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7일부터 컵 보증금제 미이행 과태료 부과
현장서는 여전히 제도 효용성·형평성 문제 제기

제주시 내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시행 안내문이 붙어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내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시행 안내문이 붙어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참여하지 않는 매장에 7일부터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형평성 등을 이유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오후 4시께 찾은 제주시 내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는 여전히 바코드스티커가 붙지 않은 일회용컵에 음료가 제공되고 있었다.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 단속이 시작됐지만, 점주 A씨는 도무지 제도에 동참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4㎡ 남짓한 매장에 때마침 배달된 음료 재료들을 쌓자, 사람 1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 좁아졌다.

점주 50대 A씨는 “매장이 협소해 바쁜 와중에도 2~3명밖에 근무하지 못하는데 언제 어디서 컵에 바코드스티커를 붙이며 손님들이 반납한 컵은 어떻게 회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제도 시행 전과 후 점주들은 같은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는데 개선되는 점 하나 없이 무조건 제도에 동참하라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행정 관계자들은 일단 시행해 보고 문제를 이야기하라 하지만 당장 무인회수기 설치를 위해서는 전기선을 끌어 써야 하고, 바코드스티커를 붙이고 스티커가 붙은 컵을 보관해야 하는 데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7일 제주시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일회용컵 회수 상자가 놓여있다ⓒ제주의소리
7일 제주시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일회용컵 회수 상자가 놓여있다ⓒ제주의소리
7일 찾은 제주시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매장이 협소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7일 찾은 제주시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매장이 협소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A씨는 형평성 문제도 거론했다. 매장과 약 50m 떨어진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경우 전국 가맹점이 100곳이 넘지 않아 제도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A씨는 “같은 음료를 마시는데 300원을 더 내려는 손님이 어디 있겠느냐”며 “행정당국은 점주들이 약간의 불편을 겪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제도 동참은 당장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이날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동참한 점주들도 속사정은 비슷했다.

제주시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으로 음료 가격에 300원이 더 붙는다고 하니 오늘만 손님 네 팀이 돌아갔다”며 “사용한 일회용컵을 반납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한 어르신의 경우 자원순환 보증금 애플리케이션 설치가 까다롭다고 해 바코드 인식 없이 현금 300원을 돌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을 위해서라면 전 매장에 제도를 시행해야 하는데 특정 매장만 대상이 되다 보니 애꿎은 소상공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울상지었다.

7일 찾은 제주시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점주가 6종류의 일회용컵을 가리키며 바코드스티커 부착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7일 찾은 제주시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점주가 6종류의 일회용컵을 가리키며 바코드스티커 부착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손님이 음료를 포장할 때 1컵당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받고 나중에 컵을 반납할 경우 돌려주는 제도다.

이를 위해 점주들은 일회용컵마다 바코드스티커를 붙이고 손님이 반납할 경우 스티커를 다시 뗀 뒤 일정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관련 법령인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자원순환보증금의 환불문구 및 재사용 또는 재활용 표시 등을 하지 않은 경우 1차 50만원, 2차 150만원, 3차 300만원 등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도에 따르면 도내 컵 보증금제 대상 매장은 총 482개소로 이 중 113개소가 다회용컵, 나머지 369개소가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다.

당초 도는 지난 5월 21일까지 동참을 유도하는 1차 점검을 끝내고 같은 달 22일부터 2차 점검을 통해 미이행 매장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었으나, 미이행 매장들의 준비기간을 고려해 지난 6일까지 단속을 유예했다.

이와 함께 미이행 매장들을 찾아 과태료 부과 안내와 제도 참여를 설득했다.

그 결과 도는 업종 변경을 고려하는 1개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매장에서 제도 이행에 동의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도의 효용성과 형평성을 두고 불만이 쏟아지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의 단속은 과태료 부과가 아닌 계도·지도에 초점이 있다”면서도 “계도 기간이 끝난 만큼 앞으로 미이행 신고가 접수될 시 현장 점검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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