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이사장 자체 징계로 복귀하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제주지법 “인용”

27년간 일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관련 제주 A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직무가 정지됐다. 

직장 내 괴롭힘 포함, 14가지 이유로 중앙회로부터 이사장 교체에 해당하는 ‘임원 개선’ 처분을 받고도 자체 징계로 직무에 복귀했던 이사장 B씨의 직무가 다시 정지된 것이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22일, 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B이사장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B씨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금고에서 27년간 일하던 직원을 상대로 모욕적 언행과 사찰 수준의 감시 등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 문제의 인물이다. 

피해 직원은 끝내 고인이 됐고 산업재해로도 인정됐지만, 이사장 B씨는 금고 자체 징계를 통해 직무에 복귀했다. 이에 중앙회는 ‘임원 개선’ 처분을 따르지 않고 복귀한 B씨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결국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A금고는 사건 발생 이후 중앙회로부터 ‘임원 개선’ 처분을 요구받고도 따르지 않은 채 대의원총회를 열어 이사장 B씨에 대해 ‘경고’를 의결했다. 사실상 이사장으로의 직무 복귀 길을 열어준 것이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징계가 확정되기 이전까지 직무를 수행하면 안 되지만, A금고는 자체 판단으로 징계를 확정지었다고 본 것이다. 

가처분 신청 관련 심문 당시 B씨 변호인 측은 “임원 개선은 과도한 징계인 데다 중앙회의 직접 제재처분은 안 된다는 판례가 있다”며 “지역 금고 자율성을 발휘, 대의원총회를 통해 자체 징계를 내렸고 이사장의 복귀는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앙회 측 변호인은 “대의원총회는 대부분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이사장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또 금고가 회원으로 모인 중앙회 결정을 당연히 따라야 하며, 싫다면 탈퇴했어야 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지난 1월 5일 A새마을금고가 공개한 B이사장 관련 수시공시 자료. 해당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B이사장에 대한 14가지 제재사유를 들어 '임원 개선'을 요구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1월 5일 A새마을금고가 공개한 B이사장 관련 수시공시 자료. 해당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B이사장에 대한 14가지 제재사유를 들어 '임원 개선'을 요구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B이사장의 직무 정지를 두고 고심하던 법원은 결국 중앙회의 손을 들어줬고, B이사장은 법원 판결문이 도달하는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직무 복귀 근거가 ‘자체 징계’와 ‘중앙회 직접 제재처분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A금고의 ‘자체 징계’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열렸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연루됐던 C차장은 징계면직(파면) 처분을 받고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접수하는 등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C차장은 고인이 된 K씨의 부하직원이자 B이사장과 사돈 관계로 역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노동청은 B이사장의 괴롭힘 사실은 인정했으나 C차장에 대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결정했다.

그럼에도 중앙회는 C차장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부적절한 언행과 태도가 확인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포함한 9가지 이유로 징계면직(파면)을 요구했고 A금고 이사회는 이사장과 달리 C차장에 대한 파면을 의결했다. 

이 같은 징계 결정에 C차장은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파면 징계가 부당하다는 구제신청을 접수했으나 기각됐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도 신청했지만 지난 21일 ‘초심 유지’ 결정을 받으며 마찬가지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이 사건은 27년을 한 직장에서 장기근속해온 50대 직장인이자 평범한 가족의 가장인 K씨가 직장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세상에 알려졌다. 

폭언과 욕설, 사적 심부름 등으로 모욕감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유족과 노동단체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전형적 직장내 괴롭힘 사례들이 알려져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새마을금고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6월 24일 오후 2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새마을금고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건 진상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 진상 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새마을금고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6월 24일 오후 2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새마을금고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건 진상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 진상 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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