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홈페이지에 게제된 회사소개란. '서울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주요 거점으로 운항하고 있다'는 소개가 담겨있다. 
제주항공 홈페이지에 게제된 회사소개란. '서울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주요 거점으로 운항하고 있다'는 소개가 담겨있다. 

'제주도민의 항공사'임을 표방하며 기존 거대 항공사의 독과점적 지위를 깨뜨리고, 도민의 이익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했던 제주항공이 정작 도민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주항공 주식매입 출자 심의 과정에서 나왔다.

혜택이라고 내세운 '도민 할인'은 특가 정책에 밀려 유명무실하고, 제주항공은 스스로를 '서울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주요 거점으로 운항한다'고 소개해 온 것이 드러나면서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한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이도2동 을)은 1일 '2023년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제주항공 주식매입)'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해당 안건은 지난 411회 임시회에서 보류된 이후 한 달만에 다시 상정됐다.

이 계획안은 지방비 50억원을 투입해 1주에 1만5650원(8월 31일 종가기준)인 제주항공의 주식 31만9488주를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적자로 전환된 (주)제주항공의 경영안정화를 위해 유상증자 시 제주도 배정 신주인수권의 40% 수준 주식을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주)제주항공은 8월 26일 신기종 항공기 도입 등을 위한 자금 조달 목적으로 32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 계획을 공시했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 시기와 어긋난 제주도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하자 신주인수권을 전량 매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달 열린 제410회 임시회 회기 중에는 사실상 같은 안건을 두고 상임위원회 별 입장이 엇갈리며 연기됐다. 환경도시위원회는 '(주)제주항공 주식매입에 따른 출자 동의안'을 원안 의결한 반면, 행정자치위원회는 '공유재산관리계획안(㈜제주항공 주식매입)'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한 의원은 "최초 제주항공이 출범할 당시에는 제주도 출신의 창업주가 기업 홍보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진행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기업으로서의 이득을 취하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당초 설립 목적을 잊은 애경그룹이 도민에게 미운털이 박혀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제주도민 할인 혜택은 특가 제도가 도입되면서 유명무실해졌고, 지금은 제주도나 육지 사람들이 별 차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제주항공이 운영하는 기업우대 요금제 등을 보면 중복 할인도 가능하다보니 오히려 육지 사람이 제주도민보다 더 저렴하게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제주공항을 기점으로 하는 국제선도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도 짚었다.

특히 한 의원은 "제주항공 홈페이지 항공사 소개란을 보면 '서울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주요 거점으로 운항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는데 새 항공기 도입을 위한 증자에 제주도가 참여하는 것이 납득이 안간다는 것"이라며 "제주항공이 당초 목적을 잊은 상황에서 우리가 증자에 계속 참여해야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자에 참여해야겠다고 하면 제주도민이 누릴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특가 할인을 받으면 중복 할인을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있는데, '기업우대 요금제' 중복 할인 적용을 받는 다른 제도도 있지 않나. 도민에 대한 혜택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조천읍)은 "지난번에 심의 보류된 안건이 다시 올라왔다면 그 후에 어떤 노력을 했고, 제주항공이 어떤 입장을 보여왔는지 추가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답변에 나선 강애숙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은 "기존에 제주도와 제주항공 간 협약서와 관련 변호사 자문을 얻었고, 그 해석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를 했다"며 "제주항공의 기여 측면이 너무 적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도민채용과 제주산 제품, 고향사랑기부제 등 홍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강 단장은 "추가 혜택 적용 가능 여부에 대해 제주항공과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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