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교육청·제주대 동시 방문…김일환 총장 “방법 찾는게 거점국립대 도리”

제주도교육청 김광수 교육감과 제주대학교 김일환 총장이 IB학교인 서귀포시 표선고등학교에서 만났다. 김일환 총장은 “학생들을 만나보니 IB 학교와 표선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표선고등학교 IB세미나실에서는 김광수 교육감, 김일환 총장을 비롯해 두 기관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교육청에서는 서희순 국제교육과장, 양효선 국제학교·IB팀장, 이수정 장학사를 비롯해 임영구 표선고 교장, 김영 표선고 IB DP 코디네이터, 최승은 표선고 3학년 부장 등 학교 주요 인사들도 함께 했다. 제주대에서는 이은주 입학본부장, 박시현 입학관리과장, 박정훈 입학2팀장 등 입학 담당자들이 동석했다.

이번 만남은 교육청이 제주대를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IB학교로 운영 중인 표선고등학교에 대한 정보를 제주대학교에 전달하면서, 향후 입시 관련한 논의까지 이어가기 위한 취지다. 총장을 포함해 제주대학교 직원들이 IB 목적으로 표선고를 찾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오후 표선고등학교 IB세미나실에서는 김광수 교육감, 김일환 총장을 비롯해 교육청, 제주대 직원들이 회의를 가졌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10일 오후 표선고등학교 IB세미나실에서는 김광수 교육감, 김일환 총장을 비롯해 교육청, 제주대 직원들이 회의를 가졌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10일 오후 표선고등학교 IB세미나실에서는 김광수 교육감, 김일환 총장을 비롯해 교육청, 제주대 직원들이 회의를 가졌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10일 오후 표선고등학교 IB세미나실에서는 김광수 교육감, 김일환 총장을 비롯해 교육청, 제주대 직원들이 회의를 가졌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은 통합적·비판적 사고 능력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는 목적으로 마련된 국제 교육과정이다. 세계 160여 개 나라, 5500여개 학교에서 과정을 인정한다. IB 본부는 스위스에 위치해 있다.

현재 제주에서는 표선면 지역(표선고, 표선중, 표선초, 토산초, 가마초, 한마음초), 성산읍 지역(성산중, 성산초, 시흥초, 온평초, 풍천초) 학교와 제주북초등학교 등이 IB학교로 운영 중이다. IB학교는 정도에 따라 IB관심학교, IB후보학교, IB월드스쿨 등으로 나뉜다. 표선고는 제주에서 유일하면서 전국에서 4개 뿐인 국공립 고등학교 IB월드스쿨이다. 표선고를 제외한 나머지 IB월드스쿨은 모두 대구에 위치해 있다.

토론과 영어를 비중있게 사용하는 IB 교육은 획일적인 한국 교육에 비춰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관건은 대학 입시. IB 고등과정(DP)을 이수해도 국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까지 많지 않다는 문제다. 현재 표선고는 올해 IB 고등과정을 처음 이수하는 3학년들이 대입을 앞두고 있다.

때문에 교육청과 제주대는 지난해 12월 말 처음으로 정책협의회를 열고 고교학점제, 표선고 수험생 대입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두 기관장의 표선고 방문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이날 회의 순서는 교육감, 총장 인사말과 함께 ▲IB 학교 운영 현황 브리핑 ▲IB DP 교육활동 안내(IB역사, IB 언어와 문학, IB 생명과학, IB 영어 연극 등) ▲질의 순으로 진행했다. 인사말을 제외한 나머지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에서 표선고 교장과 교사들은 IB 교육 과정이 기존 교육 과정과 비교할 때 어떤 점에서 차별되는지를 적극 설파했다. 말미에는 학생들이 참여해 활발한 분위기 속에 총장과 질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인사말 중인 김광수 교육감.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인사말 중인 김광수 교육감.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김광수 교육감은 인사말에서 “사적으로 총장님께 만남을 요청했다. 당장 결정할 부분은 없지만 도움을 줄 부분이 있는지 한 번 만나보는 차원에서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교육공동체가 합의하면 IB 과정을 도입해도 좋다. 다만, 고등학교는 수능과 입시가 관건이다. 이런 고민은 나만의 걱정이 아니고, 여기 계신 총장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일환 총장은 “현재 대학 입시에서 상위법에 따라 (IB로) 특례입학 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 제주대가 (표선고에) 특혜를 줄 수는 없다. 다만, 방법을 찾는 것이 국가거점국립대인 우리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라며 “목적과 상황을 살펴보고 돌아가서 대학 입시 담당자들과 논의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인사말 중인 김일환 총장.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인사말 중인 김일환 총장.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1시간 넘게 진행한 설명회 이후 김일환 총장은 <제주의소리>와 만나 방문 소감을 묻는 질문에 “IB학교가 제주사회에서 회자되고 관심도 높은데 직접 와서 보니, 학생들이 굉장히 밝고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IB학교와 표선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표선고 IB고등과정 이수 수험생을 염두에 둔 ‘수능 최저 등급 삭제’ 학과 도입에 대한 질문에는 “앞으로 대학 입시 담당자들과 검토한 뒤 나중에 그 부분은 설명 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교육청과 조만간 추가 정책협의회를 잡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임영구 표선고 교장은 <제주의소리>와 만나 "학교의 기본 역할은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나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공립학교 고등학생들은 내신, 수능, 학생부 기록까지 세 가지를 신경쓰다보니 시험과 입시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성적을 위한, 시험을 위한 학습에 치중하기 마련인데, 그것이 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에서 삶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살아있는 배움으로까지 연결되기란 쉽지 않은 편"이라면서 "현재 표선고등학교는 IB 교육을 통해 학교의 기본적인 역할, 본질적인 부분을 되찾는데 나름대로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영구 교장은 "표선고 학생들은 수능 중심으로 대입 준비를 하기 보다는, 학생부 종합전형 위주로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험 성적이라는 정량적 기준 보다는 배움과 성장이라는 정성적 기준들을 대입 과정에서 반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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