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푼지나무(Celastrus flagellaris Rupr.) -노박덩굴과-

얼마 전 시골길을 걷다가 과수원 돌담에 얽히고설켜 자라고 있는 덩굴성 나무를 만났습니다.

정겨운 돌담 사이로 주황색 열매를 달고 있는 모습이 마치 보석을 매달아 놓은 듯합니다.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노박덩굴보다 크기가 작은 덩굴성 나무인 푼지나무를 소개해 드립니다.

사진=문성필
사진=문성필

이 푼지나무는 5월이 되면 녹황색의 작은 꽃을 피우는 암수딴그루입니다. 턱잎이 변한 가시가 나 있는 것이 노박덩굴과 다르며, 노박덩굴에 비해 전초가 작고 잎도 작은 것이 특징입니다.

** 턱잎 : 잎자루 밑에 붙은 한 쌍의 작은 잎으로 어린 눈이나 잎을 보호한다.
** 전초 : 잎, 줄기, 꽃, 뿌리 따위를 가진 풀포기 전체를 일컫는 것.

사진=문성필
사진=문성필

조선식물학명집 주해서인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 이 푼지나무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푼지나무라는 이름은 직접적으로 조선삼림수목감요에서 전라남도 방언을 채록한 것에서 유래했다. 전라남도에서 분지나무로 불리던 발음이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기록합니다.

아직 덜 익어 벌어지지 않은 푼지나무가 겨울나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문성필
사진=문성필

노박덩굴과의 식물들은 대부분 암수딴그루인데 이 푼지나무도 암수딴그루입니다. 암꽃의 수술은 퇴화되어 있고 암술머리는 3개로 갈라져 있습니다. 5월에 담은 푼지나무의 꽃입니다.

푼지나무의 암꽃차례 / 사진=문성필
푼지나무의 암꽃차례 / 사진=문성필

푼지나무 수꽃의 수술은 5개로 화관 밖으로 돌출되어 있습니다. 꽃은 아주 작은데 1센티미터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 화관 : 꽃잎의 총칭. 나비 모양, 십자 모양, 입술 모양, 혀 모양, 대롱 모양 등이 있다.

푼지나무의 수꽃차례 / 사진=문성필
푼지나무의 수꽃차례 / 사진=문성필

5월에 이 푼지나무의 꽃을 담으려고 카메라 앵글을 맞추었는데 이상한 벌레가 붙어 있었습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이 벌레를 찾아 보았더니 푼지나무나 노박덩굴을 먹이 식물로 하는 '잠자리가지나방'이라는 곤충이었습니다.

푼지나무를 먹이로 하는 잠자리가지나방 / 사진=문성필
푼지나무를 먹이로 하는 잠자리가지나방 / 사진=문성필

2년 전에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편을 통해 노박덩굴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노박덩굴의 꽃말은 ‘명랑’이라고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이 푼지나무의 꽃말은 ‘깊은 사랑’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신3고 경제위기 등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는 제주지역 이웃을 돕기 위해, 올해도 사랑의 온도탑에 불이 켜졌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푼지나무의 꽃말처럼 깊은 사랑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사진=문성필
사진=문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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