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역사교사모임 "교과서 편찬준거 의무성 없어...4.3시대정신 역행"

윤석열 정부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제주4.3에 대한 기술 근거를 없애며 지역 교육계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는 '편찬 준거'에 제주4.3을 포함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의무성을 지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최근 '2022 개정교육과정'을 행정예고하면서 기존 2018-162호 고시에서 학습요소로 포함된 제주4.3사건을 삭제하며 논란을 키웠다.

한국사 중 '대한민국 수립과 6.25전쟁'이라는 소주제의 학습요소에는 제주4.3사건이 포함돼 있던 것을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행정예고를 통해 '냉전체제가 한반도 정세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수립 과정을 탐색한다'고 뭉뚱그렸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의 대강화'라는 정책방향을 표방하며 내용을 대폭 수정했지만, 행정예고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제주4.3을 교과서에서 반드시 다뤄야할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제주 지역사회는 이 같은 결정이 곧 제주4‧3 교육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냈다. 전교조 제주지부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가로막고 후퇴시킨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도내 역사 교과 교사들도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표출했다. 제주역사교사모임은 27일 성명을 내고 "일방적으로 수정 고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철회하고, 개정 교육과정에 제주4.3을 포함시켜라"라고 촉구했다.

제주 역사 교사들은 "학습요소로 명시됐던 '제주4.3'이 삭제된 것은 교육부의 교과의 자율성 강화를 명분으로 제주4.3을 도외시하고 경시하는 처사"라며 "제주4.3의 올바를 이해를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의 결과물이 사라진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과거 제주4.3은 이념의 굴레 속에서 왜곡·축소돼 왔지만 2000년 이후 제주4.3은 특별법 재개정·추념일 지정, 희생자 배·보상, 불법 군사재판 수형인 재심 등 법과 제도로 정비되고 있다. 나아가 고등학교 모든 한국사 교과서에 서술되면서 제주4·3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하는 하나의 학습요소로 포함됐다"며 "이번 교육과정 예고는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화·세계화되고 있는 제주4.3 교육의 불씨를 꺼버리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특히 '편찬준거에 제주4.3을 포함하겠다'는 교육부의 해명에도 전면 반박했다.

앞서 교육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교육과정이 완성되면 이를 토대로 한 '편찬 준거'에 제주4.3을 포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요 역사적 사건이 교과서에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교과서 개발 단계에서 서술될 수 있는 준거에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주 역사 교사들은 "교과서 편찬 준거는 의무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 교과서 집필진에 따라 '제주4.3' 서술 유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일축했다. 또 "'자유민주주의'를 성취기준에 포함한 것을 미루어 볼 때 제주4.3이 교과서에 실릴지는 불투명하다. 우리 역사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맥락적으로 '반공'과 '독재'를 미화하는 용어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제주4.3을 다시 이념의 굴레로 속박하고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교과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제주4.3 교육을 축소·왜곡하려는 교육부의 시도를 단호히 반대하고, 행정예고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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