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YES24<br>제레미 리프킨은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드 다빈치에 비견될만한 현대의 대표적 르네상스맨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현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경제,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미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왔다. 저서로는 &lt;육식의 종말&gt;&lt;공감의 시대&gt;&lt;글로벌 그린 뉴딜&gt;&lt;엔트로피&gt; 등등 숱한 저서들을 인류에게 선사하고 있다.<br>
회복력 시대, 제러미 리프킨 저, 안진환 역, 민음사. 사진 출처=YES24
제레미 리프킨은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드 다빈치에 비견될만한 현대의 대표적 르네상스맨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현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경제,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미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왔다. 저서로는 <육식의 종말><공감의 시대><글로벌 그린 뉴딜><엔트로피> 등등 숱한 저서들을 인류에게 선사하고 있다.

오늘 소개할 책은 각국의 정부‧기업‧지자체들과 이론에서 실천으로, 실천에서 이론으로 종횡무진 활동해온 저자가 9년의 시간을 들인 역작이자 세계적 화제의 숱한 전작들의 종합판이다. 현재 인류사회는 3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지만 바이러스의 계속 출현과 되돌릴 수 없는 기후로 인해 아무런 대책이 없는 깜깜한 실정이다. 저자는 넓게는 지난 1만년 전 안정된 기후(축복받은 홀로세)를 바탕으로 농경을 시작하고 5000년 전부터 농경과 수자원을 기반으로 고대국가를 형성한 후 중세와 특히 좁게는 1차 2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급격하게 자연을 인류에 적응시키며 멸종의 길을 돌진해온 작금의 인류세까지를 진보의 시대로 규정한다.

이행의 근간은 시간 공간의 재설정

저자는 사실상 진보 시대가 종말했고 회복력 시대로의 진입이야말로 인류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종의 공존을 위한 유일한 대안임을 주장한다. 20만년 전부터 1만년 전까지 인류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자연에 적응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비로소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그 진보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지금의 산업 시대에서 회복력 시대로의 이행의 근간은 우리 종이 주변의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서 방대한 철학적 심리적 재조정 특히 우리의 시간적 공간적 지향의 전면적 전환이 요구된다.

먼저 진보의 시대 전체를 이끈 시간적 지향의 근본은 효율성이다. 진보의 시대가 효율성에 발맞춰 행진했다면, 회복력 시대 시간의 안무는 적응성에 발을 맞춘다. 이 새로운 시간성은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GDP에서 QLI(삶의 질 지수)로, 과소비에서 생태관리로, 부정적 외부성에서 순환성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시장에서 네트워크로, 선형적 프로세스에서 인공두뇌학적 프로세스로, 대기업에서 민첩한 최첨단 중소기업으로,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지적재산권에서 지식의 오픈소스 공유로, 제로섬 게임에서 네트워크 효과로,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지정학에서 생명권 정치학으로 전환 등등 경제와 사회의 전면적 변화를 야기한다. 현재 진행 중인 지구를 감싸는 디지털 플랫폼인 3차 산업혁명 인프라 자체도 적응성과 보조를 함께하며 인류의 집단적 인간성을 어느 정도 산업 시대 너머로 이끌고 있다는 진단이다.

당연히 새로운 시간성은 공간적 지향의 재설정과 함께 움직인다. 인류는 세상이 물체와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기에 이를 무자비하게 추출해서 활용하고 소비하다가 폐기할 생각만 해왔다. 그러나 회복력 시대의 가장 주목할 것은 우리 자신과 동료 생물들의 삶이 ‘과정과 패턴과 흐름’으로 존재함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간과 생물종의 몸이 반투막이어서 끓임 없이 생태계 우주와 상호 순환한다. 인체 내에 모든 원자 분자 세포들은 우주 생태계와 계속으로 주고받으며 매초, 매일, 몇 주, 몇 년이면 대부분 바뀌고 재생된다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새롭게 바뀌는 몸과 이전의 몸이 다르다면 우리의 자아도 고정됐다는 생각은 착각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인체 세포수는 43%에 불과하고 우리 몸 내부의 고생물 박테리아 바이러스 원생생물의 세포수는 57%다. 한 사람의 생리학적 구성을 설명하는 유전자가 2만개라면 그 몸에 사는 미생물 전체의 유전자는 200만~2.000만에 이른다. 우리 몸과 모든 생명체의 몸 그 자체가 생태계요, 생태계와 지구의 확장이 인간과 모든 생명체의 몸인 것이다. 또한 우주 지구의 리듬이 우리 몸 안에 뛰고 있다. 인체 내부의 생체시계가 태양의 계절과 달의 음력 주기, 지구의 자전 및 조수의 흐름과 동기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신 연구는 지구의 전자기력 또한 우리 몸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모든 인간과 생물종이 특정 공간을 차지하는 구조가 아니라 패턴과 과정 즉 그 자체로 생태계이며 지구와 우주적 몸인 셈이다. 저자는 이렇듯 종으로서 인간의 확장된 공간성은 천연자원에 대한 주권에서 생태지역 거버넌스, 대의 민주주의에서 분산형 동료 민주주의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공감-엔트로피의 역설

저자는 이미 전작 <공감의 시대>에서 인류사의 한복판에는 공감-엔트로피의 역설적 관계가 있음을 통찰한 바 있다. 사람들이 ‘소통하고, 작동하고, 움직이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 즉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 에너지와 동력의 새로운 원천, 새로운 운송·물류 방식 등의 인프라 혁명이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인간의 의식을 혈연관계에서 종교적 소속감(농경 중심의 수자원 기반의 고대국가와 중세) 이데올로기와 국가 정체성 (1차와 2차 산업혁명) 등으로 공감의 범위를 확장해왔다. 물론 종교 및 이데올로기 간의 유혈사태와 반목 등의 부작용도 있지만, 인권과 민주주의 노예제 성차별 완화 및 집단학살의 범죄화 등등은 인간의 공감적 진화 사례라 할 수있다. 이 같은 획기적 약진이 가능한 것은 새로운 인프라로 인해 상호연결성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프라 혁명으로 더욱 복잡해진 사회일수록 에너지 사용은 급증하고 자원의 고갈로 치닫는다는 것이다. 상호연관적인 지구 차원의 공감대임에도 자리 잡은 재앙 가까운 기후변화와 모든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치솟은 엔트로피가 작금의 공감-엔트로피 역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엔트로피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터넷과 재생에너지 그리고 사물인터넷 등 분산적이고 수평적인 3차 인프라 혁명 시기야말로 공감-엔트로피의 역설을 해결해서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중대한 기회인 셈이다.

한국의 산림청과 함께한 숲유치원을 비롯,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인 임재택 교수와 그의 동료 운동가들의 오랜 노력으로 현재 독일과 미국을 훨씬 뛰어넘는, 놀랍게도 우리나라 전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15~20%가 유기농 먹거리와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산림청과 함께한 숲유치원을 비롯,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인 임재택 교수와 그의 동료 운동가들의 오랜 노력으로 현재 독일과 미국을 훨씬 뛰어넘는, 놀랍게도 우리나라 전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15~20%가 유기농 먹거리와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숲과 자연 생태교육에 인류의 미래 달려있다

그러면 회복력 시대를 활성화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힘이 무엇인지 자명해진다. 우리 인간 가족을 생명 가족의 일원으로 되돌려 놓을 이 생명애(바이오필리아) 의식이야말로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요, 회복력 시대를 여는 근원적 추진력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회복력 시대는 인류사의 중심에서 발달해온 공감의 온전한 확장이자 인간의 본성이 비로소 제대로 발현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생명애야말로 우리의 유전자와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타고난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공감 반응의 성숙은 생사에 대한 아동 발달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아동 대부분은 5~7세가 되면 죽음의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고 자신에게도 같은 운명이 닥칠 것을 깨닫는다. 바로 이 시점에서 아동은 살아있다는 것의 가장 중요한 측면, 즉 그것이 일시적이고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것을 감정적 인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생명애의 핵심인 타인의 고통과 괴로움(심지어 기쁜 감정조차), 나아가 자연과 생태계의 파괴 및 생물 종 멸종에 이르기까지 깊은 내면에서 발산하는 공감은 모든 순간에 ‘필멸’이라는 궁극적 부담이자 축복을 함께 짊어지고 고군분투하는 동지로서 서로에게 보내는 지지의 ‘심오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기후위기와 팬데믹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전 세계 곳곳에서 숲속 유치원, 숲속 학교, 자연 천국, 환경학교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일어나는 생태교육 현장의 눈부신 부상이야말로 생명애 교육의 발판이자 회복력 시대를 여는 근본적 희망임을 강조한다. 이미 2020년 기준 독일에서만 2000개의 숲속 학교가 생겨났고 미국에서는 600개의 자연 친화적 유치원이 운영 중이다.

비건과 채식, 생명애의 밥상 실천에 다름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6세 미만 아동들의 꿈은 80% 이상이 동물에 관한 것이라 한다. 부모들도 갓난아기 적부터 동물 관련 그림책을 보여준다. 동물에 대한 어린이의 호기심 특히 새끼 동물에 대한 공개적 호기심을 보여주는 연구는 수없이 많다. 생명애 연결은 2세 미만의 유아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저자는 전작 <육식의 종말>에서 부모 가족 사회 문화 전체가 고기 먹는 것을 강요하고, 식습관이 선택임에도 세뇌화되어 그것을 망각하고 심지어 현재 식습관이 자신의 선택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육식 문화의 폐해성을 통찰하고 인류에 경고한 바 있다. 

오늘날 육식은 기후위기와 팬데믹, 생물다양성과 자원 고갈 등 모든 환경문제와 지속가능성 그리고 비만과 만성질환을 초래하는 제1 원인이자, 동시에 빠르게 이 모든 것을 치유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며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사육되고 도축되는 가축을 인류가 소비하고 처분하는 방식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이며 이 시대에 우리에게 던져진 가장 시급한 윤리적 문제이기도 하다. 

고용석.

또한 생명애 본능을 발현하여 회복력 시대로 가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시금석이기도 하다. 저자는 <육식의 종말>에서  ‘동물이나 자연을 대하는 자세는 효용성과 효율성에만 기반을 두고 오직 시장만이 그 방향과 의미를 제공하는 세상에서 우리 자신이 진화하는 의식을 반영하는 이상적인 거울’ 이라고 천명했다. 그리고 ‘육식 문화를 초월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원 상태로 돌리고 온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징표이자 혁명적 행동’이라고 역설했다. 그 메아리가 여전히 더욱 강하게 귀를 울린다. /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고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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