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고대해양문화 탐험가였던 채바다 한국하멜기념사업회 회장이 지난 1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시인, 해양탐험가, 한국해양탐험진흥회 이사장, 바다박물관장, 한국하멜기념사업회 회장…. 이 모든 직함이 채바다 시인의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이력들이다. 

채바다 시인 ⓒ제주의소리
채바다 시인 ⓒ제주의소리

고인은 서귀포시 성산읍이 고향으로 한양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40대에 고향 제주로 다시 돌아와 일본 고대문명의 기원이 탐라와 한반도에서 비롯됐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제주의 떼배(테우)를 타고 현해탄을 건넌 해양탐험가로 이름을 알렸다. 

떼배를 이용한 과거 탐라국과 일본의 고대 해양뱃길 탐험은 1996년 첫 항해를 시작으로 1997년, 2001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제주에서 일본 나가사키항(2회), 사가현 가라스항(1회)까지 항해에 도전했다. 

채 시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를 한반도와 일본 간 고대 항로와 문화 이동 경로를 연구하기 위해 험난한 망망대해를 일엽편주나 다름없는 작은 뗏목배를 타고 힘겨운 도전을 반복했던 바다 사나이로 기억한다. 

고인은 그 외에도 2006년 6월 제주-강진 마량항 뱃길 탐험을 통해 탐라국 신화인 벽랑국 교류를 재연했고, 2011년 10월 제주-진도 뱃길 탐험을 통해 고려 삼별초의 항로를 체험해보이기도 했다. 

정부도 그의 고대 해양문화 탐험과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2007년 대통령 표창, 2008년 국토해양부장관상과 장보고 대상을 수여했다.

고인은 ‘하멜 연구자’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기도 했다. 헨드릭 하멜은 네덜란드가 세운 동인도회사의 상선 스테르웨르호 서기직 선원이었다. 하멜이 탄 스페르베르호는 1653년 인도네시아와 대만을 거쳐 일본나가사키로 항해하던 중에 태풍을 만나 난파되고, 하멜은 일행과 함께 서귀포시 대정읍 내 소위 ‘대야수포’(현 신도리 해변)에 표착되면서 13년이나 조선에 억류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일본으로 탈출해 네덜란드로 귀국하게 된다. 

고인은 이런 하멜의 도전과 개척정신을 흠모하여 제주 산방산 앞 해변으로 잘못 알려진 하멜의 표착지를 바로잡는 데 앞장섰고, 한국하멜기념사업회를 창립해 하멜의 정신을 후대에 전승하는 활동을 꾸준히 벌여왔다. 

시인이기도 한 고인은 시집으로 △파도가 바람인들 어쩌겠느냐, △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 어머니 눈물은 아니시겠지요 △일본은 우리다 등을 펴냈고, 수필집 △일출봉에 해 뜨거든 외에 논문 △한국해양문화의 시원과 떼배의 역사적 고찰, △해양역사의 뿌리와 해양한국의 미래, △하멜표류기의 역사적 재조명과 표착지에 관한 연구 등을 저술했다. 

유족으로 아들 범종 씨와 딸 해나씨가 있다. 빈소는 제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은 17일 오전 11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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