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견제구' 제주 보전지역관리조례 11월 회기 상정 불발
도의회 "소관 부처 해석 받아"...제주도 "재의 요구할 것" 완고

주민청구 조례로 발의되며 이른바 '제주 제2공항 견제구'로 불리는 제주도 보전지역관리조례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해석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제주도의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1월 회기 상정이 불발되며 일러도 연말, 늦으면 내년까지 심의 일정이 미뤄지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등에 따르면 주민청구 조례안으로 발의된 '제주도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안'은 지난 8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 회부됐지만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길어지며 표류중이다.

소관 상임위인 환경도시위원회 송창권 위원장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검토 의견이 이번주 초에 전문위원실로 들어왔다"며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고, 신중해야 할 사안이어서 이번 회기 중에는 일정을 잡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해당 조례는 주민들의 의견이 모여서 발의된 만큼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상임위의 결정보다는 본회의에 조례를 상정해 모든 의원들의 판단을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지만,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조례안은 '보전지역 1등급 지역 안에 제주특별법 제355조 제3항에서 정한 허가 대상 시설 이외의 시설은 설치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 상의 행위 제한 범위에는 항만과 공항이 포함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관리보전지역에서 공항 및 항만 등의 대규모 기반시설 설치를 위해서는 사전에 보전지역 해제 등의 도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조례안이 '제2공항 견제구'라 불리는 이유다. 

제주녹색당 등을 중심으로 올해 4~5월 1472명의 서명을 받았고, 이중 유효서명 주민수가 1092명으로 집계됨에 따라 주민조례발안심사위원회를 거쳐 정식 안건으로 올랐다. 주민청구 조례에 따라 김경학 의장의 명의로 발의됐지만, 석 달을 넘어 넉 달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례를 둘러싼 정부 부처 간 법적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해당 조례안이 '주민청구 조례'의 권한을 넘어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8월 법제처에 이 조례의 내용이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호의 '공공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사항'에 해당하는지를 물었고, 법제처는 이 조례안이 "공항·항만 등 일부 공공시설이 설치가 불가능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해 실질적으로는 주민조례청구 대상이 공공시설의 설치에 반대하는 사항"이라고 해석했다.

즉, 원칙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한 공공시설의 설치 문제를 이해관계인이 주민 조례 발안 형태로 개입하는 것은 조례 청구 요건에 맞지 않다는 해석이다. 제주도는 해당 조례가 통과될 경우 '재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도의회 입법담당관실은 최근 법적 검토를 거쳐 소관 상임위인 환경도시위원회 전문위원실에 관련 조례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도의회 자체적으로 소관 정부부처인 행정안전부에 문의한 결과 조례 청구 요건에 적합하다는 해석이 내려졌다는 이유다.

제주도의회 관계자는 "절차 상의 문제로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행안부에 관련 사항에 대한 의견을 구했고, 답변을 받았다"며 "답변의 내용도 애매모호하지 않고 아주 명확하게 (조례 청구가)가능하다고 판단이 내려져 관련 내용을 달아 상임위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의회는 주민청구 조례 요건의 성립과 별개로, 조례 내용 상의 문제를 법제처에 의뢰했지만, 이는 '반려' 조치됐다. 조례 상의 단서 조항만으로 제주특별법에서 정한 시설을 제한할 수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법제처는 이렇다 할 해석을 내지 않았다. 

결국, 제주도의회로서는 부처 간 해석이 엇갈리는 사안에 있어 조례 처리 여부를 두고 부담을 떠안게 되는 형태가 됐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부처 간 입장이 다른 사안에 대해 정리해주는 부처가 법제처의 역할"이라며 "법제처로부터 해당 조례가 주민청구 조례 요건에 충족되지 못한다는 판단이 있는 만큼 제주도로서는 재의 요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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