회 측은 [제주의소리]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총투표는 학생총회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라며 “총여학생회 존폐를 논의하기 위한 여학생총회를 현실적으로 열 수 없어 학생총회 성격의 총투표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총투표를 진행한 뒤 대의원총회를 개최하는 건에 대해서는 “학생총회는 총여학생회를 삭제하는 회칙을 수정할 수 없다. 대의원총회에서만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절차가 이렇게 진행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투표는 총여학생회 존폐를 의결하기 위한 성격이라기보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인식을 조사하는 성격을 띤다”며 “총투표 결과 과반이 폐지에 찬성할 경우 그 의견을 토대로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한 뒤 회칙을 수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족수를 완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해 투표 때는 정족수를 넘기지 못해 결과조차 확인할 수 없었고, 선거 때 3분의 1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어 이렇게 정한 것”이라며 “학생총회 정족수인 10분의 1보다도 많은 정족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투표 4일 전 공고가 이뤄진 것과 관련해서는 “총운영위 보고안건으로 알려드렸으나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죄송한 입장”이라며 “학생 의견을 종합해 존폐를 결정하는 것이 민주적인 방법이라 생각해 의견 수렴 성격의 총투표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해 제주대 총여학생회 폐지를 반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투표가 절차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채 졸속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총여학생회 회칙 전면 개폐에 대한 권한은 여학생총회에 있다는 세칙이 존재하는데 대의원총회를 통해 총여학생회 세칙을 지우겠다는 것은 학생회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대 총학생회 측은 “여학생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총여학생회도 없고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아 여학생총회 자체가 개최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총여학생회 회칙보다 총학생회칙이 우위에 있기도 하다”고 반박했다.

제주대 여학생회원들의 권익 옹호를 위해 힘써온 총여학생회가 37년 만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당분간 이를 둘러싼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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