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2년 준비에 6개월 시행유예…‘실효성-준비 미흡’ 지적 따라
환경단체-점주 “취지 어긋나”-“형평성” 이유로 “전국 적용” 한목소리

정부가 지난 2일부터 제주와 세종에만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한 가운데 환경단체와 적용 업체 점주들이 '전국 적용'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정책의 실효성과 취지를, 점주들은 형평성을 이유로 반발했다. 관련해 법 시행을 2년간 준비하고, 또 6개월을 유예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제주의소리
정부가 지난 2일부터 제주와 세종에만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한 가운데 환경단체와 적용 업체 점주들이 '전국 적용'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정책의 실효성과 취지를, 점주들은 형평성을 이유로 반발했다. 관련해 법 시행을 2년간 준비하고, 또 6개월을 유예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제주의소리

정부가 지난 2일부로 제주와 세종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본격 시행한 것과 관련해, 제주에서 환경단체와 적용 업체 점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상대적으로 길었던 기간에 비해 준비가 미흡했다는 이유다.

# 환경단체-업체, 한 목소리로 반대?

당초 환경부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지난 6월 10일부로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반발에 부딪히자 12월 2일로 한 차례 유예했다. 이미 2월 25일 행정예고를 하는 등 수 개월이 흘렀음에도 반발은 상당하다. 

제주지역 점주들은 가칭 제주프랜차이즈협의회를 구성하고 단체로 ‘보이콧’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까지 “일부 지역만 제도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모든 지역,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환경단체는 시행을 한 차례 유예한 데다 지역을 축소 적용해 환경 보호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으며, 업주의 경우 일부 매장만 적용받게 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내용처럼 보이지만 속뜻은 달랐다.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지난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녹색연합.<br>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지난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녹색연합.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지난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녹색연합.<br>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지난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녹색연합.

# 지역 한정, 교체 반납 불가..."정책이 혼란 가중"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지난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 단체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취지는 5%밖에 재활용되지 않는 컵 회수율을 높여 재활용률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며 “대상 지역을 축소하고 교차반납을 막는 환경부 정책은 제도 취지와 반대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매장이 98%가 넘는데 2년이 넘는 기간을 준비하고도 고작 제주와 세종지역만 적용, 2%의 컵만을 재활용하겠다는 것은 환경정책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교차반납을 할 수 없는 문제도 지적했다. 현행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를 구입한 브랜드의 매장에서만 반납할 수 있다. 즉 A브랜드에서 산 뒤 B브랜드에 반납할 수 없다. 

이들 단체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핵심이 ‘쉬운 반납’에 있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환경부가 교차반납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일이 자원재활용법에 규정되어있음에도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시행일을 유예하고, 시행 지역을 축소했다”며 “환경부의 이같은 결정은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쏘아붙였다.

제주시 아라동의 한 '일회용품 보증금제' 적용 대상 카페에 "형평성 없고, 고객에게 보증금을 전가하는 1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보이콧 중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의 한 '일회용품 보증금제' 적용 대상 카페에 "형평성 없고, 고객에게 보증금을 전가하는 1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보이콧 중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전체 매장 중 10%만 적용..."고객, 점주 모두 피해"

제도 적용 제주지역 카페 점주들은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환경 보호라는 취지에는 동감하나, 일부 매장만 대상으로 하면서 상대적 피해를 겪게 된다는 주장이다. 

제주지역 점주들은 가칭 ‘제주프랜차이즈협의회’를 구성해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형평성 없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시행일인 2일에는 ‘보이콧’에 참여하는 등 반발을 이어갔다. 

이들은 제도 적용 매장 대부분이 소규모 테이크아웃 카페라며, 바쁜 시간대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것 말고는 1인 운영 매장이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보증금제를 적용하게 될 경우 고객이 불편을 겪고 비적용 매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지역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적용받는 매장은 약 10% 남짓으로 파악된다. 점주들은 나머지 90%의 경우 제도를 적용받지 않으니 굳이 손님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제도 적용 매장을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형평성과 함께 부족한 일손도 문제였다. 바쁜 시간대 스티커를 붙이고 떼야 하는 데다 반납을 받아 세척, 보관까지 해야 하니 매장 운영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현수막과 함께 유리창에 붙은 보이콧 안내문. ⓒ제주의소리
현수막과 함께 유리창에 붙은 보이콧 안내문. ⓒ제주의소리

# 우려 뻔한데 환경부는 늑장 대응...정책 실효성 의심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보증금제 대상 매장의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가 편하게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매장외 반납처를 확대하고 매장에 무인 간이회수기 설치를 지원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하지만 제도를 유예한 6월 이후부터 몇 달간 움직임이 없다가 제도 시행 한 달여 전인 11월에서야 무인 간이회수기 설치 수요를 파악하고 보급 계획을 세우면서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따르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21일, 제도 시행 약 2주 전에서야 기계적 성능이 확인된 무인회수기 1종을 대상으로 한 성능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현장 적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늘리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같은 환경 보호 정책은 중요하고 꼭 필요하지만, 이처럼 대상 지역과 적용 매장을 축소하면서 정책적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유예기간 동안,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제도 이행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행정적·경제적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힌 환경부가 해당 기간 어떤 노력을 했냐고 되묻는 업주들 반응도 현장에서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었다. 

2020년 5월 자원재활용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 2년간 준비하고 약 6개월을 연기하며 도입했지만 정책 실효성을 의심받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제도 정착을 위한 환경부와 제주도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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