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제주4.3연구소 학술대회, ‘4.3연구의 진전을 위한 과제’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는 4.3 제74주년을 맞아 25일 오후 2시부터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4.3연구의 진전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는 4.3 제74주년을 맞아 25일 오후 2시부터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4.3연구의 진전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가 남아 있는 제주4.3 연구의 진전을 위한 과제를 톺아보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는 4.3 제74주년을 맞아 25일 오후 2시부터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4.3연구의 진전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규배 제주4.3연구소 이사장, 염미경 제주대학교 교수, 허호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가 주제발표에 나섰다. 좌장은 김영범 대구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다.

이규배 이사장은 ‘잊혀진 주제들-4.3연구노트’를 주제발표를 통해 4.3연구가 본질적인 의문과 궁금증을 밝히는 주제들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었다. 

이 이사장은 “3.1절 관덕정 발포사건에 의한 총파업 이전까지 미군정의 눈에 제주사람들은 매우 우호적이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며 “그런 제주사람들이 갑자기 좌익으로 비치고, 미국에 적대적인 공산주의자가 됐다. 소박하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소련의 지시를 받는 반미주의자가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역설적으로 반미주의자들의 책동이라던 4.3은 미군정 기관과 미군부대, 미군정 요원에 대해서는 단 한 건의 습격 사건도 없었다”며 “한 사람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은, 공격당하지 않는 반미주의에 미국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누가 누군지도 모른다면서 제주사람을 좌익, 공산주의자로 확신한 서북청년단 역시 대답할 수 있겠나”라며 “해방시킬 프롤레타리아가 없었던 평등사회의 제주공동체를 그들은 좌익, 공산주의자로만 몰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정은 한반도에 무지했고, 경찰과 우익은 제주에 대해 무지했다. 이들의 이념적인 제주 인식도 무지의 한 소산물로 보이는데 지금에서 그들은 뭐라고 대답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4.3의 무고와 신원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특별법 개정과 소송 등에 묻혀 잊히고 있는 것들은 없는지 모든 4.3단체와 주체들이 본연의 역할을 기억하고 끊임없이 질문한다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학술대회 주제발표를 진행한 이규배 제주4.3연구소 이사장, 염미경 제주대학교 교수, 허호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제주의소리
사진 왼쪽부터 학술대회 주제발표를 진행한 이규배 제주4.3연구소 이사장, 염미경 제주대학교 교수, 허호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제주의소리

이어 염미경 교수는 ‘과거사 청산에서 4.3운동,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염 교수는 “4.3특별법 개정으로 생존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보상금 지급이 본격화된 지금, 4.3의 과거사 청산이 ‘사건-보상’에 갇힌 듯 하다”며 “이제 보상금 지급 관련 어떤 전형을 만들지, 과거사 해결에서 제주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배상은 배상 액수보다 사회의 공동책임을 얼마나 도출했는지, 유무형의 피해자 고통을 얼마나 치유했는지가 중요하다”며 “그렇지 못할 때 피해배상은 진실규명을 제약하고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부정적 효과를 초래, 사회적 책임의 회피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보상 외 생존희생자와 유족의 피해는 물론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배제와 같은 심각한 피해까지 포괄해야 한다”며 “밝혀지지 않은 진실은 의혹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중요한 피해임이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교수는 “사건과 보상의 프레임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4.3의 기억은 계속해 파편화될 것이고 역사 부정과 왜곡 등 부정적 유산의 문제로 귀결, 새로운 트라우마를 야기할 수 있다”며 “아래로부터의 과거사 청산 요구와 운동, 진실규명의 진척 정도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건-보상 프레임을 넘어 집단트라우마의 역동성을 이해할 대안적 진단 개념과 분석 프레임, 과거사 청산을 사건-진실 프레임으로 전환시키려는 운동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는 4.3 제74주년을 맞아 25일 오후 2시부터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4.3연구의 진전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종합토론에 나선 주진오 상명대학교 명예교수, 고경민 국제평화재단 사무국장,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 ⓒ제주의소리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는 4.3 제74주년을 맞아 25일 오후 2시부터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4.3연구의 진전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종합토론에 나선 주진오 상명대학교 명예교수, 고경민 국제평화재단 사무국장,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 ⓒ제주의소리

허호준 선임기자는 ‘제주4.3시기 언론의 4.3인식과 보도의 변화’를 주제로 당시 제주지역의 보도 형태에 대해 자세히 소개, 언론의 책무인 진실 보도를 외면한 왜곡 보도에 대해 말했다.

허 선임기자는 “국가가 4.3을 폭도 등의 폭동 내지는 반란으로 규정할 때 그 속에서 죽어간 숱한 제주도민의 억울함과 참상을 보도한 언론은 없었다”며 “정보는 소통되지 못했고, 진실은 철저히 왜곡됐다”고 말했다. 

이어 “4.3시기 육지로부터의 제주도 접근이 어려워 보도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3.10 총파업 이후 응원경찰대의 대대적인 입도에도 불구, 현지 취재는 드물었다”며 “이는 제주도 상황이 왜곡돼 나가는 등 제주 관련 정보가 제대로 소통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3.1 관덕정 사건과 총파업 당시 제주도민들의 강고한 투쟁력을 보여줬다는 분석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며 “4.3 무장봉기 이후 포고령 이전까지는 참상을 전달하는 4.3 보도가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포고령과 계엄령 이후 이런 보도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에서 일어나는 참상과 비극은 외부세계로 나가지 못한 채 제주도는 글자 그대로 고립된 섬이 됐고 격절의 섬이 됐다”며 “정부 발표는 사건의 본질을 왜곡해 오직 공산주의자의 선동 모략과 파괴행위만이 있었음을 나열했다”고 밝혔다. 

허 선임기자는 “언론의 왜곡보도와 보도통제는 4.3이 끝난 뒤에도 붉은 낙인이 남도록 했다. 이 피해는 제주도민이 고스란히 입었다”며 “국가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역사적 사건의 진실 보도는 언론의 중요한 책무임을 4.3은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 명의 주제발표 이후 △주진오 상명대학교 명예교수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 △고경민 국제평화재단 사무국장이 참여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은 “4.3유족들이 재판장의 ‘피고인 각 무죄’ 한 마디에 평생의 한을 쏟는 장면을 우리는 본다. 4.3은 오늘도 여전히 진전하고 있고, 진행 중”이라며 “학술대회를 통해 4.3연구의 방향을 결정, 더 나은 역사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는 4.3 제74주년을 맞아 25일 오후 2시부터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4.3연구의 진전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는 4.3 제74주년을 맞아 25일 오후 2시부터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4.3연구의 진전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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