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주인이다-제주 마을이야기] (17)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마을의 자원과 가치를 주민들이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시행착오와 현실적 어려움을 넘어 제주 마을 곳곳에서는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특별자치도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를 통해 희망의 증거를 발견한 제주의 마을들을 살펴보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더 나은 제주의 미래를 향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 편집자


제주시 교래리에 위치한 삼다수 숲길. ⓒ제주의소리
제주시 교래리에 위치한 삼다수 숲길. ⓒ제주의소리

교래 삼다수 마을.

한라산 끝자락부터 산굼부리까지 포함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의 또 다른 명칭은 ‘삼다수 마을’이다. 1998년 제주도개발공사의 삼다수 공장이 이곳에 자리 잡고, 삼다수가 대한민국 대표 먹는 물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면서 삼다수 마을의 명성도 덩달아 올라갔다.

여기에 수려한 자연 환경 자원, 관광 자원은 교래리의 자랑이다.

삼다수숲길은 제주도 지정 지질공원 대표 명소이자 2010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교래자연휴양림은 전국에서 유일한 곶자왈 생태체험 휴양림으로 난대·온대 수종이 공존하는 초록빛 수풀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산굼부리는 분화구와 함께 원시 상태의 식물들이 잘 보존돼 천연기념물 제253호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포리수는 교래리에 상수도가 공급되기 전인 1960년대까지 주민들이 생활·농업용수로 이용한 장소로, 마을을 알리고 물의 소중함을 전하고자 최근 새단장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326만9731㎡, 약 100만평에 달하는 자연 위에 제주의 고유한 돌 문화, 신화를 소개하는 유일무이한 공간으로, 제주를 대표하는 명소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기차로 곶자왈 숲을 체험하는 테마파크인 에코랜드, 한국마사회 경주마를 육성하는 목장이 렛츠런 팜, 갓 공예를 상세히 소개하는 갓 전시관 등 제주 전체를 봐도 손 꼽는 자원들이 교래리에 분포돼 있다.

이 같은 자연 환경, 관광 자원 안에서 교래리 주민들은 ‘마을도 잇고 마음도 잇는 교래 삼다수 마을―웰니스 관광마을’이란 목표를 세우고 역량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는 삼다수 숲길은 탐방소, 비상전화시설, 와이파이존 등을 설치해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역 내 학교를 살리기 위한 임대주택을 조성하며, 도유지를 임대해 캠핑장을 조성하고, 마을 안 가로등도 보강 설치한다. 이처럼 기반시설 과제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실생활과 마을 발전을 모두 고려했다.

경관 개선 과제는 ▲삼다수 숲길 진입로 잣성길 조성 ▲천미천 일대 걷는 길 조성 ▲야간 조명길 조성 등을 꼽았다. 소득 과제에 있어서는 교래 페이 활성화, 오프라인 장터 개설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 그 중에서 마을 협동조합과 마을 내 주류 제조 기업인 제주양조장이 손잡고 출범 시킨 감귤 와인 브랜드 ‘1950’을 주력으로 삼았다. 와인바 조성,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만들기 체험, 와인 시음회, 와인 테마 상품 등을 구상하고 있다.

이처럼 교래리는 긴 안목에서 마을 발전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작성하는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주민 공동체의 화합과 교류를 위한 활동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교래리 마을협동조합과 마을 내 주류 제조 기업인 제주양조장이 손잡고 감귤 와인 '1950'을 선보였다. / 사진=교래리사무소
교래리 마을협동조합과 마을 내 주류 제조 기업인 제주양조장이 손잡고 감귤 와인 '1950'을 선보였다. / 사진=교래리사무소
교래분교 학생들이 마을 축제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교래리사무소
교래분교 학생들이 마을 축제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교래리사무소

리사무소 겸 복지회관을 탈바꿈 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나봉길 교래리장은 “복지회관 1층 공간은 1년에 세 번 정도 회의실로 사용했고, 곳곳에 곰팡이가 가득할 정도로 방치돼 있었다. 이곳을 2020년 새 단장하면서 마을 사랑방으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교래리는 깔끔하게 정비한 1층 공간, 일명 ‘문지방’(문화로 지꺼지는 사랑방)을 주민들을 위한 각종 교육, 행사, 모임의 장으로 적극 활용했다. 목공 교육, 수세미 만들기, 색소폰 교육, 스키 교육 등이 문지방에서 열렸다. 각종 회의와 워크숍은 물론, 와인 브랜드 ‘1950’도 상시 홍보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등 그야말로 다목적 사랑방으로 쓰인다. 최근에는 11월 12일부터 18일까지 교래리에 이주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80세 이영순 씨의 미술 전시 ‘꽃과 정원’이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열렸다.

마을에 새로 터전을 마련한 이주민들과도 적극 소통하며, 주민 교육이나 마을 행사에서 교류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교래리 이주 요리사 정호영이 지난 1월 출연한 KBS2TV 예능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기 귀’에 주민들이 출연한 계기도 소통과 교류 차원이다.

교래리 발전 목표에 명시한 ‘마을도 잇고 마음도 잇는’ 이란 문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동체 화합을 십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나봉길 리장
나봉길 리장

나봉길 리장은 “교래리는 토종닭 특구라는 목표를 추진했었는데,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처음 취지만큼 자리를 잡고 특구로서 제 역할을 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이런 과거를 거울삼아 마을 발전 5개년 계획을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 세웠다. 다음 이장이 누가 오더라도 마을 발전의 동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5개년 계획의 핵심인 웰니스 관광마을은 물치유, 숲치유, 말치유, 음악치유, 미술치유 등 복합치유센터로서 ‘수(水) 치유센터’를 통해 실현시키고자 한다. 수 치유센터는 교래리 내 각종 자원들을 연결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며 “교래리 공동체 역시 원주민과 이주민 가리지 않고 연결될 때 보다 건강할 수 있다.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교래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교래리는?

제주시 조천읍의 50개 자연마을 가운데 하나인 교래리는 면적 50.95㎢로 대다수가 임야로 구성돼 있는 중산간 마을이다. 위치는 한라산 북동쪽으로 흔히 ‘도리’라 불렀다. 마을 남서쪽(대원 목장)에서부터 하동(뒤 숭문)에 이르는 약 1km의 암반이 길게 다리 모양 형체를 하고 있어 다리 삼아 건너다녔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다리 교(橋), 올 래(來)를 써서 교래리가 됐다.

700여년 전 화전민들이 들어와 마을을 이루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며, 조선시대에는 국마를 기르던 목장 지대로 위상이 높았다. 선흘리 다음으로 규모가 큰 제주 중산간 마을이었으나, 4.3사건의 영향으로 마을 가옥이 전소되고 주민들도 떠난 아픈 역사가 있다. 이후 복구 과정을 거쳐 현재 교래리 안에는 상동과 하동, 2개의 자연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인구 수는 455명, 258가구가 살고 있다. 60대(103명), 50대(101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뒤로 ▲40대(66명) ▲20대(49명) ▲30대(45명) 순이다.

지역 내 교육 시설은 교래분교가 유일하며, 요식업 시설이 50곳 이상 운영되고 있다. 해발 고지가 높은 여건으로 농사 보다는 표고버섯, 더덕, 감자 등을 재배하며 축산업도 운영 중이다.

산굼부리, 삼다수숲길, 돌문화공원, 렛츠런 팜 등 우수한 자연 경관이 속해 있어 도민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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