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44)

position [pǝzíʃən] n. (있어야 할) 자리, 제자리
제자리에 이서사 아름답주
(제자리에 있어야 아름답다)


position에서의 pose는 “어떤 자세나 태도를 취하다”를 뜻한다. 이 pose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expose “드러내다”, propose “제의하다”, repose “휴식하다”, suppose “가정하다” 등이 있다. position은 일반적으로 “(처해 있는) 위치나 장소, 처지나 입장”을 뜻한다. 또한 ‘He has a position in a bank.(그는 은행에 근무한다.)’에서처럼 사회적 직책이나 지위을 뜻하기도 하지만, ‘What is your position on this problem?(이 문제에 대한 자네 생각은 어떤가?)’에서처럼 심리적 태도나 자세를 뜻하기도 한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 하덕규의 ‘풍경’

문제는 우리가 타고 가던 배가 폭풍우를 만나 흔들릴(swayed by the storm) 때일수록 제자리를 지키는 게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제자리를 지키는 게 어려울 때야말로 더더욱 제자리를 찾아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문제는 우리가 타고 가던 배가 폭풍우를 만나 흔들릴(swayed by the storm) 때일수록 제자리를 지키는 게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제자리를 지키는 게 어려울 때야말로 더더욱 제자리를 찾아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모든 물체는 저마다 ‘자연스러운(natural)’ 위치를 갖고 있으며, 자체의 무게(weight)로 인해 항상 그 자연스러운 위치를 향해 움직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384-322)의 통찰이다. 사과(apple)는 흙(earth)이 고향(native home)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땅에 떨어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고, 바람(wind)은 그 무게가 없기 때문에 정처없이(aimlessly) 떠돌다 소멸(extinction)하는 것이며, 물(water)은 바다가 고향이기 때문에 굽이굽이 아래로 흘러 바다로 향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기의 본래 자리에서 진면목(true character)을 드러낼 때, 존재의 아름다움은 최고조(climax)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인류학자(anthropologist) 메리 더글라스(1921-2007)도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있는 상태를 ‘질서(order)’라고 하였고, 제자리에 있지 못한 상태를 ‘오염(contamination)’이라고 하였다. 신발(shoes)도 그 자체가 더러운(dirty) 것이 아니라 식탁(dining table) 위에 올려져 있을 때 더러운 것이 되며, 음식(food)도 그 자체가 더러운 것이 아니라 용기(container) 밖이나 옷 위에 흘려 있을 때 더러운 것이 된다는 의미이다.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not exceptional). 사람 역시 자기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자신이 있으면 안 되는 자리에 와서 자리에 맞지도 않는 페르소나(persona)를 보여줄 때 더러운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갈수록 사람다워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갈수록 사람답지 못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사람답게 사는 사람은 자신이 열망하는 일을 하면서 그쪽으로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drawn to) 사람이고, 사람답지 못하게 사는 사람은 자신이 열망하는 일과 정반대 방향(opposite direction)으로 끌려가는(dragged to) 사람이다. 역시 사람의 면모(personality)는 자기 자리를 지킬 때 나타난다. 자기 자리는 자기가 돋보이는 ‘제자리’이고, 자신이 마땅히 서야 할 ‘설 자리(the place to stand on)’이며, 자기가 살아갈 ‘살 자리(the place to live on)’다. 제자리가 아닌데 자기 자리로 착각하거나 설 자리가 아닌데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할 때, 그리고 자기가 살아갈 자리가 아닌데 거기서 버티며 견디려고 할 때 사람은 더러워지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타고 가던 배가 폭풍우를 만나 흔들릴(swayed by the storm) 때일수록 제자리를 지키는 게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제자리를 지키는 게 어려울 때야말로 더더욱 제자리를 찾아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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