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제주행동 등 "대중교통 효과 검증 없이 보행자 희생 강요" 성토

중앙버스차로 전환을 위한 사전공사 과정에서 제거된 제주시 서광로 가로수. 사진=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
중앙버스차로 전환을 위한 사전공사 과정에서 제거된 제주시 서광로 가로수. 사진=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

제주지역 대중교통 우선차로를 기존의 가로변 차로에서 중앙 차로로 변경하는 사업이 본격 착수됨에 따라 시민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중교통 활성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보행자의 불편이 증가되는 등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직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전공사 차원으로 가로수 제거공사가 즉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강하게 규탄했다.

제주도내 16개 시민사회단체·정당 등으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9일 성명을 내고 "제주도의회는 앞뒤가 맞지 않는 중앙버스전용차로 2단계 예산을 전액 삭감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제주도가 총 사업비 318억원을 투입해 내년 8월30일까지 실시하는 BRT 2단계 공사에 대한 반발이다. 이 사업은 기존에 가로변 버스차로제로 운영돼온 동서광로 11.8km 구간을 중앙버스차로제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우선 제주시 광양사거리와 연동 입구까지인 서광로 3.1km 구간이 대상으로, 버스승강장 14곳을 신설하고 가로등과 신호등을 이설하게 된다.

이 같은 계획은 정작 보행자의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랐다.  차로 중앙에 정류장 등을 신설하면서 필연적으로 양측 인도폭을 줄여야 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실제 '중앙버스전용차로 설치공사 설계도'에 따르면 버스중앙차로로 인해 신설 정류장이 설치되는 도로는 양 끝 인도폭이 줄어든다. 

동서광로 상 한국병원 앞 도로의 경우 양 끝단 6m씩 확보돼있던 인도가 각 3.8m, 4.3m로 줄어든다. 광양사거리의 경우 기존 6.4m씩 확보돼 있던 도로가 5.6m로,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는 각 6.5m, 5.5m 인도가 4.9m, 3.6m로 좁아진다. 설계도에 따르면 기존 인도폭이 최대 4.5m까지 축소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와 관련 기후위기제주행동은 "제주도는 이번 공사의 이유를 버스의 정시성 및 신속성 개선과 대중교통에 대한 도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기후위기 시대 대중교통의 편의를 강화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많은 논란을 일으킨 버스전용차로 1단계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추가로 공사를 이어간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한국병원 맞은편 인도변 가로수는 뽑혀졌고 앞으로 130그루의 나무들이 추가로 뽑혀질 예정"이라며 "지난 사업에서는 인도를 줄이고 기존 가로수를 뽑아서 버스전용차로를 조성했지만 제주의 대중교통 분담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버스전용차로 조성만으로 대중교통 활성화가 되는 것이 아니란 의미"라고 되짚었다.

기후위기제주행동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자가용 승용차 교통량의 감축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서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동 및 보행 환경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기존 도로 현황을 고려하면서 도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제주에 가장 적합한 교통 환경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이번 중앙버스전용차로제 2단계 사업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제주도는 위 사업에 대한 2023년 예산으로 도비 43억8000만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이제야 예산안이 제출돼 사업이 어떻게 될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가로수를 뽑아내는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제주도의회는 효과에 대한 검증 없이 보행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이 사업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녹색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도로공사에 쏟아붓는 300억원의 혈세를 도민들에게 무제한 5천원 대중교통 이용권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제주녹색당은 "자동차 등 수송 부분의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제주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교통문제 해결 대안은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보행 환경을 개선하거나 자전거나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방안"이라며 "그런데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한다며 제주도가 강행하고 있는 중앙버스전용차로(BRT) 2단계 공사는 오히려 대중교통 이용을 저해하는 공사를 위한 공사"라고 성토했다.

제주녹색당은 "이번 공사의 대상 지역인 서광로는 도로폭이 20~21m에 불과하다. 중앙로 전용차로 구간처럼 26~27m 확보를 위해서는 가로수를 잘라내고 인도를 축소하는 일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고 이는 보행 환경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검증 없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진행되는 이번 중앙버스전용차로 2단계 공사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도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제주 교통 환경에 적합한 중앙버스전용차로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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