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시기본계획 서귀포 공청회, 제2공항 찬반 단체 참석해 신경전

24일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주도 도시기본계획 도민공청회' 중 제2공항 찬반 단체 회원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24일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주도 도시기본계획 도민공청회' 중 제2공항 찬반 단체 회원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오는 2040년을 목표로 수립된 제주도 최상위 공간계획인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 공청회가 제주 제2공항 찬반 단체 간의 날카로운 신경전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연출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4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 도민공청회를 개최했다. 제주도 도시기본계획은 제주의 장기 도시계획 발전 방향을 설정하는 것으로, 2025년 광역도시계획 수립 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계획 수립의 필요성 차원에서 진행됐다.

이번 도시계획의 핵심은 제주섬을 5개 권역 생활권으로 분류하는 데 있다. 기존의 제주시 도심지는 구도심·신도심 등 2개 생활권으로 분류하고 서귀포시 도심지를 포함해 제주 서부권은 대정읍 영어교육도시, 동부권은 스마트 혁신도시를 구심점으로 하고 있다.

이 동부권역의 중심지로 설정된 성산읍 스마트혁신도시는 직접적인 표현을 피했을 뿐 사실상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섰을 경우를 가정한 제2공항 배후복합도시 개념이어서 논란을 샀다. 아직 추진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은 제2공항 사업을 10여년 대계의 핵심계획으로 삼은데 대한 반발이다.

실제 이날 공청회에는 지역 내 제2공항 반대 단체들의 결집체인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참석해 행사 전부터 피켓시위를 벌였다.

24일 오전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주도 도시기본계획 도민공청회'에 앞서 피켓 시위를 전개하는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제주의소리
24일 오전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주도 도시기본계획 도민공청회'에 앞서 피켓 시위를 전개하는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제주의소리

반면, 제2공항에 찬성하는 단체들이 모인 제주 제2공항 건설촉구 범도민연대 역시 자리를 채우며 흡사 '제2공항 찬반 대리전' 양상을 띄었다. 두 단체 간의 직접적인 충돌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공청회는 그 과정에 있어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용역을 수행한 윤정재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단상에 올라 도시기본계획을 설명하는 도중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일부 회원들은 단상에 올라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전개했다.

이에 제2공항 찬성 단체측 인사들은 주최측에 시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서로 간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제주도를 비롯해 토론회 좌장을 맡은 민기 제주대 교수 역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한다"며 중재에 나선 이후에야 공청회는 파행을 면할 수 있었다.

민 교수는 "토론이라는 것은 전문가 의견도 들을 것이고, 도민 의견을 듣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내에 토론이 잘 진행될 수 있게만 도와주시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괜찮다"며 "도시기본계획이 도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만큼 의견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토론 과정에서도 제2공항을 기정사실화한 도시기본계획에 대한 찬반 양론이 엇갈렸다.

24일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주도 도시기본계획 도민공청회'. ⓒ제주의소리<br>
24일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주도 도시기본계획 도민공청회'. ⓒ제주의소리

패널로 나선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부문별 계획에서 시가화 예정용지라고 해서 제2공항 배후복합도시를 편입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제2공항과 연계되는 도로축 등의 내용도 담겼다"며 "환경부에 의해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되고, 도민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열온이 높게 나온 사안을 어떻게 계획하게 된 것이냐. 이는 오영훈 지사가 발언한 도민결정권과도 상충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플로어에서 마이크를 넘겨받은 강원보 신산리장도 "농어촌 지역인 제2공항 예정지 부지를 스마트혁신도시로 만들겠다고 하는게 연구에 충실한 것인가. 제2공항을 염두에 둔 가이드라인을 받고 연구한 것인지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표선면에 거주중이라는 주민 김학창씨는 "시대가 급변하는 시기에 2040년을 목표로 둔 도시기본계획이 얼마나 잘 실현될지 의문이다. 환경문제라는 반대에 부딪혀 비자림로 하나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국책사업인 제2공항도 못하고 있지 않나"라며 "당면한 사업부터 시행을 해야 이런 계획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연구용역 책임자인 윤 부연구위원은 "제2공항 같은 경우 상위계획을 반영하고, 법정계획으로서 수용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들어가 있는데 표현이 미흡하거나, 단서조항을 달 필요성이 있는 부분은 추가로 고려하겠다"며 "남은 시간 동안 계속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상황을 보며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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