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주나무 (Sapium japonicum [Siebold & Zucc.] Pax & Hoffm.) -대극과-

며칠 전 계곡을 품고 있는 오름을 올라가다 보니, 잎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잎들이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어떤 나무인지 살펴보았더니 단풍이 물든 사람주나무였습니다.

단풍(丹楓)은 기후 변화에 의해 나뭇잎에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 녹색 잎이 붉게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광범위하게는 황색 및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까지도 포함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진=문성필
사진=문성필

이 사람주나무의 수피(나무의 껍질)는 특이해서 숲 속에서 만나면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주나무의 다른 이름이 '백목'이라고 하는데, 수피가 백색 가루가 묻은 것 같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다른 나무들의 수피는 다른 모습이라 조금만 관심을 두면 사람주나무를 쉽게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사진=문성필
사진=문성필

사람주나무는 암수 한 그루로, 꽃은 6월 무렵 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핍니다. 수꽃은 위쪽에, 암꽃은 아래쪽에 따로따로 피어 납니다. 

총상꽃차례는 꽃 전체가 하나의 꽃송이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꽃이 밑에서부터 끝까지 많이 달립니다.

사람주나무의 수꽃과 암꽃차례 / 사진=문성필
사람주나무의 수꽃과 암꽃차례 / 사진=문성필

사람주나무의 이름 유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채록해 보면, ▲나무가 그리 크지 않고 가지를 많이 쳐서 마치 멀리서 보면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는 설 ▲단풍이 들어 가는 잎의 홍조가 사람의 피부와 닮아 있다는 설 ▲수피가 다른 나무와는 다르게 흰색을 띠어 사람의 피부를 닮아 있고 근육이 있는 것 같다는 설 등 사람과 관련해 이 나무를 설명하고 있는데 설득력은 없어 보입니다.

사진=문성필
사진=문성필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인 ‘한국식물이름의 유래’에서는 이 사람주나무의 이름에 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사람주나무라는 이름은 경상도에서 부르는 '산호자나무' 가 변화되었거나 채록 과정에서 변형된 것으로 추정한다. 경상도에서는 '산호자나물' 이라고 하여 어린 잎을 살짝 데쳐서 먹거나 버무려 먹었는데, 이러한 산호자가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 한국식물이름의 유래

그리고 ‘조선삼림수목감요’에서는 방언에서 채록한 사람주나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기록되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사진=문성필
사진=문성필

사람주나무의 꽃말이 '겸손'이라고 합니다.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낮추는 태도가 있음을 뜻하는 겸손이 꽃말이라서 그런지 단풍이 물든 사람주나무가 자기를 낮추고 햇살 아래 살포시 가을 여행을 나온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람주나무의 열매가 잘 달리고 널리 퍼져 오름 자락의 계곡에 겸손함이 가득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사람주나무의 열매 / 사진=문성필
사람주나무의 열매 / 사진=문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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