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 보물 1902호 제주향교 대성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1902호 제주향교 대성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최초의 학교이자 제주도 지정 유형문화재 2호 제주향교가 내홍을 겪고 있다. 제33대 전교 선거 과정에서 혼란을 겪으면서 현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제주시 용담1동에 위치한 제주향교는 헌유의 위패를 봉안·배향하고, 제주민을 교화·교육하기 위해 1392년 조선 개국과 동시에 창건된 제주 최초의 학교로, 역사 유적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현재는 비법인사단인 제주시향교재단이 관리하고 있다. 

제주향교 정관에 따라 전교는 향교를 대표하고, 전체적인 사무를 총괄하는 대표자 성격을 갖는다. 제주향교 대성전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902호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제주향교는 지난해 5월부터 전교 공석 사태로 인해 1년 넘게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32대 전교의 임기가 2021년 1월 만료됨에 따라 33대 전교 선거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제주향교는 음력 11월1일인 2020년 12월15일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해 2020년 11월 입후보 기간을 가졌고, A씨와 B씨 2명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A씨는 입후보자 등록신청서와 함께 제출해야 하는 범죄사실증명서를 첨부하지 않았다. 

후보 등록 직전 A씨는 전교 당선을 위해 금품을 살포하고, 향응 제공으로 금권선거를 시도해 유림과 향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 등으로 소속 지부로부터 제명됐다. 

전교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2020년 12월1일 범죄사실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은 A씨에 대해 입후보 자격이 없다고 판단, 신청서를 반환했다. 이틀이 지난 12월3일 선관위는 B씨와 관련된 고발장을 심의한 뒤 B씨 후보등록도 무효로 결정했다. 

12월4일 후보 2명 모두 자격을 상실했다고 공지한 선관위는 12월8일 기존 입장을 바꿔 A씨의 후보 자격이 인정된다고 의결해 재공지 했다. 

선관위는 단독후보가 된 A씨를 당선인으로 결정해 공고하고, 며칠 뒤 A씨에게 당선증도 교부했다.  

선관위 결정과 달리 제주향교는 12월18일 범죄사실증명서를 제출하지 않고, 지부로부터 제명된 A씨가 입후보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후보등록과 당선을 무효로 결정했다. 며칠 뒤 제주향교는 A씨에게 향교와 유림 관련 시설 영구 출입금지라는 중징계까지 내렸다. 

이어 제주향교는 전교 재선거를 위한 선관위를 구성했고, 선관위는 단독 입후보한 제3자 C씨를 33대 전교 당선인으로 결정했다. 

33대 전교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은 ‘당선인 지위 확인’, ‘당선인 무효 확인 청구’, ‘징계 무효 확인’ 등 소송전으로 번졌다. 

최근 광주고등법원은 A씨의 후보자격과 당선을 무효화한 제주향교 결정에 하자가 있다는 원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제주향교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법원은 입후보자의 자격을 평가하는 것은 선관위의 재량권 범위이지 제주향교가 갖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소속 지부로부터 제명당했다 하더라도 관련 정관상 관할구역에 거주하는 유림으로만 돼 있어 전교 피선거권까지 박탈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제주향교가 A씨에게 내린 영구 출입금지 징계도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그렇다고 A씨의 당선자 지위를 인정하지도 않았다.  

A씨가 총회에서 후보자 소견 발표와 총회 인준 의결을 거치지 않아 당선자 지위를 얻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후보 자격을 박탈한 제주향교의 처분에만 하자가 있다는 취지다. 

대표자인 전교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으로 제주향교는 1년 넘게 전교 공석 사태를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향교 측은 “대법원에 상고할 지 여부를 검토중”이라며 “전교 선거를 다시 치를 지 등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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