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민사회 교육부 2022 교육과정 '제주4.3' 학습요소 삭제에 일제히 반발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교육청,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이 9일 '2022 개정 교육과정 4.3기술 명시를 위한 공동 기잫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교육청,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이 9일 '2022 개정 교육과정 4.3기술 명시를 위한 공동 기잫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윤석열 정부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제주4.3 관련 기술 근거를 없애려는 시도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교육청,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도민사회가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3개 단체는 9일 오후 1시30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의 2022 교육과정 개정안에 '제주4.3' 기술 근거를 확실하게 명시, 진실되고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4.3의 정의로운 해결과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최근 신임 4.3유족회 회장에 당선된 김창범 4.3유족회 상임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는 교육부가 최근 '2022 개정교육과정'을 행정예고하면서 기존 2018-162호 고시에서 학습요소로 포함된 제주4.3사건을 삭제한데 따른 반발이다.

한국사 중 '대한민국 수립과 6.25전쟁'이라는 소주제의 학습요소에는 제주4.3이 포함돼 있던 것을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행정예고를 통해 '냉전체제가 한반도 정세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수립 과정을 탐색한다'고 뭉뚱그렸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의 대강화'라는 정책방향을 표방하며 내용을 수정했지만, 행정예고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제주4.3을 교과서에서 반드시 다뤄야할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편찬준거'에 제주4.3을 포함시키겠다고 해명했지만, 이 같은 조치는 의무성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교과서 출판사 집필진에 따라 제주4.3의 서술 유무가 달라질 수 있게 된다.

오영훈 도지사는 "제주4.3은 74년간 질곡의 세월로 이어진 어둠을 이겨내고 올해 희생자 보상 개시 및 직권재심을 통한 수형인 명예회복 등이 이뤄지면서 평화와 상생으로 승화되는 새로운 과거사 해결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대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교육부가 행정예고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기존 교육과정에 명시됐던 제주4.3이 삭제되면서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바로 세우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제주4.3의 평화·상생 정신은 이제 전국화를 넘어 세계화를 향해 나가고 있다. 이에 제주4.3의 진실된 역사와 올바른 과거사 해결의 여정을 미래세대에 교육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70만 제주도민을 대표해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제주4.3이 명시돼 당당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되고 세계사에 남을 수 있는 평화·상생 정신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정부에 다시 한번 요청한다"며 "만일 이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는 잘못된 과거로 역행하는 역사적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자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교육청,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이 9일 '2022 개정 교육과정 4.3기술 명시를 위한 공동 기잫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br>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교육청,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이 9일 '2022 개정 교육과정 4.3기술 명시를 위한 공동 기잫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광수 교육감은 "역사교육은 객관적인 사실에 의해 이뤄져야 하며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함양하는 차원에서 실시돼야 한다. 특정세력에 치우지지 않고 정치적 판단에서 자유로운 역사교육이 전제될 때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로 나갈 수 있는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전제했다.

김 교육감은 "제주4.3은 고등학교 모든 한국사 교과서에 기술이 돼 있고 중학교 교과서는 7종 중에 5종이, 내년에는 초등학교 4종의 교과서에 기술이 되는 등 제주4.3을 미래세대에 알리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교육부의 2022 개정교육과정에는 학습요소가 삭제됨으로써 도민사회에서는 제주4.3 교육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실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제주도교육청은 2022 개정교육과정 성취기준 해설에 제주4.3을 명시해 줄 것을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에 강력하게 요청한다. 아울러 교과서 편찬준거에도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조치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임종 제주4.3유족회장의 글을 대독한 김창범 상임부회장은 "제주4.3이 교육과정에 포함된 지난 5년은 당당한 대한민국의 역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었고, 제주4.3의 전국화를 넘어 세계화를 향해 가는 진일보한 시간이었다"며 "이에 제주4.3을 미래세대에 알리고 교육하는 것이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의 시작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통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온전한 명예회복이라는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제주4.3교육을 위축시키는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은 질곡의 세월 속에 신음하는 생존 희생자와 유족의 마음을 생채기 내는 것이자,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가로막는 행위"라며 "제주4.3을  국가수준 교육과정으로 명시해 줄 것을 강력하게 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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