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서광로 가로변→중앙버스차로 전환, 보행로-화단 등 감소 불가피

제주도가 추진하는 BRT 2단계 사업 중앙버스전용차로 설계도. 붉은 원 안의 내용에 따르면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 양 끝 단의 인도폭이 줄어들게 된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BRT 2단계 사업 중앙버스전용차로 설계도. 붉은 원 안의 내용에 따르면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 양 끝 단의 인도폭이 줄어들게 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기존 가로변 버스차로제로 운영돼 온 도로를 중앙버스차로제(BRT)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보행자의 통행로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간 제주도정이 관련된 사안에 대해 "인도가 줄어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누차 장담해왔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총 사업비 318억원을 투입해 내년 8월 30일까지 BRT 2단계 공사를 실시한다. 이번 사업은 기존에 가로변 버스차로제로 운영돼온 동서광로 11.8km 구간을 중앙버스차로제로 변경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제주시 광양사거리와 연동 입구까지인 서광로 3.1km 구간이 대상으로 버스승강장 14곳을 신설하고, 가로등과 신호등을 이설하게 된다.

이 같은 계획은 보행로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차로 중앙에 정류장 등의 시설을 신설하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양 측 인도 폭을 줄여야 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제주도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보행자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 왔다. 지난 11월 22일 BRT 2단계 사업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이상헌 제주도 도로교통국장은 "버스정류장이 차선 중앙으로 오기 때문에 인도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7일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3년 새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연출됐다.

양영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연동 갑)이 "BRT 사업이 시행되면서 인도가 줄어드는 곳이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이상헌 국장은 "기존에 정류장이 양쪽에 있었던 걸 가운데로 신설하기 때문에 인도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국장은 "인도 주변에 정류장이 간섭하는게 사라져 통행에는 오히려 더 편의가 제고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의 장담과는 달리 도면상으로는 인도 폭이 줄어들 여지가 높다. 제주도의회가 공개한 '중앙버스전용차로 설치공사 설계도'에 따르면 버스중앙차로로 인해 신설 정류장이 설치되는 도로는 양 끝 인도폭이 줄어들게 된다.

동서광로 상 한국병원 앞 도로의 경우 양 끝단 6m 유지된 인도가 각 3.8m, 4.3m로 줄어든다. 광양사거리의 경우 기존 6.4m씩 확보돼 있던 도로가 5.6m로 조정된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도 각 6.5m, 5.5m 인도가 4.9m, 3.6m로 감소된다.

양영식 의원은 "설계도면에 나와있는 내용까지 부정하려 드느냐. 인도와 자전거도로, 화단, 가로수 등을 없애는 정책이 과연 맞는지 상당히 큰 의문을 갖게 된다"고 꼬집었다. 양 의원은 "BRT 사업을 추진하려면 노선을 전면 재검토하고 도보나 자전거 이용 등의 불편이 없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의숙 교육의원(제주시 동부)은 "연간 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준공영제 재정 지원 및 중앙버스전용차로(BRT) 확대 사업'은 지선·간선 노선 조정안과 사업 효과 및 타당성 검증 없이 추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객관적이고 투명한 진단이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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