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인 김경택이 생애 첫 번째 시집 ‘첫눈주의보’(책만드는집)를 펴냈다.

시인은 60편에 달하는 작품을 빼곡하게 채워 넣으며, 기다려온 정식 시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첫눈주의보
김경택

비 그친 창밖으로 첫 손님이 오시네요
저 홀로 견디다 눈 올 즈음에 눈을 뜨는
못다 핀 애기동백의
목덜미를 덮네요

발소리 내지 않는 첫눈을 조심하라
혼자서 받아쓰는 나목의 언어들이
저마다 계급장 떼고
내 어깨에 내릴 때

사무친 사랑일수록 해피 엔딩이 없다네요
봄 가고 여름 가고 다 비운 나뭇가지에
새하얀 사랑의 언어를 
키워내고 있네요

작품 해설을 쓴 고정국 시인은 “인생 전반에 겪었던 희로애락을 바탕으로, 생의 후반기 시발점에 서 있는 시인의 자립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쪽에 기울어진 하현 달빛이 살며시 창문 속으로 스며들어 와 시인의 손등을 어루만지는 정경 묘사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고 호평했다.

저자는 제주시 출생으로 공주사범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남녕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다. 2002년 ‘제주작가’ 신인상을 수상했다.

109쪽, 책만드는집,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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