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도의회 환경도시위 ‘용천수 보전·관리 정책 전문가 포럼’

제주에 생명을 불어넣은 용천수를 보전·관리하기 위해 환경이 예전과 다르게 변한 만큼 역사·문화적 가치를 발굴하는 등 적절한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송창권)는 지난 8일 오후 2시 복지이음마루에서 ‘용천수 관리·보전 정책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용천수 관리 실태와 보전 정책을 점검하고 용천수를 보전하는 데 있어 실효성 있는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포럼 첫 순서로 박원배 지하수연구센터장은 ‘제주 용천수 현황과 보전 실태’, 최슬기 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애월읍, 한림읍 용천수 조사를 통해 본 용천수 관리·보전 방안 제언’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박 센터장은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용천수 전수조사부터 가장 최근인 2020년 전수조사 등 용천수 전수조사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을 소개하고 조사를 토대로 한 용천수 개수, 용출량, 수질 등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용천수 이용현황을 소개하며 “용천수를 활용한 축제, 물놀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식수로 이용하지 않는 현재 바람직한 활용방안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관리 소홀로 방치된 용천수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용천수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노력으로 제주도와 지하수연구센터, 조천리 용천수 지킴이 등 각계각층에서 진행되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용천수가 지하수의 바로미터다. 용천수와 지하수의 보전을 위해서라도 일상 속 물 절약 실천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생태보전국장은 올해 애월읍, 한림읍 일대 용천수 조사를 통한 용천수 관리·보전 실태를 발표, 보다 나은 용천수 관리·보전 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그는 “현행 용천수 관리 조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용천수 관리·보전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지만, 조례가 상위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제정, 시행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위법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조례로 실행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는 조례 개정 역시 요구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진 토론은 송창권 위원장이 좌장을 맡고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 △김수정 조천리 용천수 지킴이 공동대표 △김기조 제주특별자치도 물정책과 팀장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참여했다.

이 사무처장은 용천수가 과거에 식수나 생활용수였다면 지금은 그 환경이 변화한 만큼 적절한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지하수로서의 가치나 환경적 가치 이외에 역사·문화적 가치를 발굴해 보호 가치가 높은 용천수를 선정, 우선 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용천수를 정비할 때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활용도가 높은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정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용천수나 지하수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가 미흡해 연구를 통한 용천수 관리·보전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우리가 현재 상수도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용천수는 인간에게는 용도 폐기된 상황”이라고 분석한 뒤 “그럼에도 용천수는 여전히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용천수를 통해 우리가 어떤 생태계, 문화, 교육 등 서비스를 받는지도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용천수 보전을 위해 주민 역량을 강화하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법률적으로 용천수를 보전할 수 있는 예산 지원이 이뤄져 마을에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대표는 조천리 용천수 주변 환경정화와 용천수 탐방길 조성, 학교 교육, 학부모 교육, 축제, 해설사 양성, 콘텐츠 제작 등 용천수를 지키고 알리기 위한 활동을 소개한 뒤 용천수 안내표지판 설치 시 QR코드를 넣는 등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김 팀장은 법적 장치가 취약한 부분에 대해 “현재 제주특별법 8단계 제도개선으로 용천수 관리·보전에 대한 과제를 제출했다”며 “조례 개정도 법제팀과 기초안을 만들었으며, 추후 전문가, 지역주민 등과 공감하고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 실효성 있는 조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민이 주도하는 용천수 관리체계를 위해 용천수 인증 마을이나 협의체 재정지원 근거도 담아낼 것”이라며 “용천수 관리·보전 담당 총괄 부서로서 역할과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송 위원장은 “용천수는 활용 가치가 떨어진 것이 아니다. 농업, 축산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어 대체 수자원으로서 매우 중요하다”며 “법령이 뒷받침되지 않더라도 조례 개정 등 환경도시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봉숙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이번 포럼은 올해 1월 나온 용천수 관리·보전 보완 계획을 점검하고 앞으로 4년을 논의하는 자리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늘 포럼이 작은 씨앗이 돼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나아가 용천수 관리·보전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제주도, 제주도의회, 시민사회, 마을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