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 7강 고성준 원장 “에너지 자립 가파도 모델 삼아야”

‘2022 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 제7강을 고성준 제주통일미래연구원장이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2022 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 제7강을 고성준 제주통일미래연구원장이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제주가 선도적으로 추진해온 재생·신기술 에너지 사업을 제2의 감귤 보내기 같은 남북 교류 협력 사업으로 추진하자는 제안이다.

‘2022 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 마지막 제7강이 24일 제주의소리 홈페이지 [소리TV]에서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강사는 제주통일미래연구원 고성준 원장이다. 고성준 원장은 통일부 정책자문위원(2009~2012), 통일부 제주지역 통일교육센터장(2010~2018), 제주대 평화연구소장(2011~2014), 민주평통 상임위원(2013~2017), 제주 세계평화의섬 범도민실천협의회 의장(2018~2020) 등 학계와 행정을 넘나들며 통일 문제를 다뤄왔다. 

현재는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제주통일미래연구원장,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 수석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고성준 원장은 이번에 ‘한반도 평화·통일에 제주가 답하다―남북교류협력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고성준 원장은 한반도 분단 이후 남·북한의 발전·교류 과정을 각각 소개하면서, 분단·통일의 과정 속에서 제주도가 어떤 역할을 했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 분단 77년 그리고 제주4.3과 한국전쟁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한반도의 운명을 크게 갈라놓은 거대한 사건이었다. 정전에 합의한 1953년 7월 27일 이후 남한과 북한은 때로는 손잡고 때로는 갈등하며 현재까지 77년 간 분단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1차 북핵 위기 사태(1992)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6.15남북공동선언(2000) ▲판문점 선언(201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2022) 등이 벌어졌다.

고성준 원장은 대런 애쓰모글루(MIT 경제학 교수), 제임스 A. 로빈슨(하버드 정치학 교수)가 집필한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에서 언급한 남·북한 격차 부분을 인용했다. 

“포용적인 정치 경제 제도가 국가의 발전과 번영을 누리고, 지배 계층을 위한 수단적이고 착취적인 제도는 정체와 빈곤을 낳는다”며 “한 국가의 빈부결정은 질병, 문화가 요인이 아니고 제도와 정치”라고 강조했다.

남북 관계에서 제주는 4.3과 한국전쟁을 빼놓을 수 없다.

고성준 원장은 “4.3은 분단이 낳은 족쇄 중의 족쇄다. 냉전 구조와 민족 분단, 국내 정치의 좌우 대립과 민주주의 결여, 지역 정치의 특수성 등이 변증법적 상호 작용으로 빚어낸 역사의 비극”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전쟁 당시 제주 모슬포 지역에는 신병 10만명을 양성하는 제1훈련소가 세워졌다. 뿐만 아니라 해병대 창설에 제주 젊은이들이 대거 투입됐고, 제주 피난민 역시 쏟아져 들어왔다. 중공군 포로수용소 역시 제주에 자리 잡았다.

시간이 흘러 1991년 한국과 소련 정상이 제주에서 정상회의를 가졌고, ▲한중 정상회담(1995.11.) ▲한미 정상회담(1996.4.) ▲한일 정상회담(1996.6.) 등이 잇달아 제주에서 열리며 제주는 ‘평화회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이런 흐름은 2005년 ‘제주 세계 평화의 섬’ 지정으로 이어졌다.

# 제주 감귤 다음은 에너지 교류?

서로 무기를 겨누며 으르렁 대지만, 한편에서는 평화를 위한 교류 협력도 꾸준히 이어졌다. 남북 교류 협력에 있어 ‘제주감귤’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고성준 원장은 “제주도의 대북 감귤지원 사업은 지자체 남북교류 협력 사업의 효시로 봐도 무방하다. 이후 제주도민의 여타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의 확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에 제주감귤을 보내는 활동은 1991년 1월 100톤이 시작이다. 그리고 2010년까지 총 12회에 걸쳐 감귤 4만8000톤과 당근 1만8000톤이 38선을 넘었다.

2007년 11월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이충복 부회장은 “해마다 수천 톤의 감귤을 보내는 데에 대해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거기에서 진정으로 동족을 위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제주도민들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외신 역시 제주감귤 지원에 대해 “비타민C 외교”라고 호평한 바 있다.

인도적 협력 차원에서 제주도민들도 감귤과 함께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약 800여명이 북한을 찾았다. 감귤이 물꼬를 트자 크고 작은 남북 회담이 제주에서 열렸고, 민간·경제 협력까지 이어졌다. 2007년 3월 제주 마늘을 가공하는 사업이 북한 개성에 등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고성준 원장은 제주도가 주도할 수 있는 남북 교류 산업 분야가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고성준 원장은 제주도가 주도할 수 있는 남북 교류 산업 분야가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고성준 원장은 “감귤 분배의 투명성과 확인 문제가 원활하지 않았다. 각종 정책 협의나 국내·외 회의에 북한대표단이 참가해달라고 권유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남에서 북으로의 일방적인 대칭성, 지원성 위주의 교류 사업, 북한의 수용성 한계, 상시적 협의 채널의 부재 등도 아쉬운 점”이라고 꼽았다.

민선 6기 제주도정에 들어 감귤보내기 사업 재개, 제주~북한 평화크루즈 등 교류 사업을 논의했지만 지금은 멈춰있는 상황이다.

고성준 원장은 감귤 보내기 사업에 이은 새로운 제주형 남북 교류 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바로 ‘에너지 분야’다. 

제주도는 2008년부터 지속 가능 발전 정책으로 ‘탄소 없는 섬’을 추진해왔다. 앞서 제주도는 2015년 북한에 신재생 에너지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의 주요 동력 자원은 수력(61%)과 화력(38.6%)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원자력 발전, 태양광·풍력·해양 등 신재생에너지는 초기 단계라고 분석했다.

고성준 원장은 “북한은 전력 산업을 인민 경제 선행 부문으로 매우 중요시 한다. 2044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가파도에서 추진한 에너지 자립 모델 사업(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을 모델로 삼아 제주와 북한의 에너지 평화 협력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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