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내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43)

꽃과 어울리는 것을 나열하라고 하면 거의 빠지지 않고 상위에 등장하는 곤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순간 '나비'를 떠올린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꽃과 곤충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공생공존의 관계인데 그 중에서도 나비처럼 꽃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곤충은 드문 것 같습니다.

꽃사진을 찍다보면 곤충들이 어우러지면 더 아름답기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서라도 그들과 어울려있는 사진을 찍으려고 많은 노력들을 합니다. 그러나 특히 나비같은 것은 인기척만 나면 날아가버리니 꽃과 함께 나비를 담는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꽃은 그 이름이 '나비나물'입니다.
도대체 어디가 나비의 생김새를 닮은 것일까 관찰을 해보니 이파리가 영락없이 나비의 날개를 닮았습니다. 이렇게 꽃 이름은 그 식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들로 지어집니다.

▲ ⓒ김민수
이렇게 이파리의 모양에 따라서 이름이 지어지는 것도 있고, 뿌리의 모양에 따라서 이름지어지는 것도 있고, 약효, 향기, 열매 등등 그 식물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이름을 만들어 주었으니 그 이름을 잘 음미하면 참 재미있습니다.

▲ ⓒ김민수
나비나물은 가을에 피어납니다.
'나물'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식용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나비나물의 경우도 여린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이야 시장에 나가면 사철 가리지 않고 나물을 구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야생의 나물은 봄철에 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다른 나물들이 여름햇살에 뻣뻣해져서 먹을 수 없을 때에 여린 순을 내고 가을에 꽃을 피우니 어쩌면 나물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꽃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하늘이 높은 이 계절에 바라보는 제주의 하늘은 참 아름답습니다. 물게구름이 갖가지 형상을 하고 에메릴드빛 하늘에 떠있는 모습을 보면 그냥 그 하늘 속에 풍덩빠져 들 것만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 맑은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을 담아 핀 꽃이 바로 이 나비나물이 아닐런지요.

▲ ⓒ김민수
나비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가벼워야 합니다.
날개만 있다고 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를 비워야 자우로이 훨훨 날 수 있기에 새들도 날아갈 적에는 배설물같은 것들을 내어놓고, 곤충들도 그러합니다. 뭔가 버림으로써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이죠.
그저 날고 싶다는 소망만 가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소망에 걸맞게 자신을 비워야만 하는 것입니다.

▲ ⓒ김민수
우리들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움켜쥐고는 소망한들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농촌에 와서 자연과 더불어 살겠다고 하면서 도시의 모든 편리함을 가지고 옵니다. 그것은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도시의 편리함들을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 ⓒ김민수
가을하늘이 청명한 날 자전거를 타고 일주도로를 따라 두어 시간 자전거여행을 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갈 때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보이는데 자전거도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은 천천히 걸어가며 음미하며 걸어야 제 맛일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아야 제주를 보았다 말할 수 있겠지요.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도 버리고 걸어가는 여행길. 그렇게 여행길은 가벼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떠나는 여행길에서 비로소 우리는 풀섶 여기저기에서 손짓하는 꽃들도 만나고, 풀들이 부디끼며 우는 소리도 듣고, 곤충들과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여행길입니다.
비워야 할 것,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요.
그것을 버리면 우리의 삶이 나비처럼 훨훨 푸른 창공을 날 수 있을 것입니다.

※ 김민수님은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입니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을 즐겨 합니다. 자연산문집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의 저자이기도 한 그의 글은 '강바람의 글모음 '을 방문하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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