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45) apology

apology [ǝpάlǝdʒi] n. 사과(謝過), 변명(辨明)
‘사과’는 ‘사과’ 다와사 헙주
(‘사과’는 ‘사과’ 다워야 한다)


조건을 달수록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다. 조건을 달수록 국민보다도 자신의 안위(his own safety)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고, 정치를 하는 자기 철학(philosophy)이 없다는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조건을 달수록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다. 조건을 달수록 국민보다도 자신의 안위(his own safety)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고, 정치를 하는 자기 철학(philosophy)이 없다는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apology는 apo- “떨어져서(=away from, off)”와 –logy “말(=speech)”의 결합이다. 이 –logy라는 그리스어(Greek) 어근에서 나온 낱말로는 logic “논리”, dialogue “대화”, prologue “머리말”,  analogy “유추(類推)” 등이 있다. apology의 어원적 의미는 “(시간적으로 얼마간) 떨어져서 하는 말”이다. 자신이 했던 말에 대해서 시간적 간격을 두고(at a distance of time) 해명(解明)하거나 변명(辨明)하는 말을 뜻한다.

이렇듯 자기 합리화나 정당화(self-justification)에 가까운 ‘해명(clarification)’이나 ‘변명(excuse)’의 뜻으로 쓰이던 apology가 “자신의 언행에 대한 솔직한 사죄나 사과(frank expression of regret for wrong done)”의 뜻으로도 쓰이게 된 것은 18세기 이후부터다. apology란 말에는 이런 역사(history)가 담겨 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그건 사과가 아니고 변명이다”라는 식으로 논쟁이 많은 것이다.

Any fool can try to defend his or her mistakes — and most fools do — but it raises one above the herd and gives one a feeling of nobility and exultation to admit one’s mistakes.
(어떤 바보라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변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바보들은 그렇게 한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게 되면, 자기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생각과 더불어 떳떳하고 뿌듯하다는 느낌까지 들게 된다.)  
- D. Carnegie의 ‘How to Win Friends & Influence People’ 중에서

사과를 구성하는 두 개의 축(axis)은 먼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런 후에 ‘어떻게 그런 잘못을 하게 되었는지 해명하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사실, 난 잘못한 게 별로 없는데”, “사실, 저쪽도 잘못한 게 많은데”라는 등의 심리(psychology)를 떨쳐버리는 게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의 잘못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regardless of whether it’s a lot or not)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찾아내고 그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면 된다. 사과는 얼핏(at a glance) 상대방에게 하는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essentially) 자신의 도덕적 성숙(moral growth)을 위해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나면 어떻게 그런 잘못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해명이 따라야 한다. 이때 그 해명은 자신이 하고 싶은 해명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해명이 될수록 좋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할수록 그에 따르는 해명도 서로를 이해하는 화해(conciliation)의 열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그런 해명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정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해명은 종종 변명으로 전락하게 되고 사과의 진정성(sincerity)마저 의심받게 된다.  

많은 정치인들(politicians)이 자신의 언행(speech act)에 대한 어설픈 사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create gossip). 정치인들의 사과는 상대방이 아니라 국민에게 하는 것인데도, “사실이라면, -에 대해 사과한다”, “잘못이라면, -에 대해 사과한다”라는 식으로 구차한(clumsy) 조건을 달며 사과를 하니 공분의 대상(an object of public indignation)이 되는 것이다. 조건을 달수록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  된다. 조건을 달수록 국민보다도 자신의 안위(his own safety)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고, 정치를 하는 자기 철학(philosophy)이 없다는 것이 된다. 사과는 사과다워야 한다. 사과가 사과다워야만, 국민도 그 사과를 받아들이고 일말의 가능성(a tiny possibility)을 보게 되는 것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