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설치하고 나무 184그루 이식중
내년 50억원 편성 1구간부터 공사 시작

환경 훼손과 절차 미이행 논란 속에 세 차례나 중단된 제주 비자림로(대천~송당) 확‧포장 공사가 본격화된다.

5일 제주도에 따르면 새해 예산안에 공사비 50억원을 편성한데 이어 최근에는 토목 공사에 앞서 사업 부지에 나무 이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비자림로 공사는 제주도가 242억원을 투입해 2016년부터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대천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4km 구간을 너비 19.5m의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당초 2018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2016년부터 87필지 13만4033㎡를 편입해 공사를 시작했지만 삼나무 900여 그루가 잘려나가면서 환경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제주도는 2018년 8월7일 공사를 중단했다. 이어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 조치를 명령하면서 2019년 5월30일 또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환경저감 마련 대책을 위한 조사와 포획, 이주 대책 마련을 이유로 2020년 6월5일 공사가 재차 중단됐다. 올해 2월 추가 보완을 거치면서 가까스로 공사를 재개했다.

제주도는 이 과정에서 왕복 4차선을 유지하는 대신 도로 폭을 기존 19.5m에서 16.5m로 축소했다. 도로 밖 공간을 줄여 삼나무 훼손 범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다.

제2구간(제2대천교~세미교차로간)에 계획된 폭 8m의 중앙분리대 설치도 철회했다. 대신 일부 구간 중앙에 삼나무를 보존해 자연적으로 차선 분리가 이뤄지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올해 5월부터는 동물들이 도로로 뛰어드는 ‘로드킬’ 방지를 위해 왕복 5.88km 울타리도 설치했다. 이는 멸기위기종인 애기뿔소똥구리, 뚜점박이사슴벌레 등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삼나무를 베어내고 평탄화 작업을 한 사업부지 중 1~2구간에서 팽나무 등 나무를 심는 이식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주도가 당초 약속한 이식 예정 나무는 184그루다.

제주도는 작업이 마무리되면 1구간인 대천교차로부터 본격적인 도로 포장공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새해 예산안에 50억원의 공사비를 편성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굴착기가 투입된 공사 현장에서 애기뿔소똥구리가 발견됐다며 저감대책 부실을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실효성 있는 보존 대책을 위한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비자림로 도로구역결정 당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며 2021년 12월 제주도를 상대로 도로구역 결정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년이 지난 현재까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내일(6일) 예정된 변론에서는 나일무어스 박사(새와 생명의 터 대표)와 이강운 박사(홀로세생태연구소 소장)가 증언에 나설 계획이다.

원고들은 도로구역결정 당시 환경영향평가의 절차적 하자와 공사로 인한 환경파괴 등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변론에서도 생태계 훼손 문제를 재판부에 적극 제기할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당초 환경단체와의 약속과 협의 이행에 따라 나무를 이식하는 것”이라며 “생태계 모니터링을 계속 진행하면서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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