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여 곳 매장 중 절반 가까이 ‘보이콧’ 입장…“형평성 어긋나” 주장

일회용컵 음료 사면 ‘보증금 300원’…시범대상 제주 점주들 ‘보이콧’ 반발 

한 차례 유예됐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2일 제주와 세종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제주지역 제도 적용 업체 점주들이 ‘보이콧’에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모든 업체가 아닌 전국 100개 이상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만 대상으로 하는 데다 지역마저 제주와 세종만 적용토록 하면서 형성평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손님이 음료를 포장할 때 1컵당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받고 나중에 컵을 반납할 경우 돌려주는 제도다. 이를 위해 점주들은 일회용컵 마다 바코드스티커를 붙여야 하고 손님이 반납할 경우 스티커를 다시 뗀 뒤 일정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심지어 손님이 컵을 세척하지 않고 반납할 경우 다시 씻어 보관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점주들은 일손 문제를 지적했다. 바쁜 시간대 스티커를 붙이고 떼야 하는 데다 반납을 받아 세척, 보관까지 해야 하니 일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주시 아라동의 한 '일회용품 보증금제' 적용 대상 카페에 "형평성 없고, 고객에게 보증금을 전가하는 1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보이콧 중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의 한 '일회용품 보증금제' 적용 대상 카페에 "형평성 없고, 고객에게 보증금을 전가하는 1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보이콧 중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제주의소리

도내 3300여 곳 이상 매장 중 350여 곳이 이번 제도 적용 매장이지만, 가칭 제주 프랜차이즈 점주 협의회에 따르면 170여 곳이 반대 서명하고, 보이콧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지만, 이를 감안 하고서라도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제도 시행에 반대하는 대부분 점주는 환경 보호를 위한 기본 취지에 반대하기보다는 ‘형평성’ 문제를 가장 많이 지적하고 있다. 뒤이어 인력 문제가 따랐다.

우선 점주들은 영세한 매장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의 형평성 문제를 꼬집었다. 환경부가 매장 수 100개 이상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제도를 적용하자 점주들은 “매장 수 100개 이상인 가맹사업장 대부분은 영세 가맹점”이라고 주장했다.

대부분 작은 규모의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가 대상이라며 바쁜 시간대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것 말고는 1인 운영 매장이나 다름없는데 보증금제를 적용하게 될 경우 손님이 불편을 겪고 비적용 매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지역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적용받는 매장은 약 10% 남짓으로 파악된다. 점주들은 나머지 90%의 경우 제도를 적용받지 않으니 굳이 손님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제도 적용 매장을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련해 환경부는 다각적인 혜택과 지원을 제공하겠다며 소비자를 대상으로 경품을 주는 이벤트와 매장 대상 인력과 무인 간이회수기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 역시 반발이 심화되자 공공 반납처를 확대하고 보증금제 적용 매장에 무인 간이회수기를 무상 공급하겠다는 등 진화에 나섰다. 

제주시 아라동의 한 '일회용품 보증금제' 적용 대상 카페에 "형평성 없고, 고객에게 보증금을 전가하는 1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보이콧 중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제주의소리ⓒ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의 한 '일회용품 보증금제' 적용 대상 카페에 "형평성 없고, 고객에게 보증금을 전가하는 1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보이콧 중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제주의소리ⓒ제주의소리
손님에게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제공하고 있는 한 카페 관계자. 해당 카페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 등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보이콧 중이다. ⓒ제주의소리
손님에게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제공하고 있는 한 카페 관계자. 해당 카페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 등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보이콧 중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에서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김학수(40) 씨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제대로 된 기반을 하나도 만들어주지 않고 강제로 제도를 시행하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스티커를 일일이 붙여야 하고, 손님이 반납할 때 컵 세척을 안 하면 씻은 뒤 스티커도 떼야 하고, 공간도 부족한데 컵을 또 모아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인력이 더 필요한데 하나도 대비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6개월 전에도 시행하려다 반발에 부딪혀 유예했으면서 이후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이제와서 무인회수기를 보급하겠다는 등 이야기하는데 그럼 지난 6개월간 뭐했나”라고 되물으며 “실제 보급 설치까지도 시간이 걸릴 텐데 그럼 그동안은 죽으라는 이야기”라고 쏘아붙였다. 

당초 제도는 지난 6월 10일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자영업자 부담을 이유로 한 차례 유예됐다. 해당 기간 환경부는 제도 이행을 지원하고 부담 완화를 위한 행정적, 경제적 방안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시 오등동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김옥순(50) 씨는 “제주도에서 매장 수 100개 이상인 가맹점은 대부분 영세하다”며 “10평 미만 가게를 운영하며 바쁜 시간대가 아니면 혼자 운영하는데 스티커를 탈부착하고 컵도 씻고 보관하라면 절대 못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유예기간 중 아무런 말도 없다가 한 달 전부터 갑자기 뭘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전국 시행도 아니고 제주와 세종만 한다고 하니 억울하기도 하다”며 “정책도 솔직히 제대로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을 생각한다고 해서 컵도 로고를 다 뺀 투명 용기로 바꿨는데 거기다 다시 스티커를 붙였다가 다시 떼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 과연 맞나 싶다”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다 같이 따를 수 있도록 해야지 왜 제주와 세종만 하는 것이며, 심지어 제주에서도 특히 몇 군데만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오히려 인구가 많은 서울과 경기 등 큰 지역에서 먼저 시행하고 작은 도시가 따르도록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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