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시행사 선정, 연내 최종안 도출 목표
도민 총의 별개로 중앙정치권 설득 변수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의 핵심 공약인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 수행기관이 결정되면서 도민 공론화 작업이 본격화 된다. 다만, 도민사회의 총의와는 별개로 중앙 정부·정치권과의 절충이 개편의 성패를 좌우할지 우려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9일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용역'의 시행사로 (주)한국리서치, (사)한국지방자치학회, 갈등해결&평화센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3개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행하는 이번 용역은 15억원을 투입해 오는 12월 20일까지 제주형 행정체제 모델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행 특별자치도에 대한 성과분석을 비롯해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의 필요성과 도입 모혀안을 도출하게 된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 도입안 및 주민투표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용역은 행정계층 구조, 행정구역 설정 등의 '전문연구 분야'와 설명회, 토론회, 여론조사, 도민참여단 운영 등의 '공론화 분야'로 추진한다. 컨소시엄을 통해 전문연구 분야는 한국지방자치학회가, 공론화 분야는 한국리서치·갈등해결&평화센터가 수행하는 구조다.

용역진은 공론화와 주민투표 방안까지 제시하게 된다. 단일안을 확정해 찬반을 묻는 과정이 될 수도 있고, 복수의 안을 묻는 방법을 채택할 수도 있다. 여론조사를 거쳐 유력안이 추려지면 도민참여단의 숙의를 통해 대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 '도민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며 도민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해 왔다. 지난해 12월 송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제주어로 "게매이, 되크냐(그러게, 되겠냐)"라며 딴지를 거는 일부 시각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 오 지사는 "현재 행정체제가 만족할만한가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이대로 가야하는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개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19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용역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의소리
19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용역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의소리

다만, 오 지사의 바람과는 별개로 이제 막 첫발을 뗀 행정체제 개편 작업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 역시 만만찮다. 총의를 모으기까지의 물리적인 일정이 상당히 촉박하고, 이후 중앙정부와의 협의도 변수로 남아있다.

제주도는 약 11개월의 기간을 거쳐 2023년말 행정체제 개편 최종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2월초 착수보고회를 시작으로 4월까지 특별자치도 성과 분석, 도민인식조사를 실시하고, 도민참여단을 구성한다.

행정체제 도입 모형안과 구역 설정안은 8월까지 마련하고, 9월에는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10월께 최종여론조사 및 도민참여단 의견수렴, 11월에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마련 및 주민투표안을 제시하게 된다.

제주도는 올해 안에 일련의 과정을 소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목표로 하는 2026년 지방선거부터 새로운 행정체제가 도입되기 위해선 이후 일정도 상당히 촉박하기 때문이다. 2023년이 지나기 전에 최종안이 확정되고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이전에 주민투표 관련 준비를 마친 직후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이상적인 안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기초자치단체 도입 찬반을 가리는 투표절차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투표 이전 2년'도 숨가쁘지만, '주민투표 이후 2년' 역시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도출된 안에 따라 청사를 어디에 배치할지, 세부적 행정구역을 어떻게 나눌지, 공무원 수를 어떻게 배정할지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관련 일정이 삐걱대는 순간에 후속조치를 담보할 수 없는, 눈덩이처럼 굴러가는 형국임을 감안해야 한다.

중앙 정치권과의 협의도 변수로 작용된다. 우선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오영훈 지사가 국회의원 당시 발의했던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 개정안에는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하려는 경우에는 주민투표법에 따른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해를 넘겨서도 여전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보수정당 색채를 짙게 내비치는 윤석열 정부가 민주당 오영훈 도정의 숙원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주목된다.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등 전국적으로 특별자치 행정체제로의 변화가 잇따르고 있지만, 제주특별자치도와 관련된 윤 대통령의 의미있는 발언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폐지된 시군 부활에 대한 정부 측의 입장도 장담할 수 없다.

제주도는 아직 정부 측과 공식적인 협의를 갖고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민 총의가 모인 최종안이 도출된 이후에 협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도민사회에서 모인 총의가 정부로부터 내몰릴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 내부의 공론화 절차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논리 개발과 절충 과정이 필요하다"며 "도민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정하고 진실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기초자치단체 부활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현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 정부 내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인사가 있는 반면 적극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다만, 제주도민들이 원하는 안을 들고 다시 협상에 나선다면 뚜렷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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