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청년보장제 현장토론회 10일 개최...청년 정책 담당할 행정시 부서 전무 지적

오영훈 제주도정이 ‘제주형 청년보장제 도입’을 핵심 10대 공약 가운데 하나로 꼽을 만큼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도청에만 청년 정책 부서를 두고 제주시와 서귀포시에는 담당 부서가 없는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어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마치 서울시에 부서가 있는데 구청에는 해당 부서가 없는 격이다. 말이 안된다”는 혹평을 내놨다.

제주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주최하고 제주연구원이 주관하는 ‘제주형 청년보장제 도입 의견수렴을 위한 현장토론회’가 10일 오후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의 7대 핵심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네 번째 릴레이 정책 심포지엄이다. 오영훈 도정이 내년부터 2027년까지 추진할 제주형 청년보장제 도입을 위한 ‘제주 청년정책’의 기본 계획을 소개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 진행 순서는 먼저 송진헌 제주도 청년주권팀장, 강보배 제주도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이 제주형 청년보장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이순국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좌장을 맡아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지수 전 제주도지사 인수위 도민정부위원회 전문위원 ▲한동수 제주도의원 ▲황시애 제주도 청년원탁회의 청년위원 ▲강보배 부위원장 ▲송진헌 팀장 등이 토론을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제주형 청년보장제 도입 의견수렴을 위한 현장토론회’가 10일 오후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 도전, 기회, 자립의 길 위에 청년 지원

제주도가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는 제주 청년정책 기본 계획은 도전, 기회, 자립까지 세 단계로 구분한다. 도전은 진입에서 구직으로 가는 ‘탐색기’, 기회는 구직에서 직장으로 가는 ‘사회진입기’, 자립은 직장에서 정착으로 가는 ‘안정기’에 해당한다.

탐색기 주요 사업은 ▲청년 월세 자금 지원(월 최대 20만원·12개월, 내년 예산 10억8000만원) ▲보호종료아동 자립정착금 지원 확대(500만원→1500만원, 6억1500만원) ▲대학핵심역량강화사업(대학 특성화 학과 지원, 11억원) 등이다.

사회진입기 주요 사업은 ▲청년취업지원 희망프로젝트 사업(정규직 1명당 인건비 월 50~70만원 지원, 25억4800만원)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연 인건비 2400만원의 90%·월 180만원 지원, 94억1000만원) ▲지역혁신벤처 펀드 조성(도내 혁신기업 등 대상 펀드 조성액 60% 이상 투자, 20억원) 등이다.

안정기 주요 사업은 ▲상장기업 육성 및 유치(입지·설치 투자 지원 등, 84억9600만원) ▲청년내일저축계좌사업(저소득층 근로소득장려금 지원, 32억3500만원) 등이다.

이 밖에 ▲청년비서관 도입 ▲청년주권회의 구성(청년정책 제안·결정·개선권고) ▲청년참여예산 확대, 청년자율예산 신설(청년참여기구에서 발굴된 청년정책을 다음년도 예산에 편성) ▲청년활동공간 확대(청년다락 등) 등을 동시에 추진한다.

대부분 사업이 당장 내년부터 사용할 예산이 반영됐지만 2024년 이후부터 진행하는 계획들도 여럿 포함하고 있다.

▲청년농 임대형 스마트팜(2024~25년까지 200억원 투입) ▲공공주택 공급 확대(2024년~25년까지 1313억5100만원 투입, 기금융자·시행사 등이 약 1037억5100만원 부담) ▲신혼부부 주택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 확대(2024년~25년까지 674억1000만원 투입) ▲청년예술인 창작주거 복합형 공공스튜디오 조성(2024~25년 추진, 2023년에 세부 사항 마련) 등이다.

강보배 부위원장은 “청년 지원 제도와 내용을 몰라 정책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청년들이 여전히 많다. 보장 체계 진입을 위한 지원책과 홍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 다음으로는 청년 개인별 상담을 통한 필요 정책을 파악하고, 분야별 전문기관 연계를 통한 정책을 제공하겠다”며 정책 전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피력했다.

또한 “청년주권회의를 통해 자율 예산·참여 예산을 발굴하고, 정책 개선 모니터링을 진행하려 한다. 특히 청년 정책에 대해 개선 권고, 숙려요청권도 부여해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기존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제주형 청년보장제 도입 의견수렴을 위한 현장토론회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 머리만 크고 팔 다리 없는 제주 청년 정책?

토론 순서에서 김기헌 선임연구위원은 제주도 차원에서 수립한 청년 정책을 행정시에서 소화할 행정 체계가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제주도는 청년 정책을 담당할 공무원을 17명이나 배정했는데, 이 규모 자체는 서울시나 경기도와 비교해도 상당하다. 그런데 제주시나 서귀포시를 보면 청년 정책 부서가 없다. 마치 서울시에는 부서가 있지만 자치구에는 해당 부서가 없는 셈인데, 이런 구조는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현재 제주도청에는 기획조정실 산하 청년정책담당관이 운영되고 있다. 청년정책담당관 아래에는 ▲청년정책 ▲청년주권 ▲청년활동지원 ▲대학정책 등 네 가지 부서가 배치돼 있다. 청년정책담당관 근무 인력은 총 17명이다. 이에 부합할 제주시, 서귀포시 조직은 마땅히 없는 상태다. 

김기헌 위원은 행정과 청년 사이에서 연결할 중간조직 역시, 행정시 문제와 맞물려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온라인을 통한 정책 전달 과정을 고민하는 부분은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하면서 “제주 청년정책 플랫폼은 서울시의 청년몽땅정보통, 중앙정부의 온라인청년센터 수준으로 구축하도록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수 전문위원은 취업 사업, 창업 사업의 문제점을 세세하게 꼬집었다.

정지수 전문위원은 “제주도가 추진하는 청년 일자리 사업은 2년 동안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데, 오히려 정상적인 고용창출을 억제할까 우려된다. 제주 기업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인 상황에서 인건비 지원 사업 덕분에 기업은 공짜로 사람을 쓰고 있다. 그래서 많은 수의 기업이 더 이상 제 돈 주고 청년을 고용하면 바보 되는 분위기다. 중도포기자, 부정수급 문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창업 사업에 대해서도 “주로 마케팅 사업비를 지원하다보니 헌터(hunter) 시장이 열렸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1000만원을 지원 받았다면, 헌터들이 컨설팅을 해주고 사업비 일부를 페이백(환급) 해주기도 한다. 부처간 칸막이로 인해 누가 얼마나 지원받는지도 모른다. 냉정하게 헌터와 좀비가 적지 않은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행정으로부터 사업을 선정-지원받는 업체를 좀비, 지원 사업을 설계해 자기 몫을 챙기는 업체를 헌터로 빗대 표현한 셈이다.

정지수 전문위원은 “일단 현재 운영하는 청년 정책들을 조금씩 개선해도 큰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인건비 지원은 정액제가 아닌 기업이 실제 지급하는 보수 가운데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금 정책을 일단 잘 써먹고, 연계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예산 집행률에 지나치게 목매달지 말고, 철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동수 의원은 “현재 제주도의 청년 정책을 보면 일자리 공급에만 집중돼 있는 인상이다. 최근 인식 조사를 보면 청년 세대의 일자리 우선순위에서 워라밸(Work Life Balance,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가장 중요시 한다. 행복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부분을 반영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제주도부터 행정시와 읍면동까지 청년 정책을 담당할 행정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토론 참석자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황시애 위원도 “저는 20세부터 일자리를 구해서 지내왔는데, 제주도 (수년차) 연봉이 서울 초봉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갭을 줄이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임금 이외에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당부했다. 더불어 “비유하자면 계속 생선을 잡아줄 수는 없기에 청년이 직접 생선 잡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청년들의 주도적인 역량을 키우는데도 정책이 집중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송진헌, 강보배는 토론자 의견에 대부분 공감을 표했다. 행정조직 문제에 대해서는 “내년 청년원탁회의를 새로 구성하면서 지역성을 고려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오후 2시에 시작해 3시 30분에 끝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3시 27분이 돼서야 객석 참석자 가운데 2명에 한해 의견을 듣는 촉박한 일정으로 진행돼 ‘의견수렴’이라는 취지가 무색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객석 인원 가운데는 “토론회를 여는 시점이 늦다. 이미 정책의 초안이 마련됐는데 지금 의견을 제기하면 과연 반영이 될까 의문이 든다”는 절차 문제를 지적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전체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