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㉕ / 애월읍 삼리공동목장
200만원→1억원 된 세금, 수입-지원 없는 ‘공동목장’ 매각은 시간 문제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3일 제주시 애월읍 삼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삼리공동목장은 이름 그대로 세 개의 리(里),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곽지리, 금성리가 함께 관리 운영하는 공동목장이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3일 제주시 애월읍 삼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삼리공동목장은 이름 그대로 세 개의 리(里),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곽지리, 금성리가 함께 관리 운영하는 공동목장이다. ⓒ제주의소리

불과 한 달 전에도 매각 의사를 타진한 개발업자가 있었다. 드넓은 초원과 뛰어난 경관은 그들 입맛에 제격이었고, 마을은 세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매력적이었다. 

제주도내 중산간 지역에 있는 골프장과 리조트 대부분이 마을공동목장의 매각에서 시작됐다. 위치가 좋고 면적이 넓으니 개발업자가 눈독 들이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도민체험단은 지난 3일 제주시 애월읍 삼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삼리공동목장은 이름 그대로 세 개의 리(里),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곽지리, 금성리가 함께 관리 운영하는 공동목장이다. 

이 목장은 불과 한 달 전, 새별오름 인근 목장을 매각하라는 개발업자의 제안을 받았다. 구체적인 용도와 가격을 밝히진 않았지만, 매각 요청 사실만으로 목장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드넓은 초원으로 도민과 제주를 찾는 방문객에게 뛰어난 경관을 선물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세금은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덩달아 양돈 등 가축분뇨로 만들어진 액상비료 살포 장소로 선정되면서 알 수 없는 외래종 풀들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방목했던 소들이 집단 폐사하는 일도 생겼다. 

주민들은 어디까지나 추정이지만, 액상비료 때문에 피해를 겪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많은 돈을 줄 테니 목장을 팔라는 유혹은 마을공동체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기에 충분하다. 

과거 삼리공동목장에서 소에게 물을 줄 목적으로 사용한 물통. ⓒ제주의소리
과거 삼리공동목장에서 소에게 물을 줄 목적으로 사용한 물통.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3일 제주시 애월읍 삼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3일 제주시 애월읍 삼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마을공동체의 자산이자, 제주도 특유의 목축경관을 간직한 보고(寶庫)다. 팔려나간 마을공동목장의 사유화는 즉각 난개발로 이어지고 다시는 공동체 자산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1940년대 120여 곳이었던 마을공동목장은 목장의 해체와 매각 등을 이유로 현재 40~50여 곳만 남았다. 나머지 목장 역시 언제 개발업자의 손에 넘겨질지 모르는 운명을 앞두고 있다.

삼리공동목장은 61만여 평, 201만6528㎡의 광활한 목장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조합원 수만 해도 1200여 명에 달하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만 해도 1억원에 육박한다. 

이렇게 많은 세금이 부과되다 보니 목장은 임대료와 초지 조성 등 수익금 대부분을 세금을 충당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결국 남는 돈이 없어 목장 운영을 활성화하고 지켜나가기 위한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행히 삼리공동목장은 3개 리로 이뤄져 한 마을이라도 반대하면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다. 한 달 전 매각 유혹은 반대하는 마을이 있었기에 진행되지 않았다. 더불어 조합원 모두 소유권이 있어 뜻을 통일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랐다. 일종의 견제가 작용한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동순 삼리공동목장 조합장, 김승진 삼리공동목장 조합원ⓒ제주의소리
사진 왼쪽부터 김동순 삼리공동목장 조합장, 김승진 삼리공동목장 조합원ⓒ제주의소리
과거 삼리공동목장에서 소를 방목할 당시 숙소로 사용한 건물. 지금은 형태만 남은 채 방치 중이다. ⓒ제주의소리
과거 삼리공동목장에서 소를 방목할 당시 숙소로 사용한 건물. 지금은 형태만 남은 채 방치 중이다. ⓒ제주의소리

삼리공동목장의 조합원 수는 약 1200명이며, 의사 결정을 위한 대의원은 100여 명이다. 조합원 수는 봉성리와 곽지리가 각 500여 명으로 비슷하며 나머지는 금성리가 차지한다.

목장은 가슴 아픈 제주4.3 당시 초토화작전에 따른 소개령으로 목장 자료가 모두 불에 타는 안타까운 일을 겪었다. 이 때문에 목장은 면유지로 편입됐고, 주민들은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땅을 팔아 소송을 진행한 끝에 목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김동순 삼리공동목장 조합장은 “땅값이 오르다 보니 유혹이 상당히 많다. 최근에도 유혹이 있었지만, 봉성리가 반대하면서 다행히 실제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소송 당시 매각한 땅은 중국자본에게 넘어간 뒤 지금은 규제에 묶여 부동산 신탁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리공동목장은 조합원에게 소 방목과 초지 조성을 위한 용도로 임대하고 있다. 목장 남쪽 부지는 지목상 전(田)으로 용도를 변경, 임대업자가 잔디를 심어 판매해 수입을 얻고 있다. 

소 방목도 큰 규모는 아니지만, 꾸준히 이뤄져왔다. 하지만 액상비료 살포가 이뤄진 뒤 외래종 풀이 자라나고 소 30여 마리가 갑자기 집단 폐사하는 등 피해가 발생, 방목은 모두 중단됐다. 남은 땅은 모두 목초 재배로 활용 중이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3일 제주시 애월읍 삼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3일 제주시 애월읍 삼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삼리공동목장은 과거 이시돌목장에 부지를 임대하기도 했다. 사진 속 콘크리트 기둥이 이시돌목장 사용 당시 세워진 것이다. 오른쪽 쇠기둥은 현 삼리공동목장이 설치했다. ⓒ제주의소리
삼리공동목장은 과거 이시돌목장에 부지를 임대하기도 했다. 사진 속 콘크리트 기둥이 이시돌목장 사용 당시 세워진 것이다. 오른쪽 쇠기둥은 현 삼리공동목장이 설치했다. ⓒ제주의소리

김승진 조합원은 “외국에서 들어온 사료를 먹은 가축분뇨가 목장에 뿌려지면서 외래종 풀들이 유입된 것 같다”며 “이제까지 문제가 없다가 액상비료를 살포한 이후부터 안 보이던 풀이 자라고 소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는 되새김질을 하면서 소화율이 높지만, 돼지는 소화율이 낮다. 작은 풀들의 경우 소화가 안 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나온 분뇨로 만든 액상비료를 목장에 뿌리면서 안 보이던 풀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고 추측했다.

액상비료 살포 문제는 임대료 인상과도 맞물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분뇨를 처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임대료보다는 장소의 문제가 컸기 때문에 임대료를 많이 주더라도 처리하는 입장이라는 것. 

김 조합원은 “1000만원이었던 임대료가 액상비료 살포 이후 두 배 이상 올랐다. 임대료를 많이 줘서라도 처리하는 것”이라며 “심지어 행정 지원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땅 주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돈을 많이 주는 곳에 임대를 주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액상비료를 뿌릴 경우 결국 지하로 흘러들어가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근 골프장의 경우 잔디 관리를 위해 농약을 살포하는데 비가 올 때마다 내창에 악취가 가득하다고도 했다. 이는 목장이 사라지는 순간 환경오염과도 연결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현장의 말이다.

김 조합원은 과도한 세금 문제도 목장 운영의 어려운 점이라고 꼬집었다. 경관보전직불금을 주지만, 다시 세금을 매겨 가져가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관보전이라는 말뜻 그대로 경관을 보전하라고 지원을 해주면서 도로 세금을 가져가니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잡초도 제거하는 등 출역에 참석한 조합원에게 10만원씩 지급하면서 목장을 관리해왔는데 재정적으로 힘들어지면서 이마저 어렵게 됐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앞으로 매각 유혹이 계속되면 이겨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목장에 잔디를 심어 수입을 내는 등 경관도 보전하고 수입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며 “세금을 걷는 만큼 목장이 관리 운영될 수 있도록 제대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리공동목장 한 곳에서는 잔디를 심어 기르고 있다. 푸른 잔디가 있어 경관 보전에도 도움이 되지만, 지목상 전(田)이 아닌 부분은 흙이 드러난 채 둘 수밖에 없다. 사진 가운데 잔디밭과 흙밭으로 나뉜 경계는 지목 경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당초 모든 곳에 잔디가 깔려 있었으나 행정의 원상복구 명령으로 삼리공동목장은 잔디밭 일부를 갈아엎어야 했다. 관련해 조합 관계자는 굳이 흙밭으로 둘 필요가 있냐며 잔디로 덮인 목장이 더 보기 좋지 않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삼리공동목장 한 곳에서는 잔디를 심어 기르고 있다. 푸른 잔디가 있어 경관 보전에도 도움이 되지만, 지목상 전(田)이 아닌 부분은 흙이 드러난 채 둘 수밖에 없다. 사진 가운데 잔디밭과 흙밭으로 나뉜 경계는 지목 경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당초 모든 곳에 잔디가 깔려 있었으나 행정의 원상복구 명령으로 삼리공동목장은 잔디밭 일부를 갈아엎어야 했다. 관련해 조합 관계자는 굳이 흙밭으로 둘 필요가 있냐며 잔디로 덮인 목장이 더 보기 좋지 않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해발 500m 고지 삼리공동목장 부지 안에는 용천수가 나오는 곳이 있다. 그곳에는 소를 방목하는 사람들이 백중날 제를 지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백중제는 우마의 번성을 기원하는 전통적인 제주도 목축 문화 중 하나다. ⓒ제주의소리
해발 500m 고지 삼리공동목장 부지 안에는 용천수가 나오는 곳이 있다. 그곳에는 소를 방목하는 사람들이 백중날 제를 지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백중제는 우마의 번성을 기원하는 전통적인 제주도 목축 문화 중 하나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3일 제주시 애월읍 삼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3일 제주시 애월읍 삼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3일 제주시 애월읍 삼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3일 제주시 애월읍 삼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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